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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이슈

“의대는 남자, 非의대는 여자 지방 캠퍼스는 침팬지”

명문대 內 학력차별 악습

  • 김다혜 |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kimdh0307@korea.ac.kr

“의대는 남자, 非의대는 여자 지방 캠퍼스는 침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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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본교니? 캠퍼스니?…동아리도 차별
  • ● 인기학과, 비인기학과 서열화
  • ● 내부망 통해 비하 조장하고 공격
우리나라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학력 차별을 가장 심각한 차별로 여긴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1년). 학벌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는 물론 배우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력 차별은 기성세대만의 의식은 아닌 듯하다. 요즘 대학생 중 상당수도 이런 태도를 은연중에 내비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학벌이 좋다고 하는 편에 속하는 학생들이 자기네끼리 우열을 가리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 같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출신 학교나 학과가 중요 스펙으로 인식되면서 여유와 관용을 잃어가는 듯싶다.

특히 명문대로 알려진 고려대·연세대 학생들 사이에서 서울 본교 학생과 지방 캠퍼스 학생을 차별적으로 구분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2014년 7월 연세대 독립언론이 ‘연세대 학생들 내에 카스트제도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으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일부 연세대 학생들은 본교(서울 신촌 캠퍼스) 학생과 원주 캠퍼스 소속 학생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본교 학생들도 인기 학과인지 비인기 학과인지에 따라 서열화한다고 한다. 기사가 나간 뒤 “소수의 편협한 의견을 연대생 전체의 인식인 양 성급하게 일반화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연세대에선 이에 관한 날 선 찬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필자는 고려대 재학생이어서 고려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취재했다. 사실, 상대의 면전에서 대놓고 학력을 차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개 익명으로, 은밀하게 이런 차별 문화를 조성하기 마련이다. 재학생만 접속이 가능한 내부망이 여기에 주로 이용된다. 이 때문에 외부에선 자세한 사정을 알기 어렵다. 연세대에서 교내 학력 차별을 조장하거나 학력을 이유로 특정 학생들을 공격하는 주장들은 재학생 커뮤니티인 ‘세연넷’에서 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필자는 ‘고파스’와 같은 고려대 재학생들의 내부망을 취재했고 관련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고파스는 세연넷에 비해 회원 수가 월등히 많다. 2015년 1월 현재 고파스는 대학 커뮤니티 랭킹 1위이고 세연넷은 36위다.

취재 결과, 일부 연대생과 마찬가지로 일부 고려대생도 본교(서울 안암 캠퍼스) 학생과 세종 캠퍼스 소속 학생 간 차별을 두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복적 의견 개진, 학력을 이유로 분교 학생들을 비난하는 심각한 공격, 다수 재학생에 공개되는 큰 파급력으로 볼 때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였다. 연·고대의 지방 캠퍼스 학생들도 훌륭한 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창끝 같은 교내 학력 차별 주장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듯했다.

‘김밥가게’에서 ‘졸업앨범’으로

고려대 세종 캠퍼스 학생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기사와 여기에 덧붙여진 의견을 읽어 내려가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해당 교내 기사는 “세종 캠퍼스에 입점한 모 김밥가게가 수시 응시생들을 상대로 가격을 올려 받았다”고 보도했고 많은 사람이 이 기사에 의견을 달았다. A씨는 당연히 ‘상술이다, 아니다’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줄 알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참여자들은 김밥가게는 뒤로한 채 “안암이랑 세종이랑 같은 학교야?”라는 의제로 넘어갔다. 안암 캠퍼스 학생들은 “아님. 같은 학교 아닌데 졸업사진은 안암 캠퍼스에서 같이 찍더라. 심지어 졸업앨범에도 같이 나오더라(기분 나쁨)”라는 의견을 계속 올렸다고 한다. 이들은 세종 캠퍼스 학생이 본교로 소속을 변경하는 문제를 따졌다. A씨는 “김밥가게의 상술이 왜 졸업앨범 문제로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필자가 접한 여러 세종 캠퍼스 재학생은 A씨와 비슷한 불쾌감을 호소했다. 세종 캠퍼스 소속으로 안암과 세종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 B씨는 “고파스를 자주 쓴다. 그런데 조회 수나 댓글 수가 많은 글을 읽다 ‘세종’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기만 해도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번엔 또 무슨 내용인가’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 캠퍼스 재학생 D씨는 “세종 캠퍼스와 관련된 학생들의 의견 중에 좋은 의견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지방 캠퍼스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민폐덩어리라는 매질이 추가된다. 언급되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했다.

내부망에 세종 캠퍼스 학생들과 관련된 화두만 던지면 약속이나 한 듯 학생들이 달려들어 의견을 남기는 것 같았다. 한 본교 재학생은 “대부분의 분교생은 본교를 사칭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 주장은 새로운 토론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세종 캠퍼스 재학생 E씨는 “이리저리 입방아에 오르는 내용을 보면 참담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취재를 하면서, 본교-분교 차별 문제를 두고 본교생은 공세적인 반면 분교생은 속으로 삭이며 침묵하거나 저자세를 취하는 경향성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 캠퍼스 학생들도 학벌을 지위와 권력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본교생이라는) 권력에 굴복하고, 잘못이 없는데도 저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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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kimdh030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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