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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남녀관계 최신 트렌드 3

사랑도 우정도 아닌 값싼 금욕적 관계

‘20대의 대세’ 줄타기 연애 ‘썸’

  • 김규연 | 고려대 경제학과 yoyosis@korea.ac.kr

사랑도 우정도 아닌 값싼 금욕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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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장식품 내지 장난감”
  • ● “달달함은 OK, 진지한 연애는 NO”
  • ● “변덕 부리고 멋대로 하다 안 보면 그만”
  • ● “썸남썸녀 유행…너도나도 따라 해”
사랑도 우정도 아닌 값싼 금욕적 관계
고려대 여학생 K(23)씨는 지난 5월 같은 학교 남학생 D(22)씨를 미팅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자리를 파할 때쯤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후 둘은 자주 만났다. 같이 학교 앞 카페에서 공부하고 술을 마시고 기말고사 기간엔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다. 함께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쇼핑도 했다. 여느 연인처럼 매일 카카오톡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주위에선 둘에게 “달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둘은 서로 사귀는 연인관계가 아니다. 만나도 신체적 접촉은 거의 없다. 여학생 K씨는 “사귀자고 고백할 만큼 D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남학생 D씨도 K씨에게 “진지하게 만나보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남녀가 이렇게 친구도 연인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썸탄다’라고 한다. 썸은 ‘썸씽(something)’의 준말로 연애 이전의 호감을 느끼는 상태에 머무르는 것인데, 상대를 ‘사랑과 우정 사이의 장식품 내지 장난감’쯤으로 여긴다. 소유·정기고는 가요 ‘썸’에서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라고 썸을 묘사한다. 수많은 젊은이가 연애 대신 썸타기를 택한다. 이성을 안 만날 순 없지만 진지한 연애보단 가벼운 만남인 썸이 더 좋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지내”

여성지 ‘코스모폴리탄’에 따르면 썸은 대중문화의 인기 코드로 부상했고 ‘썸남썸녀’는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한 작가는 “썸 관계의 남녀 사이에도 ‘핑크빛 감정’이 오간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여학생 K씨도 “D에게 어느 정도 설렘을 느꼈다”고 말한다.

“D에 대한 설렘은 초반에 가장 컸어요. 시간이 갈수록 D가 점점 편해졌는데, 어쩌다 남자다운 면모를 보여줄 땐 또다시 설·#47132;죠. 물론 반대의 경우엔 마음이 확 식었지만. 이렇게 제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면서 ‘이 친구를 많이 좋아하진 않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진지하게 사귀기보단 그냥 이대로 지내도 괜찮을 것 같았죠. 가끔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술을 마실 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싫지는 않더군요.”

K씨와 D씨는 서로의 암묵적 합의 아래 썸타기를 하는 셈이다. 반면 많은 커플은 어느 한쪽이 ‘진지한 만남’을 거부하기에 썸타기를 한다.

영국의 한 대학에 유학 중인 Y(23)씨는 얼마 전 서울의 한 클럽에서 여학생 E(20)씨를 만났다. 알고 보니 둘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이었다. 둘은 서슴없이 호감을 표현했고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 4개월 뒤 Y씨는 둘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정의 내리고 싶어 했다. E씨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냥 이대로 지내”였다. Y씨는 별로 서운해하지 않으며 E씨의 말에 따랐다. 이후 둘은 각자 다른 이성을 만나고 있지만, 서로 어느 정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대생 I(20)씨는 지난해 미팅에서 대학생 C(20)씨를 만났다. 둘은 여러 번 데이트를 즐겼다. C씨가 “정식으로 사귀자”고 고백했을 때 I씨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C에게 호감이 있지만 진지한 관계는 싫다. 내가 원하는 건 썸의 설렘”이라고 말했다. “남자가 고백할 기미가 보이면 일부러 거리를 두는 편”이라고도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썸타기가 유행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심리’와 무관치 않다. 연인관계는 장점도 많지만 행동에 구속이 따른다. 예컨대 자주 통화해야 하고, 자주 문자메시지 보내야 하고, 자주 만나야 하고, 마음이 변치 않았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이런 속박은 싫고 이성관계의 달달함은 느끼고 싶어 고안된 것이 썸타기 관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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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연 | 고려대 경제학과 yoyosi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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