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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매가 한국화가 이우환 위작(僞作) 논란

“가짜라며 500만 원에 가져가라 했다”(컬렉터 B씨)
“지금껏 본 내 그림 중 가짜는 없다”(이우환)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최고 경매가 한국화가 이우환 위작(僞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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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Artnet ‘생존작가 톱 100’ 포함된 유일한 한국 작가
  • ● “가짜 진품 감정증명서와 함께 경매 통해 위작 유통”(경찰 관계자)
  • ● 감정평가원 백서, 171점 중 7점 위작으로 판정
  • ● 이우환 “감정(鑑定)의 기본은 작가에게 있다”
최고 경매가 한국화가 이우환 위작(僞作) 논란
6월 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 평일 낮인 탓인지 상가 안은 한산했다. 복도에까지 그림이며 고가구가 즐비하게 쌓인 이곳에서 가짜 그림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했다. 책상에 1호짜리 박수근 모작(模作)을 올려놓은 한 상인은 “박수근이나 이중섭 가짜 그림을 구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나는 원래 가짜를 취급하지 않지만 손님이 원하면 가끔 구해준다”며 “그림이 지방에서 와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 달 안에는 가능하다”고 했다. ‘이우환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가짜를) 구해주겠다”고 했다. 내친김에 경찰이 이우환 위작 사건의 주범으로 보고 있는 답십리 상인 A씨(65)에 대해 물었다. 그는 “그 집은 그림이 100점 있으면 101점이 가짜인 곳”이라며 혀를 찼다.

다른 상인은 “내가 A씨를 잘 안다”며 “그를 통하면 이우환 그림을 시세보다 30%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감정서도 있다”고 했다. 이 상인의 말이다.

“A씨는 평생 그림을 전문적으로 다룬 사람이다. 전국 유명 화가들 그림을 많이 갖고 있다. 매장에 내놓고 장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사람 창고를 내가 알고 있는데, 이우환 그림도 많다. 다만 그가 시세보다 싸게 파는 만큼, 그림을 다른 데 내다 팔려는 사람에겐 팔지 않는다.”

6월 말 한 일간지에 ‘위조된 이우환 그림 100억대 거래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A씨 등 7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신동아’의 확인 결과, 이 수사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내사(內査) 중”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가짜 진품 감정증명서 등을 첨부해 경매를 통해 위작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100억 원대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회화 시리즈로 대중에게 친숙한 이우환(79) 화백은 생존하는 한국 작가 중 가장 저명하고 작품 가격이 비싼 작가다. 3월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매체 아트넷(Artnet)이 최근 4년간 경매 낙찰총액을 기준으로 발표한 ‘생존작가 톱 100’에서 이 화백은 43위에 올랐다. 2011년 1월 초부터 2015년 2월 말까지 50개월 간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 그의 그림은 333차례 낙찰돼 낙찰총액 4972만 달러(약 562억 원)를 기록했다. ‘톱 100’에 든 한국 작가는 그가 유일하다.

국내에서도 이 화백은 높은 인기를 누린다. 7월 초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미술경제전문지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 따르면 이우환 화백의 작품 낙찰총액은 47억8339만 원으로 김환기(62억여 원), 박서보(48억여 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인기 작가에게 위작 시비는 숙명 같은 일이다. 국내 미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하 감정평가원)이 2013년 펴낸 10주년 기념백서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사문난적)에 따르면, 위작이 가장 많이 발견된 작가는 이중섭(108점)이고, 이어 천경자(99점), 박수근(94점) 순이다. 감정평가원은 감정을 의뢰받은 이우환 작품 171점 중 7점을 위작이라고 판정했다.

위작 논란 탓 ‘선별적 감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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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품의 위작 의혹은 2~3년 전부터 국내 미술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한 미술평론가는 “최근 2~3년 간 내가 본, 위작으로 의심되는 그림이 20여 점 된다”며 “그 그림들은 1970년대 후반에 그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조응’도 있다”고 했다. ‘조응’은 이 화백이 1990년대에 그린 회화 시리즈로 최근 국내 경매에서 100호 사이즈가 1억3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그러나 감정 전문가들이 위작이라고 판단한 그림들에 대해 이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반박해 감정평가원은 한때 그의 작품에 대한 감정을 중단했다. 감정평가원 관계자는 “진위를 판단하는 데 이 화백과 우리의 견해가 달랐다”고 했다. 감정평가원은 지난해 4월부터 이우환 화백 작품 감정을 재개했는데, 진품이 확실한 작품에 한해서만 ‘선별적’ 감정을 한다. 이 관계자는 “전시회 출품작 등 출처가 확실하고 소장 경위가 명확한 작품만 가려서 받는다”고 했다.

경찰이 위조 당사자로 주목하는 A씨는 1990년대 언론 보도에 두 번 등장한 인물. 1991년에는 천경자 화백의 가짜 그림을 판매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고, 1995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조선시대 고서화 위조단 적발’ 사건을 수사할 때는 가짜 그림 판매 혐의로 수배 대상에 올랐다.

A씨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오래전부터 화랑을 운영해온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의 화랑은 동대문구청이 관리하는 ‘동대문구 문화재매매업소 현황’ 목록에 올라 있다. 하지만 6월 말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간판만 내걸린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조규용 전 서울답십리고미술회 회장은 “A씨는 1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한 사람으로 중국을 드나들며 위작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답십리를 고미술 관광명소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일이 터져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취재 과정에서 이우환 위작 구입을 권유받은 적 있다는 미술 컬렉터 B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최근 3~4년 사이 C라는 미술품 중간상으로부터 78점의 작품을 샀다. 1~2년 소장한 뒤 경매에 내놓았다가 위작이란 사실을 알게 된 작품이 모두 21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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