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20대 리포트

봉제거리, 후암동, 익선동, 송리단길, 망리단길

서울 변두리 주택가 ‘핫플레이스’를 가다

  • 김태언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trlaxodjs@naver.com

    입력2018-12-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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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변두리 정취와 세련된 문화 공존

    • “발품 팔 만한 분위기와 맛으로 승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망리단길’에 가기 위해 지하철 망원역에서 내렸다. 큰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망원시장이 나왔다. 이 시장을 지나 샛길로 두 블록을 더 걸은 뒤에야 비로소 망리단길에 도착했다. ‘핫플레이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망리단길 초입엔 갈색 벽돌로 된 평범한 다세대주택만 늘어서 있었다. ‘자판기 카페’로 유명한 가게도 변두리 주택가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가까워지자 어느덧 거리는 주민들과 외부인들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신했다.

    여행 코스로 떠오르는 서울 창신동 ‘봉제거리’도 동대문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봉제거리의 중심인 ‘절벽마을’에 가려면 ‘종로03’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가 싫다면 한참 걸으면 된다. 동네 길 한쪽에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고 그 곁으로 아이스크림을 문 다섯 살배기 아이가 뛰어다녔다. 지하철역에서 20분을 걸은 뒤에야 ‘응답하라’ 드라마가 연상되는 봉제거리에 도착했다.


    작은 골목 5번 꺾어야 나와

    요즘 창신동 봉제거리, 후암동 거리, 익선동 거리, 송리단길, 망리단길 같은 서울시내 일부 변두리 주택가가 내·외국 관광객과 외지인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1990년대의 정취와 세련된 문화의 공존이 이들의 차별 포인트다. 홍대역 앞이나 강남역 앞처럼 역 입구부터 거대 상권이 펼쳐지는 곳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인천에 살면서 주말마다 자녀들과 외출한다는 고모(여·38) 씨는 최근 ‘망리단길’ 유명 카페를 찾았다. 고씨는 “아파트단지에서만 살아온 아이들이 이런 한적한 주택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후암동 거리’를 방문한 정모(여·23) 씨의 입에선 모 개그맨이 열었다는 식당 등 열댓 개의 이 동네 맛집 이름이 쏟아진다. 그중 정씨의 단골인 M카페는 주택가의 작은 골목을 최소 5번은 꺾어 들어가야 나온다. 정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경험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후암동에서 W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5) 씨는 “프랜차이즈 식당으로는 장사가 안 된다. 손님들이 ‘발품을 팔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길 만한 특별한 분위기와 맛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찾아다니는 재미도 한몫한다. ‘송리단길’의 1○○○○○카페는 빌라 건물 1층에 있다. 2층부턴 가정집이어서 평범하다. 이런 가게들은 한 골목에 1~3개 정도로 띄엄띄엄 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맛집 탐방을 즐긴다는 김모(여·19) 양은 “평범한 주택가에서 멋진 곳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양은 “유명세를 탄 뒤로 사람들이 몰리면 고유의 특색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나지막한 기와지붕과 비좁음

    ‘익선동 거리’엔 원주민이 거주하는 한옥과 상업시설로 운영되는 한옥이 뒤섞여 있었다. 기와지붕은 대개 2m 높이에 나지막하게 걸려있었다. 골목길은 성인 두 사람이 걸으면 딱 맞는 너비였다. 반대 방향에서 유모차가 오자 사람들이 일제히 일렬로 서서 길을 비켜줬다. 이런 비좁음을 감수하면서도 사람들이 찾는 것은 한옥의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익선동을 방문한 최모(32) 씨는 “어딜 가나 똑같은 현대식 건물에 식상한 사람들이 겉은 한옥이고, 내부는 현대적인 익선동 카페-식당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모(여·40) 씨도 “강남은 인공적인 바둑판 같은 느낌인 반면 이곳엔 30년 넘은 가옥도 있어서 자연미가 있다. 서울에 이런 개성적인 곳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필자가 고려대언론인교우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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