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밀착취재

“가장 먼저 진입하고 제일 늦게 철수한다”

소방관 24시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6-02-02 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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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5일 오전 8시 22분경, 서울 성내동 강동소방서에 비상이 걸렸다. 야간근무조 소방관들이 퇴근 전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한숨을 돌리던 순간,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로부터 날아든 출동지령 비상벨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화재출동! 화재출동!”
    샤워실, 화장실, 출동대기실 가릴 것 없이 일제히 문이 열리고, 총알처럼 튀어나온 소방관들이 1층에 줄지어 선 소방차를 향해 냅다 뛰었다. 화재 현장을 지휘할 지휘팀장을 필두로 통신·안전·화재감식·화재조사·운전담당 대원 6명을 태운 지휘차량이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고가(사다리)차, 펌프차, 탱크차, 구조차, 구급차 등이 줄줄이 뒤를 따라 사이렌을 울리며 전속력으로 도로를 내달렸다.



    애완견 냄새 없애려 켜둔 촛불

    화재 현장으로 향하는 지휘차는 시시각각 현장 상황이 무전으로 날아드는 데다 지휘팀장이 모든 출동 소방관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늘 시끄럽고 긴박한 분위기다. 어수선한 차 안에서 방화복과 헬멧을 착용하던 화재조사담당 김종석 대원(28년차 소방위)은 지금 펼쳐지는 상황이 모의훈련이거나 허위 신고 때문이기를 바랐다. 퇴근시간 10분을 남겨두고 출동했기에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현장 도착 50m를 앞두고 김 대원의 간절한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화재 현장과 가까워 선착대로 도착한 강동소방서 고덕119안전센터 대원들을 통해 “불꽃이 보인다” “2명의 요(要)구조자가 위태롭게 창턱에 매달려 있다”는 다급한 무전이 연달아 날아들었기 때문. 김 대원은 본능적으로 찌릿한 느낌에 휩싸이며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지휘팀장이 전 대원에게 무전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차 안은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으로 달아올랐다.
    고요한 주말 아침 도심을 깨운 불은 5층 높이의 강동구 고덕동 모 아파트 4○○호에서 시작됐고, 아파트 내부 절반과 가재도구들을 태워 117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화재 원인은 홀로 살던 30대 후반 여성이 집 안에 밴 애완견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켜놓은 촛불. 받침대도 없이 안방 창가 서랍장 위에 켜둔 3개의 초가 끝까지 타면서 불이 났고, 불꽃이 서랍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펑’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여성이 실내복 차림으로 애완견을 안고 황급히 집을 빠져나왔고, 그 시각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초기 진화에 나서 불은 다행히 외부로 번지지 않았다. 강동소방서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지 10여 분 만에 불은 완전 진화됐고 소방관들은 출동 1시간 50여 분 만에 지친 몸을 이끌고 소방서로 돌아왔다. 김종석 대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큰 화재였지만 선착대가 초기에 불길을 잡았고, 불이 난 아파트 바로 위층에서 연기를 피해 창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있던 모자(‘2명의 요구조자’)도 무사히 구조됐다. 야근으로 피로에 젖어 있던 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오래된 저층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이 난 4층까지 수관(소방호스)을 직접 끌고 11차례나 오르내렸다. 자칫 큰불과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던 화재라 정말 아찔했다.”



    출동하다 아킬레스건 절단

    강동소방서의 하루는 매일 오전 8시 반경, 전날 야간근무조와 당일 주간근무조의 교대·점검으로 시작된다. 교대근무를 할 주간조 20여 명의 대원이 방화복, 헬멧, 안전장갑, 산소호흡기, 손전등 등 개인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소방차가 줄지어 선 1층에 집합하면 지휘팀장이 “점검 실시!”를 외치고 10여 분 동안 일사불란하게 장비를 점검한다. 산소통의 압력을 체크하고,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응급환자 구급에 사용될 동력절단기, 체인톱 등 각종 소방장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운전을 한다. 소방차도 이상이 없는지 일일이 시동을 걸어 체크한다. 20분에 걸친 교대·점검은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실시된다.
    교대·점검이 끝나면 대원들은 각자 흩어져 오전 10시까지 업무를 보거나 체력단련실을 찾아 몸풀기 스트레칭, 체력단련운동을 하고 심신안정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몸풀기는 소방관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과다. 언제 비상벨이 울리고 출동지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긴장 상태로 하루 종일 생활하기에 몸이 굳어 있으면 부상 위험이 크다. 김정용 지휘팀장(28년차 소방경)은 “밤 10시가 넘어 출동대기실 침상에 누워 있다가 비상벨이 울려 갑자기 몸을 일으키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허리나 다리 등 근육이 삐끗할 수 있다”며 “긴장으로 굳은 몸을 자주 풀어줘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8년차 소방관 이모 대원은 4년 전 응급환자 발생을 알리는 구급 출동지령이 떨어지자 2층 사무실에서 계단을 2~3칸씩 뛰어내려오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대원들이 매일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급한 나머지 발을 세게 디뎠는데 순간 발목에서 ‘띵’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뇌까지 울렸다. 오른쪽 발목을 만져보니 아킬레스건이 잡히지 않았다. 구급차에 실려가 아킬레스건을 3cm 잘라내고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1년 반 동안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은 활동에 지장이 없다. 다른 소방서 대원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이 복합 골절된 적이 있다. 방화복 등 개인안전장비를 착용하면 그 무게가 20kg이 넘는다. 화재현장에 도착해 급한 마음에 무거운 장비를 메고 갑자기 차에서 내리면 발목 부상을 입기 쉽다.”
    하루 종일 부슬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4시. 강동소방서 뒤쪽 주차장 한편의 2층 건물 체력단련실에서 3명의 대원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다. 20여 가지 운동기구와 당구대가 갖춰진 실내 한편에서 한 대원은 벤치프레스에 누워 무거운 역기를 가뿐하게 들어 올렸다.
    같은 날 오후 5시 50분경,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지하 구내식당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대원들이 식판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그로부터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비상벨과 함께 “구급출동! 구급출동!” 방송이 식당 안에 울려 퍼졌다.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던 3명의 대원이 숟가락을 놓고 쏜살같이 식당을 빠져나갔다. 기자와 함께 밥을 먹던 안전교육담당 김윤수 대원(19년차 소방위)은 “구조·구급대원은 (화재)진압대원보다 출동 횟수가 훨씬 많다. 고드름 제거, 출입문 개방 같은 생활안전 관련 신고가 빈번하고, 응급환자가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방관들 사이엔 ‘구조·구급 대원이 밥을 절반 이상 먹기 전에 절대로 말을 걸지 말라’는 불문율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구조·구급대원의 ‘침묵 식사’

    심신안정 프로그램은 별도로 짠 계획 없이 대원들끼리 둘러앉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화재와 재난 현장의 인명사고 등 경험을 나누고 개인적인 고민이나 속내를 동병상련의 동료들한테 털어놓으면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김재현 지휘팀장(26년차 소방경)은 이렇게 설명했다.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소사(燒死, 불에 타서 사망)한 시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 교통사고나 투신으로 심하게 다치거나 훼손된 시신을 수습하기도 한다. 그런 끔찍한 경험은 좀처럼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힘든 걸 당연하게 여기고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겉보기엔 멀쩡해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대원이 많다. 동병상련 처지의 동료들끼리 서로 나쁜 기억들을 풀어내면 마음이 다소나마 편안해지고 괴로움을 잊을 수 있다.”



    ‘逆火현상’으로 화염 속 갇혀

    2014년 국민안전처의 ‘전국 소방공무원 심리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의 소방관이 PTSD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인과 비교할 때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앓는 소방관도 4.5배, 3.7배 높게 나왔다. PTSD는 소방관의 직업 특성상 피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2014년 12월 서울 천호동 집창촌에서 발생한 화재로 강동소방서 소방관 1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현장은 건물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 출입문을 열면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복도가 길게 나 있고, 한쪽으로 벌집처럼 좁은 방이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 앞선 소방관이 출입문을 통해 진입하자 역화(逆火)현상으로 문이 닫히면서 화염 속에 갇히게 됐다. 뜨거운 열기로 안전장갑이 녹아내리고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정신을 잃기 직전 다른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역화현상은 산소가 부족한 실내에 다량의 산소가 일시적으로 공급될 때 연소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현상으로 폭발력이 매우 강하다. 경찰 단속을 피하려고 비밀번호 없이는 안과 밖 양쪽에서 문을 열 수 없게 만든 구조라 소방관들이 철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당시 현장에서 소방관을 구해낸 구조대장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눈시울을 붉히며 “그 사건은 기억하기도, 말하기도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화상을 입은 소방관도 취재기간 내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고 경위를 들려준 김윤수 대원은 “갑자기 홀로 화염 속에 갇힌 대원은 패닉 상태였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은 기억을 끄집어내기 싫은 것”이라고 했다.
    1990년대 중반, 항공구조대 소방관이던 김재현 지휘팀장은 구조훈련을 위해 헬기에서 하강하던 후배 소방관의 죽음과 맞닥뜨렸다. 아침에 야간근무조와 교대한 후 훈련할 때까지만 해도 사고 소방관은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보고 퇴근한 김 팀장은 집에서 잠을 청하다 사고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영안실 침상에 흰 천으로 덮여 누워 있는 대원이 너무 답답할 것 같아 얼굴에서 천을 걷었다. 그때까지도 귀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고, 몸을 만져보니 온몸의 뼈가 다 부러져 있었다.”
    사고 당시 대원이 쓴 피범벅이 된 헬멧과 옷을 병원 측으로부터 건네받아 직접 빨고 장지에 후배를 묻고 돌아온 김 팀장은 며칠 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악몽을 꿨다. “그 친구가 밝은 얼굴로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오기에 반갑게 악수를 했는데 손이 너무 차가웠다. 놀라서 잠에서 깼는데 그 느낌이 현실처럼 생생했다”고 했다.



    건져내니 “보따리 내놔라”

    이영우 강동소방서장(30년차 소방정)은 “국민안전처에서 심신안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 달간 시범운영하고 있다. 요즘 정부나 국회, 지자체 등에서 소방공무원 PTS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시는 내년에 23개 소방서별로 직원을 위한 힐링 공간으로 심신안정실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소방관들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파수꾼’으로 자기 몸 돌보지 않고 화염과 재난 현장에 뛰어들지만, 그들이라고 위험 앞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못 느끼는 게 아니다. 특전사 중사 출신의 이운영 안전담당 대원(22년차 소방위)은 구조·구급 특채로 소방관이 됐다. 소방관이 된 후 처음 출동한 현장은 영산강으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윈드서핑을 즐기던 대학생이 물에 빠져 익사한 곳이다.  
    “수심이 10~15m였다. 2~3m 내려갔는데, 더 이상 내려가지지 않았다. 마음은 강바닥까지 내려가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물속에서 시신과 마주칠지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수중탐색은 2인 1조로 하기에 동료 대원의 손을 잡고 가까스로 강바닥까지 내려갔지만 이번엔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수심이 깊은 곳은 시야가 캄캄해 손으로 일일이 더듬어 시신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을 몇 번 겪어야 담력이 길러진다.”
    강동소방서 천호119안전센터 손희 대원(25년차 소방위)은 “우리도 감정노동자”라고 하소연했다.



    유일하게 욕 안 먹는 공무원

    “어딜 가나 사람 상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구급출동 지령이 떨어지면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구급장비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신고자에게 환자 상태를 자세히 묻는다. 그럴 때 ‘왜 빨리 안 오고 전화질이냐’며 욕설을 퍼붓거나 ‘소속이 어디냐, 계급과 이름이 뭐냐’고 반말로 다그치는 사람이 종종 있다.”
    화재 현장에서 쇳덩이가 날아와 손바닥뼈가 골절되고 어깨 인대가 파열된 적 있는 김준경 대원(4년차 소방사)은 2년 전 일을 떠올리며 어이없어했다.
    “관내 아파트 지하창고에서 불이 나 출동했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자 8층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왜 빨리 안 구해주느냐’며 베란다 창틀을 떼어내 아래로 던졌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내 바로 옆에 창틀이 박살나 있었다. 화재 때문에 집에서 뛰쳐나온 주민들도 주위에 많았는데 누군가 창틀에 맞기라도 했으면….”
    이영우 소방서장은 어느 날 민원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며칠 전 “몸이 안 좋은 아내가 집에 혼자 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는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원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거품을 물고 쓰러진 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 살려냈다. 전화를 걸어온 민원인은 남편이었다. 그는 “소방관이 출동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갔으니 문 값을 물어달라”고 했다.
    김준경 대원은 “119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맥이 빠질 때가 많다”고 했다.
    “집에 커다란 벌집이 있다며 빨리 와서 제거해달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한 신고자가 있었다. 현장에 출동하니 집에 벌 한두 마리가 날아다닐 뿐 벌집은 없었다. 신고자는 ‘사실대로 말하면 안 올까봐 그랬다’고 하더라.”
    올해 서울시 소방관 시험 평균 경쟁률은 11대 1을 넘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한 상황에 노출되는 소방관이 되겠다고 몰려드는 이유가 뭘까. 이형은 홍보담당 대원(5년차 소방교)은 소방관이 되기 전 중국에서 무역업체에 근무했다. 귀국 후에는 중국어를 무기로 관광공사나 코트라(KOTRA)에 취직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인천시 행정인턴 자리를 구했다. 그 후 인천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일하면서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목격하게 됐고, ‘재수’ 끝에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김준경 대원은 외국계 기업에 다니다 소방관인 처남의 권유로 소방관의 길로 들어섰다.
    “부모님이 반대한 것은 물론, 소방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회사에 사표를 내자 다들 황당해했다. 국민의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소방관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조직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욕 안 먹는 공무원이 소방관 아닌가(웃음).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줄 때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 크다.”



    오늘도 무사하길…

    2014년 한 해 천호·고덕·암사·길동 119안전센터를 비롯한 강동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횟수는 411건(오인 신고 포함)에 달한다. 기자가 현장 취재에 나선 12월 8일 하루에만 2건의 화재출동과 4건의 구조·구급출동이 있었다. 그때마다 인터뷰 중이던 소방관들과 함께 복도와 계단으로 내달렸다. 수차례 현장출동에 동행하자 벨소리에 절로 온 신경이 곤두섰다.    
    손문종 소방행정과장(34년차 소방령)은 소방 업무 이원화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소방 관련 업무는, 정책은 국민안전처에서 만들고 예산은 각 시·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이원화돼 있다. 과거처럼 소방방재청으로 독립시켜 일원화하고,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이 되는 게 전국 소방관들의 희망이다. 국가직이 되면 지자체 예산 규모에 따라 근무환경과 복지 서비스가 달라지는 소방관 처우도 개선돼 사기가 올라가고 안정될 것이다.”
    119대원(소방관)의 신조는 “가장 먼저 진입하고 제일 늦게 철수한다”이다. 사람들이 화마를 피해 일제히 도망치는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화염 속으로 뛰어든다.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본능적, 반사적으로 몸을 던지게 된다”는 게 소방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국민안전처의 ‘2015년 소방행정자료 및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순직 소방관은 7명, 공상자는 325명이다. 최근 5년간 33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1596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국 소방서 200곳에 근무하는 소방관은 3만9900여 명에 달하고 서울 23개 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소방관은 6000여 명이다. 이들은 매일 집을 나서며 ‘오늘 하루도 인명사고가 없기를,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1000℃가 넘는 뜨거운 화염 속으로, 위험한 재난 현장으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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