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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본격 패셔니스타’ 주중엔 ‘살짝 패셔니스타’

패션의 정치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주말엔 ‘본격 패셔니스타’ 주중엔 ‘살짝 패셔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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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패션은 ‘몸의 연장’이며 ‘인격의 완성’으로도 통한다. 비주얼의 시대, ‘스타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의류와 액세서리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쇼핑에 돈을 물 쓰듯 할 순 없는 노릇. 사회생활을 하는 중산층의 패션 전략을 살펴봤다.
주말엔 ‘본격 패셔니스타’ 주중엔 ‘살짝 패셔니스타’
패션의 출발은 몸

패션의 출발은 옷이 아니라 몸이다. 몸매가 좋으면 대충 입어도 태가 난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몇 만 원짜리 원피스를 입어도 이목을 끈다. 정장을 입었을 때도 핏(fit)이 산다. 그러나 좋은 몸매가 날씬한 체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듬직한 체형으로 좋은 인상을 얻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몸에서 풍기는 건강미와 안정감이다.

“스타일 좋네”

실제로 사람들 대부분이 몸매의 약점을 감추는 데 패션을 활용한다. 일종의 눈가림 수단이다. 다리를 길어 보이게, 얼굴을 작게 보이도록,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끔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게 목표다. 이런 방법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 상대방이 연애 상대일 수도 있고, 비즈니스 파트너일 수도 있고,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떤 자리에서든 “스타일 좋네”라는 평가를 들으면 점수의 절반은 따고 들어간다.

완생 패션

드라마 ‘미생’ 열풍 이후 오피스 패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완생 패션’이다.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완벽하게 살아남는 패션 코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는 패셔니스타(멋쟁이)가 될 수 있을까?’ 이게 의문일 것이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면 가능한 일이다. 패션 감각은 상당 부분 후천적이다. 물론 탁월한 감각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은데, 이런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나 관련 사업가가 되어도 무방하다.

패셔니스타 대부분은 스스로 갈고 닦는다. 외모를 가꾸려고 성형수술까지 마다 않는 세상이다. 패션을 완성하는 길은 이에 비하면 훨씬 덜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즐겁기조차 하다. 옷이나 신발, 가방을 고르는 것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만큼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대충 고른다. 약간의 관심이 패션의 완성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살짝 패셔니스타’가 낫다

사회생활을 하는 중산층은 ‘본격 패셔니스타’보다는 ‘살짝 패셔니스타’가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 쪽이 더 안전하고 비용도 덜 들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본격 패셔니스타’로 돌변하더라도 주중 직장에선 ‘살짝 패셔니스타’로 충분하다.

구글 같은 기업은 평상복 차림 근무를 용인한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 CEO와 임원은 정장 차림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백만 원대 명품이나 맞춤복을 선호한다. 최근 기업 역사가 쌓이면서 3, 4세 오너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들 중엔 ‘본격 패셔니스타’가 더 많다. 그들과 똑같이 명품을 두를 수는 없다. 그래도 드레스 코드 정도는 맞춰주는 것이 좋다. 실력으로 눈에 드는 것은 기본이고 패션도 눈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충 입고 다니는 직원에 대해 가타부타 논평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속으로는 자기관리를 잘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패션 테러리스트의 자세

옷은 기본적으로 남의 이목 때문에 입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벗고 다녀도 된다. 외출할 때 아래위로 다시 살피는 이유도 남이 보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엔 ‘내 마음대로 입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옷의 사회적 기능을 망각한 이들이다. 몇몇은 다분히 자기 파괴적 옷차림을 고집하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된다. 이들은 무성의해 보이는 옷차림, 너무 풀어진 옷차림, 장소에 맞지 않은 옷차림을 개성으로 오인한다. 같은 직장의 상사나 동료가 비슷한 옷차림이라면 문제 없다. 하지만 서로 동떨어져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회사는 자유로운 영혼이 부담스럽다

패션 테러리스트들은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믿는다. 멋지다. 그러나 회사는 자유로운 영혼을 부담스러워한다. 오히려 상당수 조직은 영혼 없는 사람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옷을 대충 입는 것으로 알려진 그 자유로운 나라 미국에서도 공식 파티 땐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춰 입는다. 유교 전통이 남아 있는 한국에서 조직의 드레스 코드를 무시한다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다.

팬 서비스 일환으로

아침 출근길 거울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래! 아직 쓸 만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나는 팬 서비스를 하려고 나간다. 직장 상사도 동료도 부하도 모두 내 팬이다. 협력업체 관계자와 고객도 마찬가지다’라고 생각한다. 후자처럼 패션을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여긴다면 출근길이 한층 즐거울 것이다.

패션은 애초 남의 눈을 위한 것이므로, 남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게 차림새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출근 패션은 전적으로 팬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패션 테러리스트 중에는 이 부분에 태생적으로 둔감한 이가 적지 않다. ‘나의 내면적 가치와 실력으로 평가받으면 되지 뭐’라는 믿음에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교에서조차 군자는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체(體)는 오늘날의 패션에 해당한다. 또한 유교는 빈궁하더라도 차림새를 반듯이 하라고 충고한다. 이런 점에서 내면적 가치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이 내면적 가치마저 결정해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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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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