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호

20대 리포트

교환학생이 본 외국 대학

“무료 커피숍, 실무중심 강의… 한국 대학에선 못 느껴본 감동”

  • 입력2018-10-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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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하는 강의 기술

    • 사람 배려하는 서비스

    • 교수에 도전하는 평등 문화

    일본 게이오대학 내 무료로 운영되는 커피숍

    일본 게이오대학 내 무료로 운영되는 커피숍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은 해외에 있는 대학에 가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꿈을 꾼다. 교환학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경험한 것 중 일부는 우리나라 대학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교환학생들이 한국 대학에 견주어 외국 대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봤다.

    강의하는 기술

    “한국 대학에서 진행되는 전형적인 강의는 교단에서 교수가 파워포인트의 도움을 받아 혼자 말하고 학생들이 바쁘게 받아 적는 이론 중심-주입식 강의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가서 본 홍콩과학기술대학 강의는 달랐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생 박모(여·24) 씨의 말이다. 

    “나는 홍콩에서 파생상품 수업을 들었다. 그 교수는 수강생들이 각종 금융상품을 실제처럼 거래하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에 접근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주식과 선물옵션, 채권을 거래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테크닉과 방식”

    비슷한 강의가 한국 대학에도 개설돼 있다. 그러나 수강생들은 이런 실용적 자극을 받지 못한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생 임모(여·24) 씨는 싱가포르국립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상호적 협상 플랫폼을 사용한 비즈니스 협상 수업을 꽤 만족스럽게 들었다. 



    “한국 대학에도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협상 코스를 두고 있지만, 그것들은 면대면 대화에 제한된다.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는 협상도 있다. 새로운 기술이 밀어닥치는 요즘, 우리는 다른 플랫폼을 활용한 협상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을 싱가포르대학의 프로그램으로 배웠다. 이 온라인 프로그램은 화상대화, 글, e메일을 활용해 비즈니스 협상을 진행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해준다. 이 프로그램에서 나는 한번은 커피전문점 업주로 거래처를 상대했고, 다른 한번은 자동차 제조회사의 대표로 노조를 상대했다. 실제 삶과 연관된 이런 귀에 꽂히는 강의로 많은 것을 얻었다.” (임씨) 

    북미·서유럽·호주·홍콩·싱가포르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온 학생 중 상당수는 “이 대학들은 강의시간에 최신 교육기술을 활용해 실무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한다. 이론 중심 교육 대신 학생들이 원리를 현실 문제에 직접 적용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강의 기술 측면에서 외국 대학이 더 나아 보였다”고 했다.

    부대 서비스와 시설

    한양대 심리학과 재학생 한모(26) 씨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툴레인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학교 주변을 이동할 때 무료 자동차 서비스를 이용했다. 오전 7시 이후 캠퍼스 타운 안에 있는 모든 재학생에게 이 교통 서비스가 제공됐다고 한다. 한씨는 “수업 후 기숙사로 돌아갈 때마다 혹은 외식하고 늦게 기숙사로 돌아갈 때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용한 서비스인데, 한국 대학에선 어렵겠지”라고 말했다. 

    교환학생들은 외국 대학들이 사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점을 높이 샀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동원된다고 한다.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학사 과정 학생들 사이에 다리 놓아주는 프로그램이 한국 대학엔 거의 없다. 있더라도 피상적이고 일시적이고 깊이가 없다.” 

    고려대 국제학부 재학생 김모(23) 씨의 말이다. 김씨는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 있는 동안 ‘글쓰기와 연구 센터’에서 학술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커피숍에서 공부하라고 배려”

    일본 게이오 대학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연세대 언어학과 재학생 전모(여·23) 씨는 “캠퍼스 안에 재학생들에게 커피와 다른 음료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커피숍들이 있다. 한국에선 못 느껴본 감동이었다”고 했다. 

    게이오 대학은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커피숍을 운영하고 대신 기업들은 이 커피숍에서 채용 행사를 자유롭게 연다고 한다. 전씨는 “한국 대학이 도서관을 갖고 있지만 커피숍 같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나 같은 학생들을 배려하는 공간을 제공하진 않는다”고 했다. 전씨 말에 따르면, 요즘 많은 대학생은 커피숍에서 공부하기 위해 매주 상당한 용돈을 쓴다.

    수업 문화

    “스웨덴 대학의 주요 수업은 학생들에게 토론과 세미나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생 조모(여·23) 씨는 스웨덴 룬드 대학을 다녀왔다. “내가 ‘스웨덴의 사회 정책’이라는 수업을 들었을 때, 나는 학기 내내 노동·교육 정책 관련 토론에 참여해야 했다. 한국 교수들도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도록 독려하기는 한다. 그러나 스웨덴 대학들에서 수강생들은 단지 자신의 즉흥적 생각을 말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현안을 개선할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하도록 요구받는다.” 

    스웨덴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은 상하 관계가 아니며 양자 사이엔 수평적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한다. 조씨는 “이전에 나는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스웨덴에선 거리낌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국제학부 재학생인 김모(여·24) 씨도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상한 교수”

    홍콩과학기술대학 체육시설.

    홍콩과학기술대학 체육시설.

    “나는 교수가 강의 중일 때 손을 들어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교수를 방해하는 일로 생각했다. 많은 대학생은 수업 직후에 교수에 다가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들을 묻는다. 그러나 미국 대학의 수업 분위기는 정반대의 극단이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끊임없이 손을 들어 질문하면서 교수가 말한 것에 도전했다.” (김씨) 

    싱가포르국립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생 서모(여·22) 씨는 “과제는 부담스러웠지만, 교수가 강의 자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것을 도와줘야 하는지 끊임없이 물어왔다. 심지어 학생들 의사를 반영해 학기 중에 유연하게 강의 내용을 조정하기도 했다. 한국 대학에선 매년 같은 강의 자료를 쓰는 교수가 많은데, 이런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국 대학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이 한국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외국어대 독어독문학과 재학생 이모(26) 씨는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힘든 일을 겪었다. 조별 기말 과제를 함께 수행해야 할 조원 모두가 수강을 철회해 이씨 혼자 이 과제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기말 직전에도 수강을 철회할 수 있는 규정 때문인데, 이는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기보단 포기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저널리즘 글쓰기’(영어강의·담당 허만섭 기자) 과목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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