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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 · 부단체장 ‘낙하산’ 기초단체 속앓이

광역단체 인사 ‘갑질’ 논란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사무관 · 부단체장 ‘낙하산’ 기초단체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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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에서 시·군에 내려보낸 5급 ‘낙하산’ 수두룩
  • ● 전남 신안군, 사무관 4명 ‘인사 보류’로 저항
  • ● 226개 시·군 219개 부단체장이 ‘광역 낙하산’?
  • ● 행자부 “인사교류 협의 없으면 시정 대상”
사무관 · 부단체장 ‘낙하산’ 기초단체 속앓이

(왼쪽부터) 전남도청 신안군청 지호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섬으로만 이뤄진 유일한 행정구역 전남 신안군. 사람이 사는 섬만 72개, 무인도까지 합하면 1000여 개에 달한다. 주민 대부분이 어업이나 수산업에 종사한다. 교통사정이 열악하다보니 육지에서 1시간 걸릴 거리가 이곳에선 하루가 걸린다. 2007년 말 한국 지방행정연구원이 전국 232개(현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서비스지수 조사 결과 전국 꼴찌였다.
종합병원이나 영화관은 꿈도 못 꾼다. 비디오방 같은 것도 없고, 그 흔한 약국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 주민이 노령화하면서 이들을 도와줄 공무 인력은 갈수록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신안군을 떠난 공무원이 81명이나 된다. 현재 신안군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가 707명이니 10%가량의 인력이 떠난 셈이다.
형편이 이런데도 고길호 신안군수는 2015년 8월 31일, 5급 사무관 4명에 대해 전격적으로 인사 보류를 단행했다. 단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 고 군수는 이렇게 설명한다(상자 인터뷰 참조).
“정상적으로 인사교류를 하려면 기초단체의 필요인력도 재고하고 최소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전남)도는 인사교류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일방적으로 5급 사무관을 4명씩이나 파견했다. 그게 부당하니 다시 도청으로 데려가라는 의미로 인사보류 조치를 했다.”
‘지방공무원법’과 ‘전라남도 지방공무원 인사교류 규칙’ 등에 따르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는 인사교류협의회를 구성하고 매년 1회 이상 회의를 열어 인사교류를 협의해야 한다. 1대 1 인사교류가 원칙이다. 또한 행정자치부의 ‘지방공무원 인사교류 운영지침’에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인사교류 과정에서 인사상 우대와 원 지자체 복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인사교류 협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했다.
신안군 측에 따르면 그동안 전남도와 신안군은 인사교류협약을 체결한 적도 없고, 심지어 인사교류협의회 회의 한 번 한 적이 없다. 이는 비단 신안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남 22개 시·군뿐 아니라 일부 광역단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조사한 ‘전국 시·군·구별 낙하산 인사현황’을 보면 5급 사무관 파견자가 가장 많은 곳은 84명에 달하는 경기도였다. 전남이 53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경북 47명, 경남 27명, 전북 14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광역시와 강원, 충북, 충남, 제주 등에서는 파견자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군 기초단체에서 광역단체의 5급 사무관 파견에 불만을 품는 것은 인사적체 때문이다. 5급 사무관 1명이 내려오면 6급 이하로 줄줄이 4명의 인사 적체가 발생한다는 것. 일선 시·군에서 9급으로 시작해 30년 넘게 근무하고도 읍·면장(5급) 한 번 못해본 채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은 이유다.
경기도는 이 같은 시·군의 불만을 해소하려 최근 5급 사무관을 포함해 시·군에 파견된 도 인력 모두를 복귀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제도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서’도 체결했다.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앞으로 시·군이 원치 않으면 도와 인사교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기초단체에 인사자율권을 부여한 셈이다.

협의 없는 인사는 ‘규정 위반’

하지만 전남도에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고길호 군수는 5급 사무관 4명에 대한 인사보류 조치를 풀고 업무 복귀시켰다.
전남도 측은 그동안 사무관급 인사에서 철저히 1대 1 인사교류 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한다. 전남도 총무과 관계자는 “민선 지방자치 이후에는 철저히 1대 1 교류를 한다. 도에서 일방적으로 시·군에 내려보낸 경우가 없다. 신안군에 사무관급 4명이 내려간 대신 똑같이 4명이 도로 올라왔다”면서 이름까지 댔다.
신안군 측에 확인해보니 신안군에서 도로 올라간 4명 중 2명은 애초 도에서 채용한 지방고시 출신이었다. 기혁 신안군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그동안 전남도에서 사무관급 인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도 지방고시 출신은 원래 도 소속이다. 그런데 수습이라면서 시·군으로 내려보내 1, 2년 근무시킨 뒤 도로 복귀시키면서 그 자리에 도 사무관을 또 내려보낸다. 도에서 신안군에서 올라온 사람이라고 주장한 4명 중 2명이 그런 경우다. 이렇게 확보한 사무관급 4개 자리는 사실상 도에서 관리한다. 우리 군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때 되면 내려왔다 때 되면 올라간다.”
그렇다면 전남도와 시·군 간에 인사교류협의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전남도 측은 “도와 시·군 간 교류는 대부분 개인 희망에 따라 이뤄지는 전출입 형태여서 인사교류협의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일정 기간 파견 형식으로 이뤄지는 ‘계획교류’만 인사교류협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행정자치부 실무책임자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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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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