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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생존의 기술 50

개수 줄이는 게 최선

원전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개수 줄이는 게 최선

개수 줄이는 게 최선

폭우로 고리원자력발전소 침수사고가 발생한 8월 25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원전 내부 모습.

3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핵사고 이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혹시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된다.

우선 핵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사정을 살펴보자. 세계적 과학잡지 PNAS에 실린 일본 학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의 약 70%가 오염됐다. 이는 일본 농산물의 약 70%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렇게 방사성 물질로 토양이 오염되면 통상 300년 정도 오염이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일본인 전체가 앞으로 300년 동안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방사능에 피폭되면 암, 유전병, 심장병 등 수많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의학 교과서에 기술돼 있으니, 앞으로 일본에서는 이러한 환자가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일본 정부는 오염이 심하지 않다면서 일본 국민의 마음을 다독인다. 정부로서 책임 있는 태도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실재적인 일본 국민의 피폭량을 증가시킨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2년 전 일본 의사단체에서 강연하면서 필자는 “일본에서 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가능하면 이민을 가십시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필자는 현재도 그렇게 생각한다. 70%가 오염된 농수산물로 차려낸 밥상을 매일 받아야 하는 땅에서 300년간 건강하게 세대를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3차례 핵사고가 발생했는데, 특히 일본같이 좁은 국토에서 핵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정도가 치명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핵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주지의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즉 남한 땅의 넓이는 일본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전술한 오염지도에서 일본 국토의 5분의 1이 고농도로 오염됐음을 감안하면, 핵사고가 일어날 경우 남한 땅 전체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면 우리의 식탁 전체가 고농도로 오염되는 것이다. 일본보다 훨씬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사고는 발생하게 돼 있다. 핵사고가 다른 사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국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사고라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 우리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서는 사고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한 번의 사고로 국가의 존망이 갈리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땅이 좁은 스위스와 벨기에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탈핵을 결정했다. 단 한 번의 핵사고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으니 아무리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핵사고 확률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과거의 사고를 살펴보면 핵사고의 확률은 핵발전소의 개수에 의해 결정됐다. 원전 개수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첫 번째 핵사고가 일어났고(스리마일 원전 핵사고), 두 번째로 많던 소련에서 두 번째 핵사고가 일어났다(체르노빌 원전 핵사고). 그리고 네 번째로 많던 일본에서 세 번째 핵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세계 31개 국가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지만 이렇게 원전 개수가 많은 나라에서만, 그리고 많은 순서대로 핵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원전 개수를 자랑한다.

원전 개수를 줄이는 것만이 핵사고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신동아 2014년 12월 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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