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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마지막회

칭찬에 춤추는 고래는 과연 행복할까?

자사고 폐지 논란에서 실종된 것

  • 허태균 |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taekyun.hur@gmail.com

칭찬에 춤추는 고래는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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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청년들은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해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세속적 성공 외엔 삶을 평가할 다른 가치를 갖지 못해서 실패자요 피해자다. 
칭찬에 춤추는 고래는 과연 행복할까?

지난해 5월 11일 서울 진선여고에서 열린 특목고·자사고 입시설명회

한국 교육이 정상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학부모가 거의 없는 것 같다. 현 교육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른 교육 기회를 찾아 대안학교, 홈스쿨링, 조기 유학을 선택하는 적극적 학부모나, 한국 교육에 철저히 순종하며 입시교육에 몰입해 그 나름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또 다른 적극적 학부모, 아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거나 자포자기한 학부모 모두 현재의 교육은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입시에 함몰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언제나 정치 논쟁 및 공약의 주제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수장을 선출하는 교육감 선거 때는 현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놓고 경쟁한다. 물론 그 어떤 교육감도 공약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고, 실시했더라도 실효성이 없었기에 한국 청소년 대부분은 아직도 지옥 같은 교육체계 안에서 고통받는다. 

교육 양극화 주범이 자사고?

최근에는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선출된 다수 교육감이 취임하자마자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이들이 내세운 자사고 폐지 근거는 지금의 자사고가 교육의 다양성과 건학 이념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근 대학입시에서 외고와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엄청난 성공을 이뤄내는 것이 논란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너무나 명확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받는 외고와 자사고에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 출신이면서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이 진학하면서 사회 양극화와 교육 양극화를 심화했으며 일반고를 황폐하게 했다는 것이다. 일반고를 황폐화했다는 논리의 근거는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이 상대적 낙인효과 탓에 좌절하고 그래서 대학 진학에 더욱더 실패한다는 것이다.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이러한 논리의 대부분은 최소한 부분적으로 사실이면서 일리가 있다. 자사고가 없었다면 일반고의 수업 분위기가 지금보다는 좋았을 것이고, 우수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에 대한 낙인효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은 자사고에 진학했을 상위권 중학교 졸업생이 일반고로 진학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당연히 나타날 결과다. 이들이 일반고에 진학하니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하위권 중학교 졸업생 중에도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일반고에서 상위권인 학생들은 자사고에 진학했을 학생들과 같은 학교에서 3년 동안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더 낮은 내신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하위권 학생이 교내에서 더 하위권으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요즘 대학입시에선 수학능력시험을 중요시하는 정시보다 내신을 중요시하는 수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내신에서 불리한 자사고 학생들은 정시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가 더 많고, 일반고 학생들은 다양한 수시 제도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다. 자사고에 진학했을 우수한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했을 때 현재 일반고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더 유리해질지 불리해질지는 매우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사고 폐지가 현재 한국 교육이 직면한 교육 양극화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인지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분석이 필요할 듯하다.

‘일반고 전성시대’의 길

앞에서 살펴본 자사고 폐지 논란이 적절하지 않은 큰 이유는, 논리의 핵심이 대학입시와 입시 성적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양극화 주장의 기준도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며, 낙인효과의 근거도 입시성적이고, 면학 분위기도 결국 입시 공부를 얘기한다. 결론적으로 일반고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를 늘리겠다는 게 자사고 폐지 논란의 핵심인 것이다. 모두가 창의성이니 입시교육 지양이니 교육의 다양성을 외치지만, 결국 모든 정책은 대학 진학과 입시교육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국 학부모와 학생 대부분이 그것을 원하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교육철학의 부재를 보여주면서 결국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의 본질을 드러낸다.

문제는 자사고를 폐지하든 안 하든 일반고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학생이 배출되며, 교육의 성공을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전국 고교생의 3%에 불과한 자사고 학생보다 97%의 일반고 학생의 학력이 뒤처진다는 사실보다, 97%나 되는 일반고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칠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 대부분이 주장하듯 입시 위주 교육이 인성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면 입시 위주로 교육받은 자사고 졸업생은 궁극적으로 인생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결코 그러기를 바란다는 얘기가 아니다. 논리적 모순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97%의 일반고 학생이 현재 무슨 교육을 받는지, 다시 말해 자사고를 폐지하면 100%에 육박할 일반고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다. 일반고 학생에게 가르칠 (입시교육이 아닌) 무언가와 인성을 갖춘 진정한 인재를 키울 방법을 안다면 자사고를 폐지하건 안 하건 시간이 지나면 절로 일반고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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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균 |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taekyun.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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