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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더듬고 욕하고 때리고 ‘갑질’ 종합선물세트

꼴불견 非매너 골퍼들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더듬고 욕하고 때리고 ‘갑질’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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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 하지만 그린 곳곳에서 성희롱과 폭력 등 온갖 ‘갑(甲)질’이 난무한다. 힘 있고 돈 있는 골퍼들이 부리는 추태가 판쳐도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거나 공개 망신을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4월 캐디(경기보조원)들을 격분케 한 사건이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70대 중견 건설사 회장 K씨가 라운드 도중 20대 신입 여성 캐디를 성추행해 골프장 측으로부터 ‘회원의 품위와 클럽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사유로 ‘6개월 입장정지’ 징계를 받은 것. 여성 캐디는 “K씨가 ‘홀인원이 됐으면 나랑 밤에 술 한잔 할 수 있었지. 너를 예쁘게 해주고 팔자 고치게 해줄 수 있었다’는 성희롱 발언과 함께 자신의 팔과 어깨를 쓰다듬고 어깨를 잡아 안으려고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씨는 “다소 오해할 만한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엔 20대 여성 캐디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물의를 빚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항소가 기각됐다. 춘천지방법원은 ‘형량이 무겁다’는 박 전 의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이놈, 저놈 다 넣어서…”

골프 인구 600만 시대. ‘신사의 스포츠’라 불리는 골프지만, ‘그들만의 리그’인 골프장에서 힘 있고 돈 있는 골퍼들이 캐디를 상대로 부리는 추태는 인권이 강조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변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법정까지 가서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 공개 망신을 당하는 사례는 극히 일부다. 한 여성 캐디는 “골프장 손님 5명 중 1명꼴로 반말에 욕설을 하거나 그린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성희롱과 폭행 등 온갖 꼴불견을 연출하는 비(非)매너 골퍼”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전직 캐디 박모 씨 전언이다.

“골프장 캐디가 주로 여성이다 보니 ‘남자가 나이 들면 양기가 입으로 올라온다’면서 성적 농담을 쏟아내는 손님이 많다. 홀컵은 흙 속에 구멍을 내서 만들기에 공이 많이 드나들면 가장자리가 살짝 깨지고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그걸 보고 여성 성기에 빗대 ‘이놈, 저놈 다 넣어서 너덜너덜해졌다’고 한다. 티(tee)를 꽂으면서 ‘밤엔 잘 서는데 낮엔 잘 안 선다’는 따위의 성희롱 발언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경력이 오래된 여성 캐디들은 그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귀에 굳은살이 박인 터라 요령껏 받아치거나 한 귀로 흘린다. 하지만 신입이나 젊은 캐디들은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골프 실력이 상당한 남성 캐디 서모 씨는 라운드 중 손님에게 조언을 했다가 뺨을 맞았다. 이 손님은 “여자(캐디) 대신 남자가 나왔다”며 처음부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다가 서씨가 “스윙이 너무 빠른 것 같다”고 하자 “네가 뭔데 나서냐? 네가 나보다 잘 쳐? 내가 물어보기 전에는 닥치고 있어”라며 험한 말을 퍼부었다. 참다 못한 서씨가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하자 급기야 따귀를 후려쳤다.

이경원 대한골프캐디협회 교육이사는 과거 골프장에서 캐디 마스터(관리자)로 근무할 때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여자 후배가 단골 고객한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 라운드 중에 고객이 후배에게 남편과의 부부관계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고, 암수 잠자리가 꼬리를 올린 채 공중에서 교미하는 것을 보더니 ‘사람도 저런 자세가 가능할까?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었다. 후배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그 고객에게 항의했더니 ‘캐디가 일을 잘 못해 본전(캐디피) 찾으려고 그랬다’고 해서 기가 막혔다.



수표 반으로 찢어주며…

더듬고 욕하고 때리고 ‘갑질’ 종합선물세트

일러스트 · 김영민

그런데 내 보고를 받은 상사는 고객이 한 성희롱 발언을 한 자도 빼놓지 말고 A4 용지 1장에 소상히 적어 제출하라고 했다. 그건 2차 성희롱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차마 입에 다 담기 어려워 나한테도 심한 내용은 빼고 말한 후배가 ‘그걸 어떻게 다 글로 쓰란 말이냐’며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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