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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에 길을 묻다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 역사는 반복된다”

여불위와 성완종의 정경유착

  • 김영수 | 사학자, 중국 史記 전문가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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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완종 리스트’가 온 나라를 뒤흔든다. 우리 정치와 재계의 천박한 수준과 민낯이 드러났다. 추문의 결말이 어떻게 나든지 국격(國格)은 치명상을 입었다. ‘사기’ 속 인물 하나가 떠올랐다. ‘정경유착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여불위다. 그의 행적과 최후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많이 닮았다. 그러나 ‘철학’은 전혀 달랐다.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 역사는 반복된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정치 도박에 성공한 여불위.

여불위(呂不韋)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조(趙)나라 출신의 대상인(大商人)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를 하면서 거금을 모은 대부호로 수완이 뛰어나고 이재에 밝았다. 중국 ‘전국책’에는 여불위가 아버지와 나눈 대화 한 토막이 기록돼 있는데,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적 도박을 감행하기 직전의 대화로 추측된다.

여불위 : 아버지, 농사를 지으면 이윤이 얼마나 남겠습니까.

아버지 : 잘하면 10배쯤 되겠지.

여불위 : 보석 따위를 팔면 어떻겠습니까.

아버지 : 100배쯤 남지 않겠니.

여불위 : 누군가를 왕으로 세우면요?

아버지 : 그야 따질 수가 없지.

당시 여불위는 사업차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찾았다가 우연히 진나라에서 인질로 온 자초(子楚)를 발견한다. 자초의 신분을 확인한 순간 여불위는 엄청난 사업을 구상했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그도 상인)에게 가르침을 청하면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당신을 키워주겠소”

여불위가 자초를 발견하고 어떤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확인되는 건 그가 자초를 ‘미리 차지해 둘 만한 기이한 물건’이란 뜻의 ‘기화가거(奇貨可居·‘기화’의 유래)’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지금 사두거나 투자하면 언젠가는 큰돈이 되거나 큰 역할을 해낼 투자 대상으로 본 것이다.

자초는 진나라의 다음 왕위 계승자인 태자 안국군(安國君)의 20여 명에 말하는 아들 중 한 명이다. 진나라와 조나라 사이의 인질 교환에 따라 조나라에 와 있었다. 자초의 서열은 중간 정도였고, 어머니 하희(夏姬)는 안국군의 총애와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자초가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에도 진나라는 여러 차례 조나라를 침범했고, 그 때문에 조나라 왕은 몇 차례 자초를 죽이려 했지만 그때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엄연히 진나라 왕실의 핏줄인 자초는 자기 나라에서조차 외면당한 채 조나라 수도 한단을 떠도는 신세로 전락해 있었다.

여불위는 그런 자초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투자를 담보할 만한 유용한 정보 하나를 얻었다. 안국군, 즉 자초의 아버지가 총애하는 초나라 출신의 태자비 화양(華陽)부인에게 아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불위는 이 정보가 갖는 중요성을 직감했다.

안목 있는 장사꾼이라면 상품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진 이상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 여불위는 자초를 찾았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화다.

여불위 : 내가 당신을 키워주겠소.

자 초 : 먼저 당신이 커야 내가 크지 않겠소?

여불위 : 잘 모르시는군요. 저는 당신이 커짐에 따라 커진답니다.

자초는 여불위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자리를 권하고 밀담을 나눴다. 여불위는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거론하며, 현재 안국군의 아들 20여 명 중 아무도 안국군의 눈에 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초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며 희망을 주었다. 뜻하지 않은 후원자를 만난 자초는 계획이 성공하면 진나라 땅을 함께 나누겠노라 약속했다.

여불위는 차기 왕위 계승자인 안국군이 총애하는 화양부인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계획을 세우고는 진나라 수도 함양으로 향했다. 이에 앞서 자초에게 500금에 달하는 충분한 ‘품위유지비’를 제공해 조나라의 유력 인사들과 두루 교제하도록 했다. 조나라 조야(朝野)에 자초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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