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재계 이슈

포스코 차기 회장의 조건

“주인의식으로 땅에 떨어진 직원 자긍심 살려야”

  • 입력2018-05-2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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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 원칙, 윤리, 영감, 그리고 포스코 정신 필요

    • “회장 철밥통 승계하는 밀실 평가 방식 바꿔야”

    • 승계 카운슬 객관성 위해 배심원 추가 의견도

    • 이구택 라인 vs 권오준 라인 vs 문재인 정부 라인 vs 기타

    • 6월 말 최종 후보 확정, 이사회에서 선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4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사의를 표명한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4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사의를 표명한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포스코 새 CEO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권오준 회장의 사임 선언 이후 차기 수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포스코 안팎에서 언급되는 이들이 있지만, 특정한 인물 선정 이전에 그들이 갖춰야 할 요건이 여럿 제시된다. 그만큼 포스코가 안고 있는 과제가 많다는 뜻이다. 

    민간기업의 수장으로 누구를 뽑느냐를 두고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50년 포스코의 역사를 알게 되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포스코는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민기업이란 말에 걸맞은 회사다. 포스코 설립의 종잣돈은 대일청구권 자금이다. 즉 조상들의 36년간 식민지 생활의 대가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1969년 12월 3일 한국 종합제철소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한일기본협약 조인식이 열렸다. 포철 1기 완성을 위해 3년에 걸쳐 일본이 제공키로 한 자금은 총 1억2370만 달러. 박태준 전 명예회장은 이를 ‘조상의 혈세’라고 강조했다. 이후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도 바뀌는 굴욕을 겪었다. 물밑에서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사퇴 압력 있었나

    권오준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선언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3월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권 회장은 “정도(正道)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겠다”며 직무 수행 의지를 다시 밝혔지만, 18일 만에 갑자기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포스코가 새로운 백 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열정적이고 능력 있으며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권 회장의 ‘중도하차설’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권 회장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인단에서 제외됐고, 11월 인도네시아와 12월 중국 방문단에서도 빠졌다. 올해 2월엔 국세청이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로 압박했고, 검찰도 고발사건 등을 조사하면서 권 회장을 압박했다. 시민단체 사회연대포럼,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등은 3월 2일 포스코가 2011년부터 무분별한 해외 투자로 회사에 1800억 원대 피해를 주었다고 정준양 전 회장, 권오준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에 대해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회장이 직접 밝힌 사임 이유 외엔 설득력 있는 이유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이 사의를 표한 이상 이제 중요한 것은 차기 회장을 뽑는 일이다. ‘포스코 승계 카운슬’은 1차 회장 후보를 5월 말까지 발굴하고 몇 차례 논의한 뒤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러면 포스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면접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포스코는 5월 1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임시주총 기준일을 5월 31일로 공고했다. 이날부터 3개월 이내 주총을 개최해 추천된 단일 후보를 선출한다. 포스코는 선임 일정을 앞당길 계획임을 밝혔는데, 6월 말 최종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옵션에 격노한 박태준

    승계 카운슬은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되는데, 김주현(파이낸셜뉴스 대표)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박병원 이사후보 추천 및 운영위원장, 정문기 감사위원장, 이명우 평가보상위원장, 김신배 재정 및 내부거래위원장 등이다. 이들은 차기 회장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포스코그룹 100년을 이끌어갈 수 있는 혁신적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영 역량과 혁신 역량, 철강·인프라, 신성장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추진 역량이 있는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할 방침이다. 

    ‘신동아’는 포스코 임직원, 대학교수 등 전문가에게서 차기 포스코 회장이 갖춰야 할 요건, 현재 승계 카운슬의 문제점, 그리고 포스코가 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답변을 종합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차기 회장은 포스코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포스코 정신이란 무엇인가. 

    “포스코의 창업 정신은 제철보국이다. 철 생산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민간기업이지만 아직도 국민기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어느 조직이든 태동 당시의 정체성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포스코 정신에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사명감이 있었다. 

    물론 제철보국이라는 창업 정신과 미션은 어느 정도 달성됐기 때문에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회사 발전을 위해 구성원과 경영층이 헌신해야 하는데, 그런 의식과 자긍심마저 무너졌다는 것이다.” 

    포스코 정신은 어떻게 무너졌나. 

    “지난 10여 년 경영진이 교체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고, 정치권의 청탁을 수용한 것이 문제였다. 또 그 이전에는 경영진이 과도한 스톡옵션을 받으면서 경영층과 일반 사원 간의 보상금 차이가 너무 커졌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스톡옵션을 받아 수십억, 수백억 원을 가져간 경영진이 있었다. 이후 임직원들의 선공후사 정신과 기업 사명이 흔들리게 됐다.” 

    유상부 전 회장은 2001년 회장 10만 주, 사장 5만 주 등 임원에게 주식을 무상 공여하는 스톡옵션제를 도입했다. 뒤를 이은 이구택 전 회장도 다시 스톡옵션을 무상 공여했는데, 박태준 전 회장의 격노로 2005년 이 제도는 폐지됐다.

    왜 S대 공대 마피아인가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군. 왼쪽부터 구자영 전 SK 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전윤철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군. 왼쪽부터 구자영 전 SK 이노베이션 부회장,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전윤철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CBSi-더스쿠프 2015년 보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권오준 회장, 정준양 전 회장 등 전·현직 포스코 고위관계자 33명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829억 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챙겼다. 권 회장은 14억3990만 원(총 차익금은 30억9806만 원), 정준양 전 회장은 22억8487만 원(총 차익금은 50억4395만 원) 등이다. 이구택 전 회장은 279억7384억 원, 윤석만 전 사장은 65억5771만 원의 차익금을 챙겼다. 경영진 45명이 스톡옵션으로 챙긴 차익금 총액은 1689억 원에 달한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2008년 매일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포스코 40년 역사에서 ‘국민기업 포스코’의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사건이 스톡옵션 도입”이라며 이 제도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차기 CEO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도 주인의식, 둘째도 주인의식이다.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자긍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회사 자산을 미끼로 제공하는 도덕적 해이는 더 이상 포스코 최고 경영진에게 있어서는 안 된다. 최고경영자는 윤리적 결함이 없어야 하며, 그것이 회사와 경영권을 보호하는 일차적 조건이다. 포스코 윤리의식의 원천을 항상 명심해야 스스로 윤리적 결함을 예방할 수 있다. 차기 CEO 선발 과정에서 국민경제 및 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포함해 국민기업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1998년 이후 회장(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이 모두 S대 공대(정 전 회장은 공업교육과) 출신이다. 이들은 ‘S대 마피아’로 불리며 경영권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차기 회장은 그런 학연 고리를 끊어야 하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물론 S대 공대 학맥 자체가 나쁘다는 비난은 아니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얘기까지 나왔을까. 전임자의 과오를 후임자가 은폐하고, 그 일각이 드러나면 총력을 동원해 변호했다. 차기 CEO는 포스코의 변화를 이끌 추진력과 참신성을 갖춘 인물이 발탁되어야 하며, 만에 하나라도 S대 출신 인사가 선정되면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인사 전횡 등 전임자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철강업이냐 신성장 사업이냐

    포스코그룹이 건설 무역 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본업은 철강업이라는 의견이 있다. 철강업을 강화할 CEO가 필요한가. 

    “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첫째, 포스코그룹은 무역 건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으므로 현재 구조에서는 철강업뿐 아니라 여러 비즈니스 경험이나 감각이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태준 전 회장이 포스코의 터전을 닦았고, 그 뒤에 이어받은 회장들은 철강 사업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다. 역량이 되지 않는 전 회장이 새로운 사업 다각화로 포스코의 경쟁력이 크게 무너졌고, 현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실적을 개선했지만 근본적 경쟁력을 회복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다른 의견은 철강 본업을 중시하는 것이 포스코의 변함없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경영 다각화, 복합 경영을 추진해왔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차기 회장도 일단 흐트러진 포스코의 폐단을 시급히 바로잡은 다음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일에 눈을 돌리는 게 옳다. 

    이처럼 차기 회장 앞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것이다. 철강 사업이 한계에 도달했으니 다른 신성장 비즈니스를 발굴해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과, 철강 비즈니스에 좀 더 집중해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 토론회나 전문가 질의응답을 통해 회장 후보들이 복안을 내놓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특정 후보가 선임될 경우 포스코가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경영자 전횡 막지 못하는 지배구조

    포스코는 사외이사 제도를 1997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도입했다. 이사회의 60%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는 구조다. 하지만 경영자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하는 현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가. 

    “포스코는 다른 회사에 비해 제도적으로는 모범적 외형을 갖췄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회장이 재벌 오너처럼 전횡할 수 있고, 실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견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이사회에서 CEO 추천이나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회사가(현 회장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것이 큰 문제다.” 

    정준양 전 회장은 재벌식 사업 다각화와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포스코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2011년 부채비율 1600%인 성진지오텍을 1592억 원에 인수해서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직후 이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스코플랜텍에 700억 원과 29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결국 이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현재 가동되는 승계 카운슬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공정하고 문제가 없는가. 

    “권 회장이 처음엔 이사회 요청으로 승계 카운슬에 참여했다. 그런데 거기서 빠지기로 한 점은 잘한 일이다. 중도 퇴임이므로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이전처럼 퇴임하는 회장이 후임 회장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재임 기간 내내 구설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승계 카운슬은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전임 회장의 입김과 외압을 차단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심원 성격으로라도 외부 전문가 5명 정도를 추가로 참여시켜야 한다. 주주, 고객, 근로자, 그리고 제철소가 있는 포항과 광양 지역 이해관계자가 배심원을 추천하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후보군 발굴에서 최종 후보 선정까지 평가 과정과 기준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평가 방법도 보완해서 1차 후보 검증에서부터 포스코그룹의 개혁 과제에 대한 소견을 심층 면접 형태로 물어야 한다. 최종 후보 2인 이상이 공정한 평가 과정을 통해 정해지면 최종 면접은 대선 토론처럼 집단 면접이나 토론을 하는 것도 이상적일 듯하다.”

    회장 후보 심층 면접

    심층 면접이란 어떤 형태가 가능한가. 

    “사외이사와 배심원이 검증 항목을 지정하고 비전 제시, 개혁 과제 수행 역량, 리더십 역량 등에 관해 후보군에게 묻는 것이다. 평가 기준을 미리 마련해서 평가자에 대한 사전 교육도 필요하다. 이 모든 진행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들이 포스코의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후보를 평가할 수 있다. 이사회가 CEO를 충분히 견제하는 선진적인 지배구조가 정착될 것이다. 또 포스코 회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담보돼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회장 선임 시 외압이 다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던 것은 그만큼 정치문화가 후진적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투명하게 제 역할을 한다면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압을 방어할 수 있다. 외부의 개입 여지가 없도록 프로세스를 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못한 포스코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에 자정 능력이 없으면 비상경영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회사의 100년 대계를 다시 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죽하면 기존 포스코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이번만큼은 마지막으로 정치권이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올까.” 

    외부 혹은 외국인이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율은 55%를 넘는다. 국내 최대주주는 11.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며, 기타 연기금의 지분율도 적지 않다. 외부인이라서 안 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외국인이라 해도 훌륭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기존 경영자 출신들은 내부 이해관계에 얽매일 가능성이 큰 단점이 있다. 다만 현재 포스코에선 구성원을 단결시키고, 그 에너지를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진과 일반 직원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은 후순위가 되지 않겠나.” 

    포스코 회장이 갖춰야 할 요건을 다시 정리한다면. 

    “첫째,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혼연일체가 되게 해야 한다. 둘째, 어떤 외압이 들어와도 굴복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배포가 있어야 한다. 셋째, 부정부패와 사리사욕을 멀리하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넷째, 국민기업답게 경제적 효율성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다섯째, 시대정신과 혜안을 갖고 4차 산업혁명과 남북 경제협력 시대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 인사냐, 외부 인사냐

    포스코 안팎에서 거론되는 차기 회장 후보군은 12명. 내부 인사로는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부문 1부문장(대표이사 사장)·장인화 2부문장(대표이사 사장)·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이, 외부 인사로는 김준식 전 사장·김진일 전 사장·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크게는 권오준 현 회장 라인(오인환, 장인화, 구자영, 김진일, 최정우), 이구택 전 회장 라인(박기홍, 이영훈, 김준식), 문재인 정부 라인(전윤철, 이희범), 기타(황은연, 오영호)로 분류된다. 이력 소개는 가나다순. 

    구자영(71) 전 SK 이노베이션 부회장은 1988년 포스코에 입사했다가 5년 근무한 인연이 있다.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부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재료공학 박사. 박근혜 정부에서도 하마평에 올랐다. 

    김준식(64) 전 사장은 광양제철소장, 포스코 사장을 지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 광주제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 MBA.정준양 전 회장 시절 등기이사였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초·중교 동창이다.

    김진일(65) 전 사장은 혁신기획실 상무, 포항제철소장, 탄소강사업부문장, 철강생산본부장, 포스코켐텍 사장을 거쳤다. 용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권오준 회장의 3년 후배다. 

    박기홍(60)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포스코 기획재무부문 부문장, 포스코 부사장, 포스코 사장을 거쳤다.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오영호(66) 전 코트라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냈다.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쳤다. 서울고, 서울대 화공과, 경희대 경제학 박사. 박근혜 정부에서도 후보군에 올랐다. 

    오인환(60) 사장은 포스코 철강사업부문 1부문장으로 철강사업 중심의 포스코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경북대 사회학과와 연세대 경제학 박사를 마쳤고 현 권오준 회장 체제의 2인자다. 

    이영훈(59) 포스코건설 사장은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장충고,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런던대 경제학 박사.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대학 동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 기대

    이희범(69)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올림픽의 성공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권오준 회장, 정준양 전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동문이며,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 

    장인화(63) 사장은 철강사업부문 2부문장으로 철강생산본부와 경영지원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권오준 회장처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출신으로 권 회장 후계자로 꼽힌다. 경기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미국 MIT 해양학 박사. 

    전윤철(79)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냈다. KPGA 회장,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 문재인 대선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은 권오준 회장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과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대우인터내셔널 CFO를 거쳤다.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 

    황은연(60) 전 사장은 철강마케팅 전문가로 포스코 CR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사장), 포스코에너지 사장, 포스코인재창조원장을 지냈다. 공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 최순실 씨 측의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거부했다. 

    추천 카운슬에서는 주주는 물론 노경협의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서치펌에까지 회장 후보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된 후보들 외에도 다양한 인물이 추천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회장이 선정된다면 정치권 개입 없는 포스코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최적의 포스코 회장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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