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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다고 ‘갑질’ 해요 낮에 져주고 밤에 이기죠”

10세 연하女 사귀는 남자들의 ‘행복한 긴장’

  • 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어리다고 ‘갑질’ 해요 낮에 져주고 밤에 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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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몇 년생이니?”
여자: “88년생이요.”
남자: “와…나는 그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너, 임춘애 모르겠다?”
여자: “그게 누구예요?”
남자: “호돌이는 아니?”
여자: “강호동이요?”
고모(39·서울시 서초동) 씨가 지금의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눈 대화 내용이다. 고씨는 3년 연애 끝에 2016년 초 결혼을 준비 중이다. 그의 피앙세는 28세의 대학원생이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고씨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고씨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구애 작전을 펼쳤다. 무엇보다 또래 여자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젊음’ ‘발랄함’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는 “여자친구가 애교가 많다. 같이 있으면 나도 젊어지는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대 차이는 여전히 문제다. 고씨는 “대화를 할수록 나는 ‘아저씨’가 되어갔다. 지금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모(30·서울 상계동) 씨도 나이가 어린 여자친구와 사귀는 것이 가끔 스트레스를 주지만 또래 여자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풋풋함’이 좋아서 계속 만난다고 말한다. 홍씨의 여자친구는 그보다 9세 어리다. 그녀는 홍씨에게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라고 한다. 홍씨는 “그녀의 말 한마디, 사물을 보는 시각 하나하나에 풍부한 감성과 깜찍함이 있다”고 치켜세운다. “외모는 둘째치고, 회사에 있으면 웃는 법을 까먹는데 그녀는 떨어지는 잎사귀에도 ‘까르르’ 웃어요. 같이 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이게 행복인가’ 싶어요. 또래 여자들은 나보다 더 찌들어 있어요. 직장 얘기를 하다 보면 불만만 늘어놓죠. 그래서 어린 여자친구는 한마디로 ‘힐링’입니다. 애교는 ‘덤’이고요.”



만남 권유받은 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시민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8세, 여성은 30.7세. 20년 전에 비해 4.2세, 4.9세 늦어졌다. 20~30대 상당수는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으며 1인 가구로 사는 걸 즐긴다.
이와 관련해, 몇몇 30대 남성은 결혼에 대한 부담감 없이 사귈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이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는 결혼에 목말라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몇 번 교제하다보면 결혼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그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반면, 어린 여자와는 미래지향적 이야기보단 현재진행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황순호(33·서울 여의도동) 씨는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매진하다 올해부터 공무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에겐 3년 교제한 두 살 연하 직장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위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한다. 황씨는 현재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9세 연하 여자친구를 만난다. 그는 “서로 고충을 이해하고 ‘으쌰으쌰’ 할 수 있어 좋다. 결혼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난다”고 말한다.
외모 관리는 10세 이상 연하녀를 만나는 남자의 의무이자 스트레스다. 그러나 이를 자기계발로 좋게 보는 사람도 많다. 직장인 이모(37·서울 공릉동) 씨는 지인으로부터 띠 동갑 여성과의 소개팅을 권유받은 뒤 첫 만남 때까지 일주일 간 집중적으로 스타일 관리에 들어갔다. 술도 끊고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으며 살도 뺐다. 시간을 내 피부 관리도 받았고 헤어 숍에도 들렀고 슬림 핏 슈트, 구두, 액세서리도 새로 장만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노력 덕분에 소개받은 띠 동갑 여자와 잘 사귈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요즘 20대 여자는 ‘못생긴 남자는 용서가 되지만 스타일이 구린 남자는 용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딱 만났는데 삼촌과 조카처럼 보여선 안 되니 남자도 외모 관리는 필수죠. 여자친구의 또래 친구들과 비교되지 않으려면 내가 열심히 해야 해요. 일회성이 아니라 사귀는 동안 지속적으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긴 해요.”
나이 어린 여자친구를 둔 30대 남자 상당수는 이렇게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닌(No More Uncle)’ 노무족을 지향한다. 서울 강남의 연애 전문학원 ‘카르마’ 관계자는 “연애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연하 여성에게 어떻게 접근할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자가 남자의 인상에서 또래와 다른 이질감을 느끼면 바로 ‘아저씨’로 분류해버린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남자 분들에게 화법보다는 외모에 관한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간부인 최모(41·서울 이태원동) 씨는 11세 차이가 나는 여자친구 김모(30) 씨와 6년 전 결혼했다. 최씨는 이후 긴장이 풀어졌는지 외모 관리에 실패해 급격히 ‘아저씨 형상’이 됐다. 요즘 김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학부형 모임에 남편 최씨를 동반할지 말지를 고민한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부부에게 농담처럼 “열한 살 차이밖에 안 나?” “남자가 능력이 있나보네” “아빠랑 딸 같다”는 말을 툭툭 던진다. 장난으로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이런 말은 부부에게 적지 않은 상처가 된다고 한다.
30대 남자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외모에서 20대 남자보다 우위에 서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20대 초중반 여성이 10세 이상 많은 30대 남자와 연인이 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여성은 또래 남성에게서 느끼기 힘든 관대함, 신뢰감, 경제적 여유를 꼽는다. 회사원 김윤주(28·서울 상암동) 씨는 “남자가 어느 정도 젊어 보이면서도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 자체가 여자에겐 상당한 매력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맨틱, 성공적’ 될 줄은…”

어린 여성도 어느 정도 사귀다 보면 결혼 같은 장기적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인 전모(25·서울 논현동) 씨는 10세 연상인 남자친구의 양다리 걸치기 탓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전씨는 “내가 ‘로맨틱, 성공적(배우 이병헌이 20세 어린 여자 모델과의 스캔들 과정에서 이 모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의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어린 여자와 사귀는 많은 남자는 그녀의 해맑음과 발랄함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계가 ‘성 상품화’로 흐른다면 ‘명랑 스토리’는 ‘비극’으로 쉽게 바뀔 수 있다.






신동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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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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