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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출산보다 커리어 낳아도 ‘전업엄마 그 이상’

한국 - 대만 닮은꼴 ‘알파걸 딜레마’

  • 타이베이=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출산보다 커리어 낳아도 ‘전업엄마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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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만, 세계 5위 양성평등국
  • ● 합계출산율 0.895명…“저출산은 국가 안보 위협”
  • ● ‘최장 2년’ 육아휴직, 한국보다 널리 확산
  • ● “유리천장 여전”…알파걸 설득 ‘난제’
출산보다 커리어 낳아도 ‘전업엄마 그 이상’
3월 대만 외교부는 ‘대만 여성의 발전(Women’s Advancement in Taiwan)’이라는 주제의 방문취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외국 여기자들을 초청했다. 한국, 미국, 독일 등 11개국 13명의 여기자는 6일 동안 입법원, 행정원, 시민단체 등을 돌며 대만의 주요 여성 리더들을 만났다.

중소기업 오너 37%가 여성

“마흔네 살에 자본도, 네트워크도 없이 창업했습니다. 7년이 지난 현재 28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어요. 중국 알리바바가 선정한 대만 온라인업체 톱10 중 2위에 올랐고요.”(미셸 성 텐아트바이오테크 대표)

3월 9일 대만 타이베이 경제부 중소기업처에서는 여성 중소기업가 관련 콘퍼런스가 열렸다. 중소기업을 이끄는 예닐곱 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차례로 연단에 섰다. 금녀(禁女)의 영역은 없었다. 제조업, 소비재, IT, 농업 등 이들이 진출한 사업 분야는 다양했다. 예윈룽(葉雲龍) 중소기업처장은 “130만여 개 대만 중소기업 중 오너가 여성인 회사가 37%에 달한다”며 “이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나선 린샤오메이는 요즘 대만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여성 사업가다. 그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자마자 남편과 함께 ‘루이더간즈(瑞德感知·Thunder Sensing)’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CEO를 맡았다. 이 부부는 화재로 사망하는 인구가 매년 30만 명이 넘는다는 점에 착안해 스마트 화재 대피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상시 LED 표지판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출구 방향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린 사장은 “이 아이템으로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회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에서 월드챔피언을 받았다”며 “지난해 대형빌딩에서 실험한 결과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탈출 속도가 3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제 곧 서른 살이 되는 린 사장의 최대 관심사는 사업을 키우는 것. 그는 “자녀 출산은 몇 년 후에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대만은 아시아의 4마리 용 중 양성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나라다. 2013년 유엔개발계획 발표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세계 5위로, 한국(17위) 싱가포르(15위)를 훨씬 앞질렀다(홍콩은 순위에 없음).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는 여성 리더도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대만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HTC의 왕쉐훙(王雪紅) 회장과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을 꼽을 수 있다.

1등 부자도, 1등 대선주자도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HTC 공동설립자인 왕 회장의 순자산은 68억 달러로 대만 최고 부자다. 그는 최근 HTC의 CEO로 다시 경영 무대에 컴백했다. 차이 주석은 2012년 대선 때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의 턱밑까지 추격했던 제1야당 민진당의 대선 후보. 내년 1월 차기 대선에서 한 번 더 민진당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타이완정치대학 최연소 교수로 부임한 경력을 가졌다.

스야핑(史亞平) 대만 외교부 차관은 “수많은 대만 여성이 정치, 경제, 과학기술, 예술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대만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지위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행정원에 따르면 여성 종사자 비율이 방송 분야 35.5%, 예술 분야 48.3%에 달한다. 의사결정 권한이 따르는 고위직에 오른 여성 비율도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법조계에선 2007년 17.5%이던 여성 고위직 비율이 2012년 21.1%로, 스포츠계에선 같은 기간 13.1%에서 19.4%로 올랐다.

여성 파워의 대두는 대만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12%이던 여성 고위직 비율이 2012년에는 30%로 크게 상승했다. 스 차관도 대만 정부 내 대표적인 여성 리더다. 그는 주(駐)싱가포르 대만대표를 지내고 2012년 6월 차관에 임명됐는데, 외교부 장·차관 4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대만 내 여권 신장이 여타 아시아 국가들보다 앞선 배경을 살피려면 선거제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만은 초기 헌법부터 전체 입법원(국회) 의석 중 1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명시했고, 2004년에는 전국구 의원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대만의 선거제도 개혁과 여성 국회의원의 의회 진출 향상’, 하영애, 한국동북아논총 제67호). 이런 제도적 뒷받침을 배경으로 많은 여성 정치인이 배출됐고, 이들은 대만 사회의 양성평등 확대에 기여했다.

2012년 총선에서 당선된 입법원 의원 중 여성 비율은 33%에 달한다. 이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역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기준으로 15.7%에 불과하다.

‘싱글’ 아니면 ‘노 키드’

출산보다 커리어 낳아도 ‘전업엄마 그 이상’
“여러분 중에 싱글 있어요?”

훙슈주(洪秀柱) 대만 입법원 부의장 겸 대변인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몇몇 여기자가 손을 들자 그의 대답은 이랬다. “와우, 여러분은 성공하는 데 남자가 필요 없었네요!”

현재 입법원 여성의원 중 선두를 달리는 훙 부의장은 집권당인 국민당 소속의 8선 국회의원이자 교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싱글 여성. 과거에는 여성이 집안의 후광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예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훙 부의장이나 차이 주석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훙 부의장은 “대만은 여성 총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란 질문에 차이 주석을 내세운 민진당을 의식한 듯 “집권당엔 매우 직설적인 질문”이라며 웃었다. 최근 보도된 외신에 따르면 그는 국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만약 훙 부의장이 국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다면, 조만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여성 대(對) 여성’의 대선 레이스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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