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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날 수 없다면 편지 한 장만이라도…”

네덜란드 입양인 소냐의 10년 사모곡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나를 만날 수 없다면 편지 한 장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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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개봉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어릴 적 스웨덴으로 입양된 20대 여성이 한국의 친부모를 찾는 여정을 다뤘다. 24년이 흐른 지금도 많은 ‘수잔 브링크’가 친부모를 찾아 곳곳을 헤맨다. 네덜란드 입양인 소냐 반덴베르흐 씨가 그렇게 길을 나선 것도 벌써 10년째다.
“나를 만날 수 없다면 편지 한 장만이라도…”

소냐 반덴베르흐 씨(오른쪽)와 한국에서 낳은 딸 애령 양.

1991년 최진실 주연의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Susan Brink‘s Arirang)’은 수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릴 적 스웨덴으로 입양된 20대 여성의 ‘부모 찾기 여정’을 다룬 영화였다. 24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떠도는 수많은 ‘수잔 브링크’가 있다. 생후 3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된 소냐 반덴베르흐(37) 씨도 그중 하나다.

만우절인 4월 1일, 그야말로 거짓말 같은 사연을 담은 기사가 ‘동아일보’에 실렸다. 25년 전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한인 쌍둥이 자매의 감동적인 재회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미국 영화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1987년 11월 부산에서 태어난 서맨사 푸터먼 씨와 아네 보르디에 씨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다.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푸터먼 씨의 얼굴을 유튜브 동영상에서 확인한 보르디에 씨가 페이스북 계정으로 푸터먼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기사를 읽고 나니 이틀 전에 만난 소냐 씨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만약 엄마를 만난다면 제일 먼저 엄마 얘기를 듣고 싶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를 임신한 기간 동안 어땠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엄마 가족은 누구인지. 또 내 아버지는 누구이고 뭘 하는 사람인지도 묻고 싶다.”

‘권리’와 ‘사생활’

2010년 8월,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 땅을 밟은 소냐 씨는 현재 미국인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14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다. 이화여대 대학원(여성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 발표를 남겨둔 그는 “논문 중간 발표 시점을 4~5월로 잡고 있고, 올해 안에 논문 발표를 마치고 싶다. 학업을 마치면 네덜란드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친부모를 찾기 위해 이 땅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8개월 남짓. 그때까지 친부모를 못 찾으면 ‘잃어버린 뿌리’를 평생 그리워하며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엄마 사진이라도 한 장 있었으면 좋겠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엄마 이름과 옛 주소를 쳐서 엄마와 비슷한 또래의 한국 아줌마들 사진이 나오면 유심히 본다. ‘혹시 이 사람이 우리 엄마가 아닐까? 아니면 이 사람일까?’ 하면서 온갖 추측과 상상을 해본다.”

그동안 백방으로 부모를 찾아 나섰지만 지금껏 흔적조차 찾지 못해 애가 탄다. 2005년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부터 따지면 10년 넘게 이 땅을 헤매고 다닌 셈.

“네덜란드에 있을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서 입양 기록을 찾아봤다. 대학 시절에는 방학 때 두 차례나 한국에 왔다. 나를 입양 보낸 기관을 여러 차례 찾아갔다. 해외 입양인의 뿌리 찾기를 도와준다는 곳(중앙입양원)에도 전화를 했지만 친부모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얼마 전에는 경찰서 실종아동신고센터에 가서 ‘부모를 찾아달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심부름센터도 알아봤는데 200만 원이 든다고 했다. 거기에라도 맡겨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애를 쓰고 발품을 판 끝에 그가 손에 쥔 것은 출생증명서와 입양아동조서, 네덜란드로 출국하기 직전 입양기관에서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이 전부다.

“입양기관에 여러 번 전화해서 엄마의 이름과 (출생 당시)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기록에 담긴 다른 내용은 말해줬지만 이름과 주소는 ‘산모의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직접 찾아갔더니 엄마 이름과 본적을 가린 출생증명서를 보여줬다.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어렵사리 서류를 복사해 받을 수 있었다.”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인이 중앙입양원 또는 입양기관이 보유한 본인 관련 입양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할 경우 두 기관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공개해야 한다. 친생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친생부모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제36조 ‘입양정보의 공개 등’). 소냐 씨를 비롯한 많은 입양인이 친부모의 이름조차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친생부모의 동의’ 때문이다.

“입양기관에서 ‘입양인들은 부모를 찾고 싶어 하고, 친생부모들은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어 해 양측의 입장이 충돌한다’고 했다. 부모의 사생활만 중요한가. 내 권리는 왜 보장해주지 않는 건가.”

신공덕동 조산소

소냐 씨는 입양기관에서 받은 기록을 통해 태어난 지 30여 년 만에 출생 당시 상황, 입양 전 한국에 머문 흔적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가 보여준 출생증명서와 입양아동조서 복사본의 내용은 이러했다.

‘출생아의 모(母) 김순자. 나이 만 21세. 본적 경기도. 산모 주소 경기도 ○○(시). 출생장소 마포구 신공덕동 139-13 이정숙조산소. 출생일시 1979년 2월 10일 오전 5시 35분. 성명 김은영(金銀英). 출생아의 건강상황 체중 3.9㎏ 키 50㎝. 아동의 체구 보통. 건강상태 우(수). 친부(親父)는 친모(親母)가 말하지 않음으로 일절 미상. 아동 인상은 둥근 용모에 건강한 여아. 머리숱 많고 까만 머리가 매력적임. 우유를 매우 힘차게 잘 빨며 소화력이 좋고 잠을 잘 잔다. 매일 목욕하는데도 울지 않고 기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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