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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보디 프로필’ 유행

“젊고 멋진 몸이 내 이력서”

  • | 정래원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jrwmon@daum.net

‘보디 프로필’ 유행

  • ● “샤워장에서 머릿수건 두르고 한 컷”
    ● “창밖 자연광 받으며 한 컷”
    ● 인스타그램에 사진 27만여 장 등재
    ● ‘육체적 아름다움’ 동경
‘보디 프로필’ 유행
“자연광을 받으면서 창밖을 바라보는 몸짱녀 느낌으로 부탁드려요.” 

“다음 테마는 샤워 장면이니까 머리에 수건 두르고 갈게요.” 

화보 촬영하는 모델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20대들의 ‘보디 프로필’ 촬영 모습이다. 이들은 운동으로 만든 탄탄한 자신의 몸매를 어떤 주제에 따라 개성적으로 드러낸다. ‘탈의하는 테마’ ‘운동기구를 드는 테마’ ‘상의 탈의한 자연광 테마’가 인기다.


잘 가꾸고 SNS로 홍보

보디 프로필은 운동을 취미로 삼는 걸 넘어 운동으로 다진 자신의 몸 사진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보관하거나 자기 홍보에 활용하는 것으로, 20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젊고 멋진 육체를 동경하는 풍조’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을 즐기는 취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이라는 태그를 검색하면 관련 사진 25만7412장이 쏟아진다. 출렁이는 뱃살이나 처진 엉덩이가 아닌, 탄탄하고 생기 있는 육체다. 그리스 조각상 같은 몸이 더는 운동선수나 모델만의 것이 아니다. 

보디 프로필은 이력서에 첨부하기 위해 찍는 프로필용 사진에서 진화해 얼굴과 몸을 함께 강조한다. 탄탄한 몸을 철저한 생활 습관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이력으로 여긴다. 공들여 쌓은 스펙을 기록하듯, 섬세한 근육의 결이 살아나도록 한다. 촬영 시설을 갖춘 전문 스튜디오와 경력 있는 포토그래퍼를 주로 찾는 이유다. 

“보통 2~3가지 주제로 촬영하는데, 큰 틀만 정하면 나머지는 스튜디오에서 안내해줘요. 촬영이 처음이라 어색했는데,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금방 포즈를 잡게 됐죠. 매끈하게 보이게 하는 오일이나 간단한 운동기구를 쓰기도 하죠.” 얼마전 보디 프로필을 촬영한 최보라(여·29·웹디자이너) 씨의 설명이다. 

이용우(27·서울) 씨는 두 번에 걸쳐 몸의 변화를 기록했다. 원래 통통한 체형이었지만 운동을 취미로 삼고 촬영에까지 도전하면서 이제는 자타 공인 건강 체형을 유지한다. 

“어떤 각도로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져요.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아니까, 거울을 보면서 포즈를 연습했죠. 주로 어깨와 팔 근육이 도드라지도록 했는데, 스튜디오에서 적절한 조명을 받으니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오르자…

‘보디 프로필’ 유행
보디 프로필 사진들.

보디 프로필 사진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멋진 몸 사진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김태엽(29) 씨는 지난해 말 촬영한 보디 프로필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 사진이 한 포털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면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사진을 보고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한다. 이런 일은 보디 프로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다. 

김태황(31·IT엔지니어) 씨도 얼마 전 바디프로필을 촬영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김씨는 “운동과 관련된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보디 프로필을 업로드했는데, ‘좋아요’가 350개나 달렸다”고 했다. 이어 “모르는 사람들이 메시지로 운동 관련 상담을 요청해 오면 기분 좋게 답변해준다”고 했다. 

이용우 씨는 “운동하는 영상과 보디 프로필을 개인 계정에 올리면서 ‘운동하는 사람’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2년에 한번 꼴로 보디 프로필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좋은 영향력을 주려고 노력해요. 단순히 자신의 탄탄한 몸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인 태도와 건강한 습관을 공유하려는 것이죠.” 그러나 그는 “부모님은 SNS에 올린 사진을 내리라고 한다. 몸을 드러내는 것이 부모 세대에겐 어색한 것 같다”고 했다. 

요즘 많은 젊은이가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쓰는데, 보디 프로필은 여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운동이나 식단 관리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보디 프로필을 찍어서 올려야 한다’는 목표로 인해 마음을 다잡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디 프로필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엮어준다. 최보라 씨는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운동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혼자서는 힘든 운동 스케줄을 소화한다. 김태황 씨가 가입한 직장인 운동 동호회는 무려 세 개다. 사회관계망에 익숙한 20대들이 보디 프로필을 주제로 소통하는 셈이다.


아침마다 공복 유산소 운동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꺼내 찍는 ‘셀카’와 달리 보디 프로필은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몇 컷을 찍느냐, 어떤 스튜디오에서 찍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만~30만 원 든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인 만큼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프로필 촬영을 앞두고 한 달 정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해요. 흰 쌀밥은 멀리하고, 고구마나 현미밥을 끼니마다 100g씩 계량해 먹었어요. 유산소운동 비중도 높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유산소운동’에 들어가죠. 공복에 땀을 내면 지방이 더 잘 타거든요.” 올여름 두 번째 촬영에 도전하는 최보라 씨는 자신만의 팁을 가지고 또 한 번 몸을 조각해보려 한다. 

기상하자마자 러닝머신으로 향하는 것은, 지방을 걷어낼수록 섬세한 근육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식단에서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 비중을 높인다. 

보디 프로필을 촬영하고 피트니스 대회까지 섭렵한 김태황 씨는 4박 5일 출장을 떠나면서도 운동과 식단을 유지했다. “닭가슴살 2.5kg, 5일치 보충제, 운동복까지 준비해 출장을 갔어요. 출장지에 있는 헬스장에서 일일 이용권을 사서 운동도 빠짐없이 했고요.” 그는 남들이 부러워할 보디 프로필을 찍기 전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선택 사항이 있다. 살을 구릿빛으로 태우는 태닝도 그중 하나다. 구릿빛의 매끈한 몸은 근육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안양에서 태닝숍을 운영하는 서지연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헬스 트레이너나 전문 피트니스 선수들이 회원의 대부분이었는데, 요새는 일반인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직장 생활로 망가진 몸…”

몸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까지 생각하면 보디 프로필 촬영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역을 마친 후 운동을 꾸준히 해오다 보디 프로필을 촬영한 김태호(28) 씨는 “20대에서만 가질 수 있는 몸을 시각적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김씨는 “가끔 사진을 다시 보면서 이 몸을 최대한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과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도 얻는다. 보디 프로필을 촬영하는 20대 중에는 대학 생활이나 직장 생활로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보디 프로필을 찍기로 결심한 후 3개월 만에 11kg을 감량한 김모 씨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급격하게 살이 찌는 걸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과 식단 관리,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보디 프로필 촬영 후 이런 자기 관리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수업 때 우연히 해본 체질량 검사 결과에 위기감을 느꼈다는 한 보디 프로필 도전자는 “덕분에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얻었다”고 말한다. “주말엔 크로스핏, 마라톤, 웨이트 트레이닝 동호회를 찾아 함께 땀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 건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과한 촬영 욕심과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보디 프로필을 찍은 김모 씨는 “11kg을 감량하고 촬영할 때의 몸보다는 몇 kg이 찐 지금의 몸이 더 마음에 든다. 촬영에 적합한 몸은 일상 생활에서는 너무 말라 보인다”고 했다. 보디 프로필을 찍은 다른 사람들도 “촬영에 필요한 식단과 운동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정말 어렵다. 급격한 다이어트보다는 꾸준한 운동과 적당한 식단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비주얼 우위 시대의 단면

보디 프로필은 아름다운 육체로부터 행복을 얻는 결정적 계기가 될지 모른다. 음식, 운동, 자기 몸 사이의 상관성을 실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 씨는 “식단과 운동의 변화에 따라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민감하게 지켜보면서 내 몸을 기계 다루듯 통제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다른 보디 프로필 경험자들도 “30대, 40대, 50대가 되어도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디 프로필 촬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여든까지 가는 좋은 습관’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대는 ‘비주얼 우위 시대’를 산다. 미디어는 ‘아름다운 외모를, 매력적인 외모를,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지라’고 젊은이들에게 은연중에 주문한다. 보디 프로필은 이런 시대의 단면으로 비친다. 멋진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고 SNS를 통해 자기 홍보 수단으로 삼는 과정은 시각적 소통, 육체적 소통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말 그대로 몸이 자신의 프로필인 셈이다.


※ 이 기사는 ‘동아 미디어 기사쓰기 아카데미’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신동아 2018년 6월 호

| 정래원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jrwm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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