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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차별 현장 보고서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상한 ‘가족수당’

男직원이 女직원보다 최소 4배 더 받아

  •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상한 ‘가족수당’

  • ●기혼 여직원은 ‘가장(家長)수당’ 못 받아 손해
    ●세대주=남자? “명백한 남녀차별”
    ●고용부 “남녀고용평등법 9조 위반 시 벌금 부과”
    ●가톨릭중앙의료원 “9월 노사 임금단협에서 개선 방법 찾겠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서울 반포 소재 서울 성모병원 전경.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서울 반포 소재 서울 성모병원 전경.

국내 빅5 병원 중 한 곳인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직원 성별에 따라 수당을 차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동아’ 취재 결과,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같은 호봉의 같은 직급이어도 가장(家長), 즉 세대주 여부에 따라 가족수당이 다르게 책정된다. 

현재 가톨릭중앙의료원은 ‘급호(給號)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호봉이 오를 때마다 급여가 올라가는 제도로 기본급 외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추가 지급한다. 가족수당도 여기에 포함된다. 가족수당은 크게 기본가족수당과 가장수당으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는 별개 수당이므로 지급 범위와 지급 체계도 각각 다르다. 다만 직원 월급명세서에는 두 개 수당을 합쳐 ‘가족수당’이란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가장수당은 1995년 도입한 가톨릭중앙의료원만의 특별한 수당 제도”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가장수당에 기혼 남녀 간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직원들은 “사측이 오래전부터 산하 8개 부속병원(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의정부성모병원·부천성모병원·성바오로병원·인천성모병원·성빈센트병원·대전성모병원) 소속 직원을 상대로 가장수당을 차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수당, 세대주 누구나 신청 가능하지만…”

가족수당은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급 대상은 아니다. 박영기 노무법인 사람 대표(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는 “보통 기본급이 낮은 사업장에서 회사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해 직원과 그 가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가족수당 명목으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경우 대부분 회사는 가족수당의 지급 근거가 되는 자치규정을 두게 돼 있다. 

‘신동아’는 취재 과정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가족수당 지급 내규’와 ‘기본가족수당 및 가장수당 지급 체계’ 문건을 입수했다. ‘가족수당 지급 내규’는 가족수당의 구분 및 지급 범위를, ‘기본가족수당 및 가장수당 지급 체계’는 직원 급수에 따라 기본가족수당과 가장수당을 각각 얼마씩 지급하는지 밝히고 있다. 

먼저 기본가족수당은 직원 중 기혼자인 남녀 직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금액은 2만 원으로 성별이나 급수에 관계없이 액수가 동일하다. 반면 가장수당은 지급 사유 세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에만 해당되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지급 사유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법상 세대주)인 경우 ▲소득세법상 부양가족 공제 대상이 있는 가장의 경우 ▲가장이 아닌 직원으로서 배우자가 연간 소득이 없거나 가장수당 이하의 소득자인 경우다. 결국 세대주이거나 가족을 직접 부양하는 가장이라면 누구나 가장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가장수당은 기본가족수당과 달리 직원 급수별로 차등 지급한다(표1 참고). 금액은 최저 6만5000원(A급·8급)에서 최고 11만 원(L급·1급)이다. 따라서 가장수당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임금 차는 한 해 최고 132만 원에서 최저 78만 원이다. 

이 자체로만 보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실시하는 가장수당 지급체계에는 남녀차별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사측이 이러한 내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녀 가장수당 차이 최고 연 132만 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상한 ‘가족수당’
‘신동아’ 취재 결과 가톨릭중앙의료원 A부속병원에 근무하는 기혼 여직원 B씨는 가장수당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만 지금껏 가장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세대주인 B씨는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기혼 남직원들이 가장수당이란 명목으로 기혼 여직원보다 수당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뒤늦게 가장수당을 신청했으나 담당자로부터 “세대주이면서 배우자가 소득이 없어 생계를 책임지는 기혼 가장이어야만 가장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즉 남편이 직업이 있다는 이유로 가장수당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내규에는 분명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가장수당을 받을 수 있게끔 돼 있다. 

반면 B씨와 한 부서에서 근무하고, B씨와 같은 조건의 가족관계를 지닌 기혼 남자 직원 C씨는 기본가족수당에 가장수당까지 모두 받고 있다. C씨는 B씨와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소득이 있다. C씨의 2018년 7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가족수당 2만 원과 가장수당 7만 원을 모두 지급받았음을 알 수 있다. 결국 B씨에 비해 가족수당을 4.5배 더 받은 셈이다. 이를 1년치로 환산하면 B씨의 가족수당은 24만 원이고, C씨는 108만 원이다. 두 사람의 수당 차이는 무려 84만 원이나 된다. 

B씨와 C씨는 같은 해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고, 비슷한 시기에 A부속병원에 정규직으로 고용됐다. 직무가 같은 두 사람은 급수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사측은 가장수당 지급 내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기혼 남직원에게만 가장수당을 지급해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관계자는 “사측이 이러한 규정을 만들어놓고 남녀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가장수당을 차등 지급했다면, 이는 명백한 남녀 고용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 A부속병원 측은 “가족수당 지급 관련 사항은 가톨릭중앙의료원 규정상 외부에 밝힐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A부속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도 B씨와 비슷한 사례를 여러 번 제보받았다. 이 중에는 배우자 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어 가장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A부속병원 소속 근로자들은 미혼이어도 실제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면 남녀 구분 없이 가장수당을 받고 있다. 유독 기혼 여자 직원만 이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건 명백한 차별대우”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차별대우가 일부 병원의 일부 기혼 여직원에게 한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A부속병원 노조 측은 “이러한 차별은 비단 A부속병원뿐 아니라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부속병원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측은 “서울·여의도·의정부성모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속병원들은 자체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급여기준도 병원마다 상이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전체 병원에 대한 가장수당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가장=세대주=남성?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가장수당은 그 자체로 남녀차별을 조장한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가장수당 내규가 제대로 지켜진다 하더라도 기혼 여직원 중 세대주가 아닌 직원은 여전히 가장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82.4%가 남자가 세대주로 돼 있다. 여성이 세대주인 가구는 17.5%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동전문가들은 가장수당 수급 요건으로 명시된 ‘세대주’라는 조건 자체가 남녀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담당자는 “가장수당 지급 요건 중 ‘가장, 즉 세대주인 경우 지급한다’는 첫 번째 조항은 현실적으로 남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남녀 차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해진 급여 외에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해 지급하는 수당은 남녀 차별 없이 공평하게 지급돼야 한다. 이는 법적(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으로 명시된 사안이다. 

한편 가장수당은 가부장적 문화의 답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A부속병원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남성에게는 가족부양의 의무가 있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성이 가계의 주 소득자가 되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가장수당 문제는 사측이 반드시 시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게 우리 병원 노조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가족수당 지급 내규’는 1995년 7월 26일 마지막으로 개정된 뒤 무려 23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언제부터 가장수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가톨릭중앙의료원 구성원 대부분이 “이미 오래전부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가장수당이 문제로 여겨졌다”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D부속병원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가족수당 지급 내규에 관해 사측에 시정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체교섭 때마다 해당 안건을 주요 의제로 올렸지만, 매번 교섭 타결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올 하반기 예정된 단체교섭에서는 ‘세대주’를 포함한 세 가지 가장수당 지급 내규를 모두 삭제하고, 남녀 성별 구분 없이 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못 받은 가장수당, 소급 가능”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상한 ‘가족수당’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차별이 인정된 사업장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 명령이 떨어진다. 만약 사측이 시정 명령에 불복하면 해당 사건은 검찰로 넘겨져 사법절차를 밟게 된다.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예외는 아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할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업장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익명청원제도를 이용해 사업장의 남녀 차별 실태를 점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사측의 위법 내용이 밝혀지면 피해자는 3년 이내 가장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측은 “가족수당을 지속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지급 요건과 절차 등의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사안에 대해 사측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진행 예정인 임금 단체협약 교섭 논의사항에도 ‘가장수당 관련 개선 필요성’이 포함돼 있다. 노사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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