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공동기획 | 新東亞 macromill embrain ‘좌절세대’와 중산층

“복지도, 일자리도 진보에 맡길래”

‘좌절 세대’의 票心 향방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6-04-04 16: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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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성장(73%), 일자리(81.8%) “진보가 잘할 것”
    • 청년 10명 중 2명 ‘백수’…朴정부 들어 실업률 악화
    • “보수 정권의 ‘철 지난’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시곗바늘을 돌려 2007년 대선으로 돌아가보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득표율 48.67%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14%)를 큰 차이로 누르고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이명박 지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선거 당일 벌인 대선 결과 예측 설문조사에 따르면(전국 2000명, 전화 조사), 남녀 모두 절반 안팎이 이 후보를 지지했고(남 49.6%, 여 52.9%), 20대(19~29세) 지지율도 40.3%에 달했다. 20대가 정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18.8%에 그쳤다.

    정치학계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젊은 세대의 보수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변화하는 한국 유권자 2’(이현우·권혁용, 2008)는 ‘20대 진보층의 한나라당 지지 비율이 28.8%로 30, 40대와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20대의 보수화 추세를 뚜렷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10년 만의 ‘방향 전환’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통령 이미지는 그가 실제로 어떤 실체를 가졌는지와는 별개로 대중이 스스로 가진 욕망을 누구에게 투사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2007년 대선 때 대중은 이명박 후보를 ‘돈 잘 버는 아버지’로 여겼다”고 분석한 바 있다(‘대통령 박근혜 이미지 탐색’, 신동아 2015년 5월호). 실제로 한국갤럽의 위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그를 택한 이유로 ‘경제발전’(49.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보수화된’ 청년세대가 10년 만에 다시 ‘진보’로 돌아섰다. 2월 24~29일 실시한 신동아-엠브레인 표본조사에서 20대 청년들은 경제성장, 일자리, 사회불평등, 복지, 대북정책 모두 보수보다 진보가 잘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격차도 컸다. 사회불평등과 일자리는 ‘진보가 더 잘 해결할 것’이란 응답이 각각 84.9%, 81.8%로 압도적이었다. 복지(80.2%), 경제성장(73%)도 진보에 대한 기대가 훨씬 높았다. 보수는 ‘남북관계 개선, 통일 등 대북정책을 잘 해결할 것’에서 다른 항목보다 높은 40%를 ‘득표’함으로써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이 같은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성장 및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경제 이슈와 관련해서 보수가 진보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그간의 ‘상식’이었다. 경제위기론이 대두되면 유권자들은 보수를 더 지지하기 마련이다. 진보보다는 보수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가 제대로 통한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대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동아-엠브레인 조사 결과, 현재의 젊은 세대는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일꾼으로 ‘진보’를 택했다. 이에 대해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반작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진 10년간의 진보 정권 때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자 그 반작용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보수 지지가 나타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보수 정권 10년이 다 돼가는 현 시점에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 지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 교수는 “다만 현재의 20대는 1980, 90년대의 20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그런 거 몰라!”

    김용기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헬조선 세태가 보수 정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를 포함한 보수 진영이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철 지난 낙수효과를 여전히 고수한 채 일자리 등 경제 문제에서 뚜렷한 해법을 못 내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주류 경제학계,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조차 더 이상 낙수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정치권은 하루빨리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 수준은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까지 소폭 개선됐다. 지니계수(완전 평등은 0, 완전 불평등은 1)는 2008년 0.314에서 2014년 0.302로 떨어졌고,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같은 기간 5.71배에서 5.41배로 낮아졌다.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15.2%에서 14.6%로 개선됐다.

    하지만 ‘체감 지수’는 통계청 숫자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특히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을 더 겪고 있고, 그 정도 또한 날로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박근혜 정부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2012년 7.5%, 2015년 9.2%).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실에 좀 더 가까운 청년실업률은 잠재 구직자, 잠재 취업 가능자 등을 더해서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청년의 실제 실업률은 22.4%. 전 연령 실제 실업률 11.7%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중산층 진입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지는 대기업 취업은 갈수록 어렵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입사 경쟁률은 2013년 31.3:1에서 2015년 35.7:1로 올랐다. 100명이 지원하면 서류전형에서 절반(51.8%)이 탈락하고 최종적으로 2.8명만 합격한다.

    신동아-엠브레인 조사에서 20대 여성은 20대 남성보다 미래를 더 암울하게 전망했는데, 그 때문인지 여성은 모든 항목에서 남성보다 더 높은 진보 지지를 보였다. 특히 사회불평등 및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해 진보에 보내는 지지가 남성보다 각각 9.8%포인트, 8.7%포인트 높았다.

    한편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셔간’ 더불어민주당은 젊은 표심을 끌어당기려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어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 가까이가 ‘모른다’고 답했다. ‘찬성’(28.6%)은 ‘반대’(11.6%)보다 많았다. 

    ‘좌절 세대’는 이번 총선,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 ‘성난 민심’을 표출할 것인가. 지난 1월 정권 교체와 진보 정당 ‘시대역량’을 원내 제3당으로 도약시킨 대만의 딸기족(草苺族)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진보 세력은 이들의 ‘부름’에 응답할 준비를 마쳤나.



    73%, “참여로 정치 바꾼다”

    엠브레인이 3월 초 한겨레신문 및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의뢰로 여론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20대는 72.2%에 달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한 20대 역시 73%로 그만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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