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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스마트 신입사원’ 향한 선배들의 ‘뒷담화’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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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배들의 신입사원 만족도 ‘65.2점’
  • ● 신입사원 스펙은 ‘금상첨화’
  • ● 신입의 거침없는 의사표현, 신선하지만 무서워
  • ● 개인주의 성향은 직장 세대갈등 유발
“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서울메트로]

지난 1월, 한 소셜커머스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기존 직원들 중 올해 채용된 신입사원과 입사시험을 치른다면 얼마나 합격할 수 있을까.’ 순식간에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직원은 ‘신입들 스펙은 빵빵한데, 개념도 빵빵(0점)이다’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더라도 신입은 신입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댓글을 단 이들 대부분은 ‘신입사원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데 크게 이견이 없었다.

이 소셜커머스 회사 대리 A씨는 “우리 동기들도 ‘요즘 같으면 우리는 정규직 입사는커녕 인턴에도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한다. 신입사원들이 전국 4% 안에 드는 인재라는데, 이런 후배들을 밑에 두는 게 가끔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A씨의 스펙은 ‘지방대 졸업, 학점 3점대, 토익 점수 600점대, 학보사 활동’이 전부다.



“일도 열심히 하니…”

국내 굴지의 플랜트 기업 B엔지니어링엔 최근 ‘해외파’ 신입사원이 많이 들어왔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 입사한 신입사원 79명 중 해외에서 최소 1년 이상 공부한 해외파가 10명이다. 그중 2명은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이다. 지난해엔 신입사원 75명 중 20여 명이 해외파로 알려졌다.

B엔지니어링 사원 C씨는 “해외파 대부분은 미국에서 공부한 수재들이다. 간혹 중국이나 다른 국가 출신도 있지만 이들도 대학은 미국에서 다녔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중 MIT(매사추세츠 공대) 수석졸업자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우리 때보다 수준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C씨는 2011년 국내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회사 직원 D씨는 이런 현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으로도 해외파 신입사원이 많이 들어올 것이다. 해외파 직원들이 한국 특유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업무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가 많고, 영어로 된 문서를 일상적으로 다루는 해외사업 파트의 경우 해외파의 업무 기여도가 높다. 외국인 사업주와 얘기가 잘 통하는 덕분에 계약 체결을 무난하게 이끌어내기도 한다.”

요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을 가리켜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일컫기도 한다. 4점대 학점,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 뛰어난 외국어 회화 실력, 각종 자격증과 수상 경력, 해외 봉사활동, 어학연수…. 뭐 하나 빠지는 조건이 없어서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한다.

E병원 8년차 방사선사 F씨는 “요즘 신입직원은 똑 부러지게 일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방사선팀은 간호팀의 혈관주사 오류에 대해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방사선팀 신입사원이 간호팀별로 혈관주사 오류 횟수를 그래프로 표기해 방사선팀장에게 제출해 보고한 뒤 간호팀의 혈관주사 오류가 급감했다.” 이 병원 인사팀 사원 G씨는 “병원 업무는 기존의 툴과 매뉴얼에 입각해 리스크를 낮추는 게 핵심”이라면서도 “신입사원들은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고 인정했다



개성, 친화력, 자기표현

신입사원들은 공부에만 매달렸던 선배 세대와 달리 외모를 꾸미는 데도 열심이다. H식품회사 인사담당자 I씨는 “요즘 신입사원은 대개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다. 학창시절뿐 아니라 취업 준비 기간에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인지 ‘스타일’도 좋다”고 전했다.

“신입사원 대부분이 키가 크고 날씬해 옷맵시가 좋다. 우리 때는 주로 무채색 정장에 검은 구두를 신었는데, 요즘 신입들은 감색 슈트에 넥타이를 톤온톤(tone on tone, 동일 색상으로 톤이 다른 배색 상태)으로 매치한다. 구두는 짙은 브라운 계열이다. 웬만한 패션 센스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템들을 대충 척척 걸치는 것 같은데도 개성이 살아난다. 솔직히 좀 부럽기도 하다.”

‘뛰어난 친화력과 자신감’도 선배 직장인들이 꼽는 신입사원의 장점이다. 다음은 J통신기업 홍보팀 K부장의 얘기다.

“회사 홍보용 사진을 찍을 때 신입사원을 모델로 쓰는 경우가 있다. 예전 신입사원들은 수십 명의 기자와 카메라에 둘러싸이면 표정이 경직되고 어색해했다. 하지만 요즘 신입사원들은 밝게 웃으며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한다. 자신감이 넘쳐서 어떤 상황에도 여유롭고 당당해 보인다.”

신입사원들이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선배들과는 다른 면모다. 지난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 1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의 강점 1위가 ‘자기 주장과 표현력’(46.5%)이었다. L게임개발사 13년차 개발자 M씨는 회사 개발팀에 여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서 점심 메뉴가 달라졌다고 했다. 자기 표현에 당당한 후배 덕분이다.

“우리 회사는 여직원보다 남직원이 많다. 특히 개발팀은 남자가 더 많아서 남자 선배가 말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런데 지난해 신입 여직원이 팀원으로 배정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신입이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먹지 않으면 나는 밥을 따로 먹겠다’고 선언한 후 점심 메뉴가 ‘국밥’에서 ‘파스타’로 바뀌었다. 팀장은 회식 때도 이 신입에게 메뉴 선택권을 자연스럽게 넘겼다. 윗사람 눈치 안 보는 후배 덕을 보게 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거침없는 의사 표현은 상사에게 때때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다.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16년차 N 차장은 “신입에게 쓴소리’를 들은 후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매장에서 물건을 옮기다 통로를 막고 있던 신입사원에게 ‘야, 비켜’라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이 친구가 내게 다가오더니 대뜸 ‘왜 나한테 막말을 하느냐, 앞으론 그러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1시간 동안 설전을 벌였지만 결국 신입에게 ‘조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충격이 워낙 커서 그런지, 지금도 그 직원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물론 내 잘못이 컸다. 하지만 직장 상사에게 당돌하게 따지는 신입사원의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때로는 ‘충격과 공포’

모 연구기관의 P부서 50대 연구원은 Q부서 신입사원에게 “내 업무를 처리해달라”고 지시했다가 험한 꼴을 당했다. 신입사원이 불쾌했는지, 삼촌뻘 연구원의 이름을 거명하며 “○○○ 씨, 그건 내 업무가 아닌데 왜 맡아야 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신입사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실을 총무팀에 보고했고, 결국 연구원에게서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냈다. 이 사건의 ‘승자’는 신입사원일까. 답은 ‘글쎄요’다. 이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R씨의 말이다.

“신입사원이 (연구원의 지시를) 부당하다고 여긴 것은 이해가 되지만, 공식적인 절차까지 거치면서 해결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 중간관리자에게 조용히 상의했으면 될 일이다. 그 일로 인해 해당 신입사원은 ‘또라이’라는 별명만 얻었다.”

직장 선배들은 신입사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양날의 검’으로 여긴다. 젊은 세대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사고방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무례하고 개념 없는 젊은이로 비칠 개연성도 다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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