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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뭉개고 포기각서 되살리고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 전쟁’ 百態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법원 판결 뭉개고 포기각서 되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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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원하자 이혼 후 양육비 문제로 고민하던 한부모가정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양육비를 주지 않던 이전 배우자 일부가 태도를 바꾼 것. 그러나 마음 떠난 전 배우자에게서 돈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법원 판결 뭉개고 포기각서 되살리고
“마음 같아선 하루 열두 번도 더 이혼하고 싶다”는 윤정연(가명·47) 씨. 그가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남편과 선뜻 갈라서지 못하는 건 갈수록 늘어나는 중학생 딸의 교육비 때문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버는 돈이 100만 원이 안 된다. 그걸로 생활하며 아이 키우기 버겁다. 남편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생활비를 달라고 하면 ‘네가 벌어서 쓰지, 왜 내 돈을 달라느냐’는 식이다. 그래도 부부로 묶여 있으니 닦달을 하면 몇 십만 원이라도 내놓는다. 저축해둔 돈도 없고, 이혼하면 지금 주는 돈마저 안 줄 거다. 아이 클 때까진 참아야지….”

여성가족부의 2013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 후 전 배우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5.6%에 불과했다. 83.0%는 이혼 후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혼을 망설이는 윤씨의 태도에 공감이 간다.

지난 3월 25일, 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겨워하는 57만(여성가족부 추산) 한부모가구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이행법)에 따라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이 개원한 것. 이행원은 자녀가 만 19세 미만인 이혼 또는 미혼 한부모가족,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조손가정, 만 22세 미만 취학(대학생 포함)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군 복무 후 복학한 경우 만 22세+군복무 기간) 양육자가 양육비 이행서비스를 신청하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상담, 협의 성립, 법률 지원, 채권 추심, 사후 모니터링 등을 지원한다.

양육비 포기각서 썼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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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실패하고 지난해 8월 이혼한 신모(55) 씨는 고교생 자녀를 홀로 키운다. 이혼 재판 당시 매달 5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한 전 부인은 양육비를 한 번 주고 끝이었다.

“여러 차례 양육비를 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업할 때 아이 엄마 명의로 대출받은 게 있는데, 그걸 양육비와 상계하자고 했다. 당장 빚 갚을 형편이 못 되지만 아이한테 들어갈 돈이 꼭 필요해 절박한 심정으로 이행원에 도움을 청했다.”

이행원의 도움으로 신씨는 전 부인으로부터 밀린 양육비 일부를 일시금으로 받고, 두 달째 매달 40만 원의 양육비를 받았다. 이행원 개원 4개월여 만에 신씨처럼 양육비를 지급받게 된 사례는 124건, 액수는 3억50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이행원에 쏟아진 상담 건수는 1만8280건으로 하루 평균 140여 건. 그중 양육비 이행서비스 신청이 4264건이다. 월 20만~30만 원의 양육비도 절실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2522명을 대상으로 한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취업률은 86.6%, 월 평균소득은 172만 원이다. 이들 중 57.8%가 전·월세(공공임대 포함)에 살고, 18.6%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 집을 전전하며 얹혀산다. 이행원에 따르면 4200여 명에 달하는 신청인 중 양육비 이행서비스 지원 1순위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가 43%를 차지한다. 가구소득이 전국 가구평균소득의 70% 이하로 2순위에 해당하는 신청인도 17%에 달했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전 부인 또는 전 남편의 가정형편과 생활수준이 어떨지 뻔히 짐작하면서도 양육비를 주지 않거나 받지 못한 사람이 10명 중 8, 9명꼴이다. 이혼 후 10년간 양육비를 못 받다 2년 전부터 매달 30만 원씩 받아온 지모(44)씨는 이행원을 통해 양육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이혼할 때 지씨가 써준 각서가 화근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아이를 내놓지 않으려 해서 ‘양육비는 필요 없으니 아이만은 내가 키우게 해달라’며 각서를 써줬다. 결혼 전에 직장생활을 한 경험을 믿고 재산 분할은커녕 위자료 한 푼 안 받고 아이와 단둘이 맨몸으로 나왔다. 설마 내 손으로 벌어서 아이 하나 못 키우겠나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행원 법률지원팀 노지선 팀장(변호사)은 이렇게 설명한다.

“양육권을 확보하려고, 혹은 우선 헤어지고 보자는 생각에 양육비 포기각서를 써준 경우 전 배우자에게 차마 양육비 달라는 소리를 못해 고민하다 이행원을 찾는다. 법이 바뀌어 2008년 6월부터 이혼숙려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양육비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이혼이 가능하다. 이때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는데, 법적 효력은 있지만 사정이 생겼다면 양육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구두 약속이나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고, 공증 받은 각서는 양육비부담조서와 마찬가지로 사정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재혼 후 전 배우자와 연락을 끊고 살면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혼 당시 자녀양육권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경제 상황이 바뀌어도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요구할 생각도, 줄 생각도 않는 사례 또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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