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전문가들이 본 ‘조승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이규원 인턴기자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입력2016-04-12 09: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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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공포증, 반사회성 지녀 학교 숙제에 ‘살인 상상’ 노출

    조승희, 그리고 그가 벌인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은 어떠할까. 이 사건을 가장 면밀하게 분석한 보고서는 사건 발생 7개월 후인 2007년 11월 버지니아 주정부에서 발간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Mass Shooting at Virginia Tech)’이다. 판사, 전직 장관, 심리학자, 전 FBI 수사관, 대학 관계자 등 총 9명의 전문가가 주축이 돼 사건을 분석, 평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자문 역으로 참여한 로저 데퓨 박사(범죄행동학)는 살상 범죄자들은 ‘정치적 이유에서가 아니라(not politically motivated)’ 자신이 무언가 성취하고 역사를 바꾼다는 ‘망상’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마 조승희도 (다른 범죄자들과) 같은 경우일 것”이라고 말한다. 조승희 사건을 최근 인터넷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동양인 인권 회복을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승희는 ‘어린 시절부터 정신적 이상 징후를 보여왔으며,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영향을 받아 학교 숙제 등을 통해 살인을 하는 상상(homicidal ideation)을 드러내고는 했다’. 보고서는 ‘버지니아 공대 3학년 재학 중에도 정신적 불안 상태를 드러내는 징후를 수차례 내보였다’고도 기록한다. 실제로 그는 중·고교 재학 시절 극도의 불안과 우울, 선택적 함구증세(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는 불안장애의 일종)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당시 정신과 주치의는 조승희에게 항우울제인 파록세틴(Paroxetine)을 처방했으며, 그는 이후 약 1년간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았다.

    사건 직후 작성된 연방수사국(FBI) 수사 문건에는 조승희 주변인들의 진술이 포함됐는데, 여기서도 그의 반사회적 면모와 이상행동이 엿보인다. 그의 고교 시절 영어교사는 그가 수업시간에 한국에서 살던 시절 얘기를 하며 비정상적으로 크게 웃곤 했으며, 개학 1주일 만에 다른 학생의 머리를 걷어차 수업에서 퇴출당한 사실 등을 증언했다.   

    대학 시절에도 이상행동이 발견됐다. 조승희는 페이스북 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한 여학생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이 여학생은 “2005년 10월부터 낯선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누구인지 물으면 ‘맞혀보라’며 정체를 숨겼다. 내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한 뒤에야 익명의 전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데, 나중에 그가 승(Seung)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FBI에 진술했다.  



    조승희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 또한 미국에서 이뤄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재성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는 2007년 논문 ‘조승희 사건에 대한 목회 상담학적 소고’에서 그가 지닌 공격성의 근원을 그의 사회공포증과 반사회적 성격장애에서 찾았다. 하 교수는 “매사에 소극적이지만 사회공포증 혹은 사회불안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또한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전능한 통제력을 가지려 했다는 의미에서 반사회적 성격도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정경훈 아주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2010년 논문 ‘“Kill Dick” : 조승희의 희곡작품 분석을 통한 그의 정신 구조와 범행 동기 연구’에서 그의 정신 구조와 범행 동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조승희가 작성한 텍스트로 미루어볼 때) 조승희는 상징적 아버지를 배제하고 어머니와의 상상적 양자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에 포획된 정신병 구조를 가지고 있다. (…) 그가 대학생이 되어 과제물로 희곡 2편을 제출했을 때, 학교에서 그의 위험성을 알고 정신분석 전문가에게 데려가 상담을 했더라면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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