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집중분석

文정부 사람들의 다주택 배짱

“양도세 중과? 그래도 안 팔아!”

  • 입력2018-04-19 17: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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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9 관보 기준 文정부 주요 멤버 102명 중 36%(37명)가 ‘다주택자’  

    • 김현미 一聲에도 다주택 처분 7명 불과

    • 다주택자 중 20명 양도세 중과 대상

    • 장관 중 6명, 차관 중 11명

    •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이상 15명

    • 기재부·국토부 실장급 이상 5명, 4주택 소유자도

    • 국토부 1차관 매입 아파트, ‘재건축 부담금’ 위헌 소송 참여

    ※ 교육부는 “박춘란 차관은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를 매각하고 세종시 아파트 1채만 보유한 1주택자가 됐다”고 알려왔습니다.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2017년 8월 2일 김현미 장관 브리핑 발언)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셨으면 합니다.”(2017년 8월 4일 청와대 페이스북 영상에서 김현미 장관 발언) 

    일명 8·2 부동산 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직후 나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 발언이다.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양도소득세 중과. 대책 발표 다음 날부터 서울 강남구 등 투기지역에 3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양도세 기본세율(양도차익에 따라 6~40%)에 10%포인트가 가산됐다.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4월 1일부터로 예고됐다. 4월 1일부터는 장기보유공제 혜택도 주지 않기로 했다. 김 장관을 필두로 국토부는 “4월 1일 이전에 집을 팔든지, 개인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라”고 권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멤버 중 가장 먼저 집 팔았다는 소식을 알린 사람은 문 대통령과 김 장관. 3월 29일 관보를 통해 공개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선 전까지 살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연립주택을 3억4000만 원에 매도하고 경남 양산 단독주택만 보유한 1주택자가 됐다. 지난 1월 청와대는 홍은동 주택 매각 사실을 전하며 “퇴임 후 경남 양산 자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지난 2월 남편 명의의 경기 연천 단독주택을 친동생에게 팔고, 경기 고양시 아파트 1채만 가진 1주택자가 됐다. 국토부는 “사려는 사람이 없어 불가피하게 동생에게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양산과 경기 연천은 4월 1일 이후 양도세가 중과되는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다. 4월 1일 이후에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팔더라도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과 김 장관이 주택을 처분한 것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팔라’는 정책과의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보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이 2015년 이전에 비해 2016~2017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대치동’ 판 장관과 사들인 차관

    그렇다면 그 밖의 문재인 정부 주요 멤버들은 어떻게 처신했을까. 김 장관 말대로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을까. 

    3월 29일자 관보에 공개된 재산변동사항 신고를 통해 대통령,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이상 참모(45명), 국무총리 및 18개 부처 장·차관(43명), 그리고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실장급 이상 고위공무원(13명) 102명의 보유 주택을 확인한 결과, 다주택자가 44명(43%)에서 37명(36%)으로 7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3·29 관보에 실린 정기재산변동사항 공개는 2017년 말을 기준으로 한다. ‘여전한’ 다주택자 37명 중 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해 4월 1일 이후에도 보유할 경우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는 사람은 2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다주택자에서 1주택자로 신분을 바꾼 7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외에 대통령비서실의 한병도 정무수석비서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김상곤 교육부총리,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이다. 

    한 정무수석은 경기 성남 다세대주택을, 조 민정수석은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를 매도하고 1주택자가 됐다. 김영록 전 장관은 3월 중순 장관직에서 사퇴하고 6·13 지방선거에 나서기 전 전남 해남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용산에 아파트 1채만 보유한 1주택자가 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 때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강남 대치동 아파트를 대체 언제 팔거냐”고 질타를 받아온 김 교육부총리는 3월 말 본인 소유의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94.49㎡)를 23억7000만 원에 팔았다. 야당 측은 문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으며, 대치동에 아파트를 가진 김 부총리가 수혜자가 됐다며 비난해왔다. 김 교육부총리가 보유하던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동일 면적 아파트는 지난해 4,5월 19억 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지난 1월에는 25억8000만 원까지 실거래가가 치솟았다. 1년도 채 안 돼 6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김 교육부총리는 이 아파트를 1984년 4000만 원에 매입해 34년간 보유했다. 만일 4월 1일 이전에 팔지 않았다면, 추후 매도할 때 10억 원이 넘는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김 교육부총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1채 더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요건을 충족해 양도세 중과 대상이다. 장기보유공제 혜택도 사라지고, 양도세에는 최고 50%의 세율이 부과된다((2,370,000,000원-40,000,000원)×(0.4+0.1)=1,165,000,000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에서 1차관으로 승진하면서 도시주택 정책을 총괄하게 된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세종시 어진동 아파트를 정리한 뒤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새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손 차관은 대치동 쌍용2차아파트(전용면적 120.76㎡)를 16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단지가 최근 헌법재판소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 11개 단지 중 하나라는 점이다. 대치 쌍용2차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단지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현재는 시공사 선정 중이다. 최근 가격 상승도 가팔라 지난 2월 손 차관이 사들인 것과 같은 전용면적(120.76㎡) 매물이 20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7개월 만에 4억 원이 뛴 것.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 아파트와 같은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최상의 재테크”라는 말이 도는데, 손 차관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전 손수 그러한 전략을 실천한 셈이다.

    차관·실장들, “집 안 팔아”

    3·29 관보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의 비서관 이상 참모(총 45명)는 3명 중 1명꼴(15명)로 다주택자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와 은퇴 후 지낼 목적에 구입했다는 경기 가평 단독주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집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것”이라고 발언한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양천구 목동 복합건물(주택 및 상가)을 갖고 있다.
     
    3주택자도 4명이다.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이 그렇다. 특히 차영환 비서관은 ‘알짜’ 지역 부동산만 3채를 보유한다. 서울 송파구와 세종시에 아파트 한 채씩, 그리고 서울 강남구에 복합건물을 갖고 있다. 

    국무총리 및 장관 중에 다주택자는 6명이다(강경화, 유영민, 송영무, 도종환, 박능후, 김영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첫 재산신고 때와 동일하게 4채의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주택자였으나 서울 강동구 오피스텔을 팔고 서울 송파구 아파트와 경기 양평에 단독주택을 가진 2주택자가 됐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각각 1채씩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다주택 현황이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피한 이들은 청와대 및 장관 ‘아래’ 각 부처 차관과 실장급 고위공직자다. 이들의 다주택 보유 현황은 어떨까. ‘사는 집 아니면’ 팔았을까. 

    지난해까지 18개 부처 23명의 차관 중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다주택자다. 12명 중 올해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전에 다주택자 꼬리표를 뗀 사람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로 갈아탄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이 유일하다. 나머지 11명은 여전한 다주택자로, 이 중 4명은 4월 1일 이후 양도세가 중과되는 서울과 세종시 등에 2채 이상을 갖고 있다. 박춘란(교육부), 김현수(농림부), 권덕철(보건복지부), 강준석(해양수산부) 등 양도세 중과 대상 차관 ‘4인방’은 모두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불패 신화’로 통하는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처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다. 두 부처의 실장급 이상 13명(장·차관 제외) 중 다주택자는 5명이다. 기재부의 정무경 기획조정실장, 구윤철 예산실장과 국토부의 김재정 기획조정실장, 유병권 국토도시실장, 구본환 항공정책실장이다. 이 5명 중 올해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전에 집을 처분하고 다주택자 명단에서 빠져나온 이는 한 명도 없다. 양도세 중과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범을 보이기 위해’ 주택을 처분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5명 중 3명(정무경, 구윤철, 김재정)은 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을 보유한 양도세 중과 대상이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은 4주택자로 아파트 두 채(서울 강남구 및 세종시)와 서울 마포구 단독주택, 경기 성남시 분당 복합건물을 보유한다.

    “고위공직자부터 진정성 보여야”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용기 의원(자유한국당)이 1급 이상 공직자 655명의 재산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275명으로 42%에 달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도 80명(5%)이었다. ‘신동아’가 주요 멤버 102명에 한정해 최근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용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정 의원은 “저마다 사유가 다양한 다주택자 전체를 죄인 취급하는 부동산 정책관은 잘못된 것”이라며 “거기에 더해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고위직의 다주택 현황을 따로 파악하고 있진 않다”며 “국토부가 나서서 개인의 재산에 어떤 조취를 취하라고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당사자들이 정책 방향에 부합되는 쪽으로 선택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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