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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장벽에 갇힌 아이들 한국 사회 일원으로

이주청소년 ‘징검다리’ 서울온드림교육센터

  • 김지은 |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장벽에 갇힌 아이들 한국 사회 일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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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입국 청소년’이라는 말의 뜻을 아십니까.
  • 부모의 취업이나 재혼 등으로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 청소년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수가 얼마인지 통계조차 없습니다. 중도입국 청소년을 돕는 서울온드림교육센터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장벽에 갇힌 아이들 한국 사회 일원으로


“중국보단 한국이 훨씬 친절해요. 옷을 사러 가도 중국에선 사이즈에 맞는 옷을 직접 찾아 입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점원이 사이즈를 물어본 후 입어볼 수 있게 도와줘요. 한국에서 지내는 지금이 중국에 있을 때보다 재미있고 행복해요. 생활이 아름다워요.”

중국에서 온 조선족 청소년 진타이허(한국명 김태하·16) 군은 부모가 사망한 후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할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주한 지 6개월 남짓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밑에서 자라 한국말을 제법 한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 온 후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지” 묻자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차별’을 ‘차이’와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인 듯싶다. 그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아름답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에게 한국인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한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군은 또래의 여느 중국 청소년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한국으로 터전을 옮기면서부터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진군처럼 부모의 취업 이주나 재혼, 사망 등의 이유로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청소년을 ‘중도입국 청소년’이라고 한다.

어떤 이유와 경로로 한국에 왔든 중도입국 청소년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진군도 다른 중도입국 청소년의 상당수가 그러하듯, 한국에 온 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적법한 학력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거나 때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미권 출신 청소년은 학력 인준 절차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 청소년은 서류를 준비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한 경우가 많아 증명서 한 장 떼려고 본국까지 다녀오는 수고를 해야 하죠. 서류를 아직도 수기로 정리하는 국가가 있어 필요한 서류를 신청하고 넘겨받는 데도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서류 준비에만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넘게 걸려요.

서류를 갖추어 왔다고 학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청소년들이 모국에서 떼어 온 서류를 두고 번역 공인 인준 절차를 밟는데, 이 또한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요. 아이가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고 없어진 경우도 종종 있고요. 학력을 인준할 방법조차 없다보니 그런 경우는 대부분 학교 가는 것을 포기하더군요.”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 팀장(센터장 역할)의 설명이다. 교육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청소년이 교육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원인 중 하나다. ‘굳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당장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자녀의 학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생활 적응 ‘징검다리’

장벽에 갇힌 아이들 한국 사회 일원으로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40 서울온드림교육센터. 맨 오른쪽이 김수영 팀장. 지호영 기자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이렇듯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청소년을 보호하고, 이들이 한국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도록 돕는 데 1차적 목적을 둔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기관이다. 서울시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협약을 맺어 지난해 9월부터 위탁지원 형태로 운영한다.

이 센터는 편입학이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은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진로 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등교하고 싶어도 한국어가 미숙해 준비가 필요한 청소년을 위해 학교에 다니지 않고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상담 서비스와 한국어 수업,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문화 차이와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는 이주 청소년을 위한 심리상담, 법률상담 같은 전문가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앞에서 소개한 진군은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최근엔 이 센터가 연결해준 직업훈련원에서 빵 굽는 기술을 익히고 있다.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빵 만드는 것 말고는 당장 관심이 가는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입국 당시 C38비자(재외동포에게만 발급되는 복수비자로, 3년 동안 1회 방문 시 90일씩 체류할 수 있다)를 발급받은 진군은 3년 주기로 갱신만 하면 무기한 체류가 가능한 F4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한다. 한국에 살면서 뭘 하면 좋을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확신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는 학교 진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이주청소년을 위해 직업훈련원, 기술교육원 같은 직업교육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편입학이나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청소년을 위한 진학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대학 입학에 필요한 학력 수준을 갖추도록 돕는 것은 물론 진로 상담,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면접 요령 등 입시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도 제공한다.
올해 3월 중도입국 청소년 3명이 이 센터의 지원 덕분에 대학에 진학했다. 2명은 일반고를 졸업했고 다른 1명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합격했다.

서울온드림센터의 도움을 받는 이주 청소년은 운이 좋은 경우다. 3월 현재 이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107명. 그간 멘토링 학습지도 프로그램을 거친 인원은 600여 명이다. 문을 연 첫 달인 지난해 9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이 5명이던 것에 비하면 6개월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숫자다. 그간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김수영 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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