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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해新공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후폭풍, 순풍, 역풍 바람 타는 민심

밀양·가덕도·김해공항 현지 르포

  • 김준용 | 부산일보 사회부 기자 jundragon@busan.com

후폭풍, 순풍, 역풍 바람 타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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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밀양 부동산 거래 ‘올스톱’
  • ● 가덕도 땅 투자자는 손절매
  • ● 김해공항 주변, “뜻밖의 선물꾸러미”
후폭풍, 순풍, 역풍  바람 타는 민심

[사진제공·부산일보]

10여 년간 동남권(부산지역 언론은 ‘영남권’ 대신 ‘동남권’으로 표기한다)에 불던 ‘신공항 바람’의 방향은 부산 가덕도도 경남 밀양도 아니었다. 정부가 내놓은 답은 ‘김해공항 확장’(부산지역 언론은 ‘김해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으로 표기한다)이었다.

정부가 동남권에 던진 다소 의외의 답은 가덕도와 밀양을 함께 혼란에 빠뜨렸다. 가덕도나 밀양 땅에 투자하면서 ‘신공항 부동산 바람’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린다. 뜻밖의 확장안을 받아 든 김해공항 일대 주민들은 공항에서 불어오는 ‘순풍’에 들썩인다. 토지 보상, 소음 피해 대책 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순풍은 역풍으로 돌변할 수 있다.



밀양·가덕도, 후폭풍 속으로

“그놈의 신공항 때문에 마을이 십 수 년 동안 쑥대밭이 됐는데, 이제 속이 다 시원하다카이.”

6월 21일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된 직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주민 김근우(61) 씨의 반응이다. 김씨의 말대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불어닥친 ‘신공항 바람’은 마을을 분열시켰다. 외지인들이 마을 땅을 야금야금 사들였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마을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이 재론되면서 다시 들썩였다. 2016년 땅을 가진 주민들은 ‘밀양 신공항’을 외쳤고, 지주의 땅에서 농사짓던 소작농들은 묵묵히 ‘신공항 반대’를 외쳤다.

하남읍 주민 김준호(63) 씨는 “젊은 세대들은 여기서 농사지어 자식들 학교도 보내고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땅 가진 윗세대들은 공항으로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있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여기다 공단을 지으려다 땅이 비옥해 포기한 일화도 있는데, 땅 사놓은 외지 투기꾼들만 불쌍한 꼴이 됐다”고 했다.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 이후 하남읍의 부동산 거래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신공항 발표가 임박한 지난 5월만 해도 하남읍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매수 문의가 빗발쳤다. 2009년 3.3㎡(1평)당 평균 20만7500원 선이던 토지 가격은 신공항 후보지 발표 이듬해인 2010년 29만 원대로 50% 가까이 껑충 뛰었다. 그러더니 신공항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엔 38만6610원을 돌파했다. 2배 상승한 셈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당 평균가는 신공항 예정지 발표 직전까지 38만 원대를 유지했다.

밀양시 삼문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구와 부산, 창원, 울산 등지에 사는 분들이 이곳 땅을 사놓은 경우가 있다”며 “당장은 땅값이 모두 내림세라 매물로 내놓진 않지만, 사놓은 땅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루에 몇 통씩 전화가 온다. 우리라고 답이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밀양시 초동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성철(55) 씨는 “신공항 예정지 발표 전엔 초동면 농지도 평당 20만 원 선을 웃돌았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로 해놓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 부동산 시장은 현재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무작정 털고 나가기엔…”

오를 때까지 오른 땅값은 향후 지역경제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6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 동안 신공항 부지 선정 문제로 밀양시민들은 지치고 땅값만 올라 밀양의 개발 가능성을 소멸시켰다”고 정부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가덕도 주변 부동산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은 물론 김해, 진해 등지에서 온 투자자들이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던 대항동과 배후지역인 천성동, 성북동의 부동산에 신공항 발표 직전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2013년 가덕도의 부동산 거래 건수는 243건, 2014년엔 381건, 2015년엔 363건으로 거래가 꾸준히 이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4월 말까지 129건이나 거래됐다. 외지인들이 토지 매입에 나서면서 10년 전 평당 70만 원 안팎이던 땅값이 신공항 발표 직전에는 5배나 오른 350만 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가덕도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손절매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가덕도 주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신공항 선정 문제로 땅값만 올려놓고, 정부와 부산시 모두 가덕도의 개발 가능성을 소멸시켰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주민자치위원장 김모(59) 씨는 “정부는 10년 동안 신공항 바람만 잔뜩 불어넣었다”며 “가덕도는 지형 특성상 체류형 종합 관광휴양지로 발전할 수도 있었는데, 신공항에 매달리느라 어떠한 개발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덕도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 이후 드문드문 땅 판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매수 문의가 빗발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덕도에서 13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하재민(55) 씨는 “신공항 유치 실패로 당분간 땅값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부산시가 갖고 있던 가덕도 종합개발계획이나 일대 관광지화 사업 등이 남아 있어 무작정 손을 털고 나가는 건 재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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