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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방화, 고의 사고… 수법 지능화, 잔혹화

막장 보험사기 실태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살인, 방화, 고의 사고… 수법 지능화, 잔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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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기 범죄가 급증 추세다. 수법도 잔혹해진다. 나이 불문, 직업 불문.
  •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장 보험사기 범죄의 세계.
살인, 방화, 고의 사고… 수법 지능화, 잔혹화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1일 자동차상해 특약을 악용해 859차례 고의 사고를 낸 뒤 21억2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자 64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뉴시스

# 1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포천 제초제 살인사건’의 장본인인 40대 중반 여성 노모 씨가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고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 시어머니를 맹독성 제초제로 살해하고 추가로 2명을 더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그가 타낸 보험금은 9억8000여만 원. 가족의 목숨 값으로 타낸 돈으로 노씨는 쇼핑을 일삼으며 호화 생활을 즐겼다. 그는 보험사기를 위해 배우자 및 존속 살인이라는 끔찍한 패륜을 서슴지 않았다.

# 2 2008년 캄보디아 출신의 23세 연하 아내와 결혼한 40대 중반 강모 씨는 생활보호대상자일 만큼 어려운 형편에도 2009년 말부터 3개월에 걸쳐 아내를 피보험자로 고액 사망보장 보험에 집중 가입했다. 8개 보험사와 9건의 보험계약을 맺은 강씨가 아내의 사망으로 탈 수 있는 보험금은 12억 원. 이후 화재보험에도 가입한 강씨는 2개월 뒤 아내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후 집에 불을 질러 살해했다. 강씨는 화재 6일 후 보험사에 아내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금을 못 타내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강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보험금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8일, 친인척을 동원한 고의적인 자동차 사고로 보험금을 타낸 30대 중반 윤모 씨와 일당 10명이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보험설계사 교육 강사인 윤씨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교통사고를 가장한 사기극을 벌이기로 하고 2014년 6월 서울 성동구의 공원 인근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차에는 윤씨의 처남이 타고 있었다. 사고 후 윤씨는 자신과 처남의 차량에 아내와 어머니, 처제, 지인 등 6명이 타고 있었던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금 1900만 원을 타냈다. 보험사를 속이는 데 성공한 윤씨는 10개월 뒤 다시 교통사고를 낸 뒤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 금액·인원 매년 급증

윤씨가 검찰에 송치된 날 또 다른 보험사기 혐의자 2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정형외과 원장인 60세 박모 씨와 50대 초반 사무장 유모 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교통사고 환자 583명의 진료 명세를 부풀리는 등 허위 수법으로 12개 보험사로부터 6000여만 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 박 원장이 많은 빚을 지자 보험사기 전력을 지닌 유씨를 사무장으로 끌어들여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봤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사기행각에 나서는 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5997억2900만 원, 적발 인원은 8만4385명에 달했다. 5년 전보다 금액은 73%, 인원은 53%로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3104억6200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보험사기범들이 저지르는 수법은 고의 살인, 허위 실종·사망신고, 병원 허위·과다 입원, 사고 내용 조작, 피해자 끼워넣기, 차량 수리비 부풀리기 등 천태만상이다.
사업 부진으로 빚에 시달리던 50대 중반 김모 씨와 40대 후반 박모 씨 부부는 실종을 가장해 사망보험금을 타낼 계획을 짜고 남편 김씨를 피보험자로 4개 보험사와 5건의 보험계약을 맺었다. 실종신고 후 5년 동안 행방을 찾지 못하면 사망확정 판결을 받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2004년 11월 김씨는 조선족 브로커를 시켜 자신이 중국의 여객선에서 실족해 실종된 것처럼 중국 공안에 신고하게 했다. 공안으로부터 김씨의 실종 사실을 통보받은 아내 박씨는 이를 근거로 5년 뒤 우리 법원에서 남편의 사망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타려던 박씨와 국내에 몰래 숨어들어와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하던 김씨의 사기행각은 경찰 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3년, 박씨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험사기범은 1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직업도 무직, 일용직, 회사원, 학생, 자영업자, 병원 및 정비업소 종사자, 운수업 종사자, 보험업 종사자, 군인, 공무원, 운동선수 등 광범위하다.
수년 전부터 정부와 금감원, 검찰과 경찰, 보험업계가 나서서 보험사기 대책반을 만들고 관련 범죄 척결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보험범죄가 이처럼 갈수록 횡행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 근저에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 배금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청년실업, 고용불안, 조기퇴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한탕’을 노리고 보험사기에 뛰어든다는 것.



나이 불문, 직업 불문

지난 5년간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사망·허위실종 보험사고와 관련한 204건(피보험자 30명)의 보험계약을 대상으로 최근 금감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유지 중인 보험계약은 1인 평균 4개 보험사에 6.8건으로 매달 109만 원의 보험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보험료로 따지면 1308만 원으로 국민 평균 연간보험료(2010년 기준)의 5.2배다.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은 1인 평균 14억 원에 달했다. 피보험자 30명 중 70%의 보험계약은 사고 전 6개월 이내에 여러 건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76.6%는 보험 가입 후 1년 이내의 단기간에 보험사고가 발생했다.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의 특징은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 약물·흉기를 이용한 살인, 살인교사 등 잔혹하고 끔찍한 수법으로 피보험자의 목숨을 빼앗는 점이다. 40대 초반 여성 채모 씨는 2011년 5~6월 자신의 어머니를 보험계약자이자 수익자로, 남편을 피보험자로 5개 보험사와 6건의 보험계약을 했다. 채씨의 남편이 사망할 경우 탈 수 있는 사망보험금은 총 11억 원. 보험 가입 얼마 후 채씨는 내연남 박모 씨와 그의 친구 김모 씨에게 5000만 원을 주고 남편을 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와 김씨는 같은 해 7월 채씨의 남편을 납치한 뒤 살해했다. 청부살인 당일 채씨는 경찰에 “연락이 두절된 남편이 납치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중형을 면치 못했다. 살인을 교사한 채씨는 징역 23년, 납치와 살해에 가담한 박씨와 김씨는 각각 징역 22년, 8년을 선고받았다.
30대 후반의 보험설계사 이모 씨는 2000년 8월부터 13년간 아내를 피보험자로 5개 보험사와 18건의 보험계약을 했다. 아내가 사망하면 이씨는 총 5억4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2012년 9월 이씨는 아내를 차에 태운 채 전남 순천-영암 고속도로를 달리다 갓길 쉼터에 승용차를 세웠고 차 뒷좌석에서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 후 차를 달려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의심한 경찰의 수사 끝에 전모가 밝혀졌고, 대법원은 이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범죄의 83.4%가 본인을 비롯한 가족, 친지에 의해 발생한다. 그중 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차지한다. 26.7%는 실종·사망을 가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피보험자 본인이 저질렀다.
치밀한 보험사기 범죄 계획을 세운 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끌어들여 목숨을 빼앗는 경우도 있다. 40대 중반 무속인 안모 씨는 언니와 내연남,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자신이 사망하면 총 34억 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보험에 들었다. 한 달여 뒤 이들은 여성 노숙자를 집으로 유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곧바로 시신을 화장했다. 이후 죽은 노숙자가 안씨인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경찰에 덜미가 잡힌 안씨는 징역 7년, 그의 언니와 내연남은 각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에 가담한 보험설계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여성 노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살해 혐의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아 살인죄는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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