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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청춘, 원룸에 산다!

남녀 각각 원룸 살며 ‘半동거’ 강남 오피스텔 ‘싱글族 로망’

  • 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남녀 각각 원룸 살며 ‘半동거’ 강남 오피스텔 ‘싱글族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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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처 오피스텔 살아요”하면 호감?
  • ● 1인 가구 급증…소형 아파트도 넓다
  • ● 프라이버시, 식생활, 쾌적성…원룸도 계층화
  • ● “20~30대, 인생설계 바꾼다”
남녀 각각 원룸 살며 ‘半동거’ 강남 오피스텔 ‘싱글族 로망’


원룸(one-room). 영어 단어의 조합인데 영어는 아니다. 영어권 사람들에겐 ‘스튜디오(studio)’라고 해야 이해할 것이다. 방 하나로 침실, 거실, 부엌, 화장실에 작업실까지 겸하는 주거 형태인 원룸은 명칭도 한국식이고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한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청년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많은 이가 원룸으로 몰린다. 원룸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요즘 20~30대에게 원룸은 주거 공간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원룸 거주에서 비롯된 문화는 청년층의 인생설계까지 바꾸고 있다.  
원룸의 유형은 천차만별이지만 ‘대학가나 주택가에 위치한 5층 안팎 원룸 건물’과 ‘간선도로변 등에 있는 고층 오피스텔 건물’로 크게 양분된다. 필자가 만난 20대의 상당수는 대학 재학 시절엔 하숙집·기숙사보다 대학가 원룸을 더 선호하고, 졸업 후에도 원룸에서 지내려 하며, 미래엔 소형 아파트보단 번듯한 신축 오피스텔에 사는 것을 로망으로 여겼다.



“여자친구도 생활이 있으니…”

원룸은 청년층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연애의 패턴도 바꾸고 있다. 남녀가 각각 원룸에 살면서 상대의 집을 오가는 반(半)동거가 자취하는 대학생 사이에도, 젊은 직장인 사이에도 유행이다. 이렇게 연애하는 이들은 “혼자 사는 것의 장점과 동거의 장점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치켜세운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 성공한 이모(30) 씨는 최근 경기도 신도시 부모 집에서 나와 서울 노원구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었다. 그는 “신입사원이라 오전 8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그러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해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유뿐이었다면 이씨는 독립을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겐 5세 연하의 대학생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성북구 소재 학교에서 가까운 원룸에서 자취한다. 이씨의 원룸과 그녀의 원룸은 오가기에 멀지 않다.  
그는 “회사와 집이 멀어 회식이 늦게 끝나는 날이면 여자친구 원룸에서 자고 출근했다. 여자친구도 자기 생활이 있으니 그동안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요즘 이들의 연애 기상도는 ‘맑음’이다. 이씨는 “서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줄 수 있어 좋고, 모텔 비용이 안 들어가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서울 모 대학에 재학하는 최모(22·서울시 상도동) 씨는 “원룸에서 자취하는 연인 사이의 남녀 대학생이 상대의 방을 오가며 사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서울 신촌 주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신의 원룸과 이성친구의 원룸을 함께 구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모 대기업 5년차 직원인 홍모(33·서울 공덕동) 씨도 자신의 원룸과 여자친구의 원룸을 오가는 현재의 생활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그는 “결혼할 의향도, 함께 살 의향도 없다. 내 집 마련에도 뜻이 없다. 지금처럼 ‘따로 또 같이’ 방식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눌러앉기

남녀 각각 원룸 살며 ‘半동거’ 강남 오피스텔 ‘싱글族 로망’

서울 모 대학 부근 주민알림판에 원룸 세입자를 찾는 종이가 붙어 있다. 동아일보

청년들 중 일부는 직장 주변의 직주(職住)근접형 원룸으로 옮기지만, 상당수는 졸업한 대학 주변 등지의 원룸에 그대로 눌러앉는다. 이들은 “아파트를 사거나 전세 얻는 것은 엄두를 못 낸다. 24평 소형 아파트도 1인 가구엔 너무 넓다. 앞으로도 쭉 원룸에서 살겠다”고 한다. 서울시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 원. 직장인이 월급 모아 아파트를 사는 것은 까마득한 일이 됐다. 청년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원룸으로 ‘축소 지향’ 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25일 저녁 8시 서울 남가좌동의 10평 남짓한 박모(30) 씨 원룸에 5명이 모였다. 저마다 맥주, 양주며 손수 만든 음식을 들고 왔다. 박씨는 “출퇴근 때 마주치는 원룸 이웃들에게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제안했는데 다들 흔쾌히 와줬다”고 했다. 이들은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고 31일 밤 다시 모이기로 했다. 부근 대학을 나온 박씨는 졸업 후에도 학교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도심보다 월세가 저렴하고 내게 익숙한 곳”이어서다.
파티에 참석한 회사원 김모(28) 씨는 박씨와 같은 건물 2층에 산다. 김씨도 부근 대학을 졸업한 뒤 계속 눌러앉았다. 강남의 직장까지 통근하는 데 1시간 반이 걸리지만 앞으로도 뜰 생각이 없다. 그는 “술집, 당구장, PC방, 김밥가게에 이르기까지 단골집이 많다. 가끔 대학 동창을 만나 정담을 나누기에도 학교 앞이 그만”이라고 했다.
2년차 회사원 이유진(26·서울 명륜동) 씨도 학생 때 살던 원룸에 계속 머물고 있다. 다행히 그는 직장이 있는 여의도까지 교통편이 그리 나쁘지 않다. 8평 남짓한 그의 방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여의도나 마포의 오피스텔은 2배 가까이 비싸 포기했다. 이씨는 “여기 살면서 저축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학가엔 구매력을 갖춘 이들 ‘졸업생 원룸족’을 겨냥한 바, 퍼브(pub)가 속속 등장했다. 이런 업소에선 1990년대 곡을 주로 틀어주고 혼자서도 편하게 술을 마시도록 해준다.   
이씨의 학교 동문인 직장인 최모(29) 씨는 얼마 전 모교 부근 하숙집 생활을 정리하고 인근 원룸에 들어왔다.
“취업 준비에 집중할 땐 하숙이 편했는데, 밤늦게 들어오거나 여자친구 만날 때 눈치가 보였다. 진짜 나만의 공간이 생겨 좋다. 나는 사내에서 소문난 ‘몸짱’인데 이사하자마자 방에 턱걸이봉과 평행봉을 설치했다. 실내용 사이클도 들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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