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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기자의 풍수와 권력<마지막회>

수맥 피하고 귀문(北東) 방위 경계하라

우리 집 명당으로 바꾸기

  • 안영배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획위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수맥 피하고 귀문(北東) 방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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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수는 생기(生氣)를 찾아내 양택이나 음택의 명당지로 이용하는 것을 지상 명제로 삼는다. 그러나 먹고살기도 바쁜 현대인이 조상을 모실 명당자리를 잡거나, 단독주택 위주인 풍수 명당을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 안에 흐르는 수맥을 피하고, 흉하게 여기는 동북쪽 귀문 방위만 잘 다뤄도 평범한 우리 집이 명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 물(水)은 흥미롭게도 길(吉)과 흉(凶)이라는 양면성을 띤다. 명당의 필수 조건인 땅의 생기(生氣)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좋은 물’이 있는가 하면, 인체 건강에 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물’도 있다. 이는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도 있지만, 오염되거나 산성수처럼 특정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함유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물도 있는 것과 같다.

풍수에서 ‘좋은 물’의 사례로 조선시대 호남을 대표하는 부잣집인 구례 운조루(‘신동아’ 2015년 1월호 506쪽 참조)를 들 수 있다. 운조루 대문 앞으로는 동에서 서쪽 방향으로 물이 흐르는 도랑을 인공적으로 조성했고, 또 그 도랑 앞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연못까지 만들었다. 이 인공 도랑과 연못은 운조루에 부를 가져다주는 생기(재물 기운)가 내부에서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비보(裨補) 장치이자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살기(殺氣)를 차단토록 하는 이중 기능을 한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된 한강과 청계천이 바로 ‘좋은 물’에 해당한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양(옛 서울)의 생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에 의해 새나가지 못하고, 내부적으로는 궁궐 북쪽에서 발원한 청계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 중랑천과 합류함으로써 이중의 잠금장치 구실을 한다. 서울이 대명당의 격을 갖췄다는 것은 한강과 청계천이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이렇게 물이 생기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풍수 용어로는 ‘계수즉지(界水則止)’라고 표현한다. 생기는 물을 만나면 머물게 된다는 뜻이다. 부자가 되려면 물을 얻어야 한다는 ‘득수(得水)’의 의미도 여기에 함께 담겼다.

그런데 물은 생기에 대해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기를 가두거나 멈추게 하는 것이 물이라는 말은, 달리 생각해보면 생기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물이라는 뜻도 된다. 즉, 물은 어떤 변수가 생길 경우 생기를 없애거나 졸아들도록 만드는 무서운 살기 노릇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풍수계에서 유행하는 수맥(水脈)이라 할 수 있다.

수맥 피하고 귀문(北東) 방위 경계하라

18세기 중엽에 그려진 ‘한양도성도’(작자 미상). 한강과 청계천이 이중 잠금장치 기능을 해 한양(옛 서울)의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건강의 적, 수맥파

사실 수맥 혹은 수맥파라는 용어는 전통 풍수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유럽 출신 천주교 신부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수맥 찾기는 원래 추(펜듈럼), 혹은 ‘엘-로드(L-rod)’ 같은 일종의 탐사 장비로 땅속 깊숙이 존재하는 지하수를 발견하는 방법이었다. 우리 조상이 버드나무 가지 등을 이용해 우물물을 찾아내던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서양의 일부 과학자들이 수맥파를 ‘해로운 지구 방사선(Harmful Earth Radiation)’의 일종으로 설명하면서 수맥과 건강의 관련성이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된다. 지구 자기장이 형성한 전기적 파장은 땅 표면으로 방사(放射)되기 마련이다. 이때 지하 암반층 등에 형성된 강력한 수맥대를 통과하는 전자기파의 경우 생명체에 해로움을 주는 에너지파로 변형, 왜곡된다는 게 수맥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어찌 보면 수맥파는 사실 물과는 관계가 없는, 일종의 교란된 에너지파다. 다만 지하 수맥대가 형성된 곳에서 수맥파가 방사된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물의 대명사로 ‘수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면도 있다.

아무튼 수맥파는 마치 각종 전기적 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처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스트레스성 에너지다. 실제로 수맥과 인체 건강의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이뤄진다. 독일인 의사인 하거 박사는 22년간(1910~1932) 암환자 5348명의 주거지를 조사한 결과, 99%의 가옥이 수맥파 위에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고, 이후에도 유럽 각국에서 암환자와 수맥파의 연관성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됐다.

국내의 경우 영남대 연구진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수맥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로 지자기(地磁氣) 교란 현상을 꼽으면서, 지자기 교란 수치가 평균보다 150% 정도 높은 경우 두통, 편두통, 집중력 저하, 목의 뻐근함 같은 증세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이 수맥에 노출될 경우 뇌의 지각기능과 시각의 신경생리적 기능이 저하된다는 국내 의학자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하세계의 보이지 않는 기운을 그럴듯한 과학 이론을 도입해 설명하는 수맥파 이론은 땅속 세계를 논하는 우리나라 풍수계에서도 일정 지분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예 수맥만이 유일무이한 풍수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타날 정도다.

물론 수맥만으로 풍수를 논하는 ‘수맥풍수’는 단편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생기가 모인 곳에는 대체로 그 인근에 생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수맥 역시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풍수와 아주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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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획위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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