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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삼탕 전자파 괴담의 허구성

전자파, 안마의자는 괜찮고 휴대전화는 나쁘다?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재탕삼탕 전자파 괴담의 허구성

  • ● 네이버, 주민 반대로 용인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 철회
    ● 휴대전화 보급 20년, 뇌종양 발생률 눈에 띄는 변화 없어
    ● 전자파 발암 위험은 쇠고기, 돼지고기보다 낮은 수준
    ● “약과 독은 용량의 문제”
재탕삼탕 전자파 괴담의 허구성
6월 13일 네이버는 경기 용인시에 짓기로 한 제2 데이터센터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전자파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에 두 손 든 것이다. 철회 발표 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데이터센터 유치에 뛰어들었고 심지어 용인시조차 다른 부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괴담, 특히 건강 관련 ‘괴담’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데이터센터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서는 게 아니다. 이미 설립된 다른 곳에서 여러 차례 전자파를 측정해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검증됐다. 네이버가 강원 춘천에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자료도 발표됐다. 이 건물 주변 전자파(자기장 강도)를 측정한 결과 0.09~0.47mG(밀리가우스)로 가정집 평균값(0.6mG)보다도 낮았다. 용인에 새로 지으려고 한 제2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더 크다고 하지만 인체에 해를 입힐 수준의 전자파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 철회 해프닝을 두고 ‘전자파 괴담’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전자파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오래 통화하면 전자파로 인해 뇌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얘기가 널리 퍼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역시 전자파가 나오는 열선 깔린 안마의자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안마의자는 몸의 한 부위가 아니라 여러 부위에 밀착된 채로 작동한다. 그리고 전자파를 내뿜는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유해성을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하면 몸이 거뜬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최근 렌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빛도 전자파의 일종

안마의자는 최근 렌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안마의자는 최근 렌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은 사실상 전자파에 포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각종 가전제품과 통신기기에서 24시간 전자파를 내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소에 무감각하게 살아가다 특정 대상(희생양?)에 대해서만 유독 예민해져 전자파의 유해성을 걱정한다. 



전자파가 무엇인지, 유해성은 어느 정도인지 차근차근 알아보자. 먼저 용어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자파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원자를 이루는 소립자인 ‘전자(電子)’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전자파의 전자(電磁)는 이것과 다른 것이다. 전자파를 영어로 하면 ‘electromagnetic wave’로, 이에 대한 물리학계 공식 번역어는 ‘전자기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자파가 일반적인 용어로 정착되면서 혼란이 생겼다. 우리가 말하는 전자파가 실은 전자기파라는 것을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자. 

전자기파,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파동을 일컫는다. 빛은 1초에 30만㎞를 움직인다. 지구 지름이 1만2756㎞인 걸 생각하면 엄청난 거리다. 전자파도 바로 이 속도로 움직인다. 

전자파가 한 종류만 있는 건 아니다. 주파수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주파수란 전자파가 1초 동안 이동할 때 진동하는 횟수를 의미한다. 단위는 Hz(헤르츠)다. 이때 진동은 물결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파 주파수가 1Hz라면 전자파가 1초에 한 번 진동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자파 주파수는 어떨까. 라디오 송신에 사용되는 AM의 경우 1MHz(메가헤르츠, 메가는 100만)다. FM은 100MHz 내외다. 즉 FM 프로그램은 1초에 1억 번 진동하는 전자파가 정보를 전달한다는 말이다. 

빛도 전자파의 일종으로 주파수가 10의 14승, 즉 100조 단위다. 병원에서 찍는 X선 역시 전자파로 주파수가 10의 18승, 즉 100경 내외이고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감마선은 무려 10의 23승에 이른다. 

전자파 주파수에 대해 길게 설명한 건, 이것이 전자파 에너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파 에너지는 주파수에 비례한다. 즉 주파수가 큰 전자파가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다. 방사능 유출로 감마선에 노출(피폭)될 경우 인체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게 그 때문이다.


전자파, 잘 쓰면 건강에 이롭기도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스마트폰 등은 모두 전자파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스마트폰 등은 모두 전자파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가전제품이나 통신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주파수는 일반적으로 매우 낮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교류로 공급된다. 1초에 60번 방향이 바뀐다. 이처럼 전류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면 전기장과 자기장도 주기적으로 변화해 전자파가 발생한다. 단 주파수가 60Hz 수준이다. 우리가 플러그를 꽂아 쓰는 가전제품에서는 기본적으로 60Hz 전자파가 나온다. 

전자파는 주파수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보통 3kHz(킬로헤르츠)를 기점으로 아래는 저주파, 위는 고주파라고 한다. 

저주파 전자파를 내보내는 제품 주변에 형성된 전기장과 자기장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몸이 전기적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외부 전기장이나 자기장이 너무 강하면 신경계가 교란된다. 특히 심장박동보조기 같은 전자장비를 몸에 지니고 있을 경우 치명적인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전자파의 이런 작용이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바로 저주파치료기다. 근육통으로 병원을 찾으면 물리치료를 해주는데 십중팔구는 저주파치료기를 쓴다. 부항단지처럼 생긴 전극을 통증 부위에 대고 전기를 흘려보내면 신경과 근육이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서 회복되는 원리다. 물론 치료 과정에서 노출되는 전자파 강도는 인체보호기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인류가 전기를 이용한 지 벌써 100년이 넘었다. 이에 따라 오래전 전자파에 대한 안전 규정이 생겼다. 새로운 제품군이 나올 때마다 안전기준은 계속 추가되고 있다. 주로 동물실험이나 배양된 세포실험을 통해 유해성을 일으키는 강도를 추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준을 정한다. 우리나라는 국제비이온화방사보호위원회(ICNIRP) 인체보호기준을 따르고 있다. 

고주파 전자파를 내보내는 제품은 열작용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레인지는 2.45GHz(기가헤르츠)의 고주파(마이크로파라고도 한다)로 음식에 포함된 물분자를 진동시킨다. 그 결과 열이 발생해 식재료가 익는다. 인체도 전자레인지 내부 수준의 고주파에 노출되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 전자파의 주파수는 전자레인지와 비슷한 범위다. 얼핏 생각하면 전자레인지가 작동할 때는 전자파가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지만 휴대전화의 경우 그대로 노출돼 있고, 심지어 통화할 때 귀에 밀착하므로 훨씬 더 위험할 것 같다.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조리하듯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유발한 열이 뇌의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고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하는 것 아닐까 우려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전화 전자파의 암 발생 등급을 2B로 분류한 것도 화제였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물론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지만)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에 일단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B등급’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2B등급은 ‘암 유발 가능 그룹’으로 통상 사람에 대한 발암성 근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도 발암 근거가 충분치 않지만 가능성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2B등급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젓갈, 절인 채소 등이 포함돼 있다. 저주파 전자파의 자기장도 2B등급이다. 

참고로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1등급’에 해당하고,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는 ‘암 유발 후보 그룹’인 ‘2A등급’에 등재돼 있다. 휴대전화 고주파와 저주파 자기장의 발암 위험성은 소시지는 물론 꽃등심이나 삼겹살보다도 더 낮다는 말이다.


20년간 진행된 휴대전화 임상시험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2016년 12월 시중에 판매 중인 전자파 차단제품 19종의 전자파 차단 성능을 검증해 전 제품 모두 차단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뉴스1=]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2016년 12월 시중에 판매 중인 전자파 차단제품 19종의 전자파 차단 성능을 검증해 전 제품 모두 차단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뉴스1=]

과학 저널리스트 박재용 작가는 지난해 출간한 ‘과학이라는 헛소리’에서 ‘공포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로 전자파를 들었다. 그는 이 책에서 “전자레인지,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건강에 좋지 못한 두 가지는 시력과 자세다. 틈틈이 눈 운동도 좀 하고, 맨손체조나 스트레칭도 하면서 잠시 쉬는 것이 전자파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덧붙여 “전자레인지의 위험은 많이 쓰면 전기세가 늘어나는 것 정도 말고는 없다”고 촌평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휴대전화 유해성 논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나 읽는 독자 모두 지난 20년 가까이 휴대전화를 쓰면서 ‘임상시험’에 참여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국민이 세계에서 휴대전화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일 것이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극단적인 주장에 따르면 지금쯤 수많은 사람이 뇌종양으로 목숨을 잃고 집단소송을 벌여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가 파산했어야 한다. 그러나 암 발생 추이를 보면 뇌종양은 여전히 암발생률 10위권 밖에 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급증한 암은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이다. 

물론 대다수 사람이 별 영향을 받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지나치게 오래 하거나 유년기처럼 아직 신체적으로 취약한 시기에 휴대전화에 오래 노출될 경우 전자파가 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보고서에서 “아이들의 뇌는 휴대전화 전자파흡수율이 어른의 2배다. 두개골의 골수는 10배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단 이어폰으로 통화하면 전자파 노출을 10% 미만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WHO가 사전 예방 주의 차원에서 어린이의 휴대전화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배경이다. 

한편,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굳이 이런 제품을 쓸 필요도 없고 쓴다고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 예를 들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여봐야 그 부분만 차단될 뿐이다. 공기청정기가 주변의 미세먼지를 끌어들여 없애듯 전자파 차단 제품이 주변의 전자파를 끌어들여 차단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박재용 작가는 앞의 책에서 “전자파 차단 필름을 휴대폰 뒷면에 붙이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고 물으며 “효과가 있으면 큰일난다”고 답한다. 휴대전화는 전자파를 통해 외부와 데이터를 송수신한다. 필름이 전자파를 모두 잡아준다면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다.


에어프라이어 작동 시 기기 윗면 주의

5월 31일 국립전파연구원은 우리 국민이 많이 사용하는 생활제품 등에 대한 전자파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의 경우 30㎝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한 전자파 강도는 안전 기준치의 3% 수준에 불과했다. 저주파치료기, 즉 일부러 전자파를 몸에 노출시키는 의료장비도 1.5%에 그쳤다. 최근 많이 눈에 띄는 전자담배, 귀에 밀착해 사용하는 이어폰 등도 역시 1% 미만이라 전자파를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자녀가 이어폰을 달고 살 때 걱정해야 할 건 뇌종양이 아니라 청력 손상이라는 말이다. 

열선이나 히터를 이용하는 제품은 상대적으로 전자파 발생량이 많았으나, 이 또한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전기자동차에서 열선과 히터를 최대한 가동하고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인체보호기준 대비 최고 11%에 이르는 수치가 나왔다. 

지난겨울 히트한 열선 깔린 안마의자는 10%, 족욕기도 9% 수준이었다. 많은 사람이 전자파에 대해 우려하는 전기장판은 측정치가 안전기준의 1%도 안 됐다. 전기장판의 위험성은 ‘고온’ 모드를 ‘취침’ 모드로 바꾸지 않고 깜빡 잠들어 가벼운 화상을 입는 것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에어프라이어에서 나오는 전자파 양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에어프라이어는 내부에 뜨거운 공기를 돌려 음식을 조리하는 소형 오븐이다. 이번에 국립전파연구원이 두 회사의 에어프라이어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기를 작동하고 전면 30㎝ 떨어진 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는 인체보호기준의 3% 수준으로 전자레인지와 비슷했다. 그런데 열선이 위치한 윗면으로부터 10㎝ 떨어진 지점에서 전자파를 측정했을 때는 이 수치가 각각 32%와 50%까지 치솟았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이를 기초로 에어프라이어 제품이 작동할 때는 기기 윗면에 몸을 가까이 대지 말도록 권고했다. 

정리하자.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한 건 아니다. 전자파가 아주 강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그러나 ‘약과 독은 용량의 문제’라는 말도 있듯, 전자파의 유해성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전자파의 양과 강도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 결론을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가 전자파로 인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신동아 2019년 8월호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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