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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김해新공항’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공항전쟁’은 정권투쟁

신공항의 정치학

  • 박재일 | 영남일보 정치부문 에디터 park11@yeongnam.com

‘공항전쟁’은 정권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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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공항, 대통령 3명 거친 난제
  •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닮은꼴
  • ● 대권 향한 야권의 ‘각자도생’
  • ● 새로 시작될 ‘대구 신공항’ 논란
‘공항전쟁’은 정권투쟁

김해 신공항 결정에 불복하며 7월 1일 대구시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회 관계자들.[뉴시스]

정치란 무엇인가. 숱한 개념 정리가 있지만, 고전적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튼의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명제는 정치의 핵심을 예리하게 단언한다. 가치(value)는 쉽게 말해 돈과 예산, 인프라에서부터 기업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각종 인허가까지 포함한다. 그런 가치들을 권위적으로, 리더십을 갖고 나눠주는 게 정치의 요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공항 혹은 수도 이전(배분) 같은 국가적 혹은 지역적 가치는 ‘권위적 배분’, 즉 정치의 핵심 요소가 된다. 그만큼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쉽다는 뜻이다.

영남권 신공항 논란이 돌고 돌아 6월 21일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 났다. 10년간의 ‘공항전쟁’이 막을 내렸다. 공항전쟁이라 불린 이유는 신공항 부지를 놓고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가 편을 갈라 사생결단의 경쟁에 몰입해서다.

부산시는 국토 남단인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며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이에 대구를 위시한 경남·울산·경북은 경남 밀양이 영남의 중심으로 신공항 최적지라며 맞섰다. 승패는 어정쩡했다. 밀양과 가덕도 어느 곳도 아닌 기존 김해공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김해공항 을 신공항급으로 한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신공항은 아니다.



막 내린 ‘공항전쟁’

어느 쪽도 탐탁지 않게 여긴 제3안으로 귀착된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10년 공항전쟁의 내막은 정치적 역학관계를 떠나 설명할 수 없다.

흔히 영남권을 정치적 성향으로 한 묶음으로 보지만, 내밀히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이른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은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기도 하지만, 과거 대구의 국가산업단지 건설과 낙동강 하류 오염 문제, 삼성자동차 유치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노출했다. 정치적 성향엔 공통점이 있다고 할지라도, 지역의 이익이 배치되면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는 구도다. 신공항도 그런 상황의 연장선이다. 더욱이 영남권 신공항은 부산 대(對) 대구·경북·울산·경남이 1대 4로 갈려 대결의 패턴이 달랐다.

신공항 발표가 임박하면서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에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빗장을 걸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김기현 울산시장은 정치적 영향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는 신공항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너무도 잘 의식했기에 나온 발언이다. 김 지사를 제외한 4명의 광역단체장은 국회의원을 지낸 전형적인 정치인들이다.

신공항의 이보다 더 큰 정치적 함의는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둘러싼 ‘정권투쟁’이다. 보수의 보루, 영남권이 둘로 쪼개지면 정권 유지도 재집권도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집권여당 새누리당 한쪽에 있다. 반대편 야권에선 공고한 영남권이 분열한다면 집권의 길이 한결 쉽다고 판단한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야권은 신공항 논란의 그런 틈새를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1990년대 초 싹튼 논란

영남권 신공항이 회자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영남권에 미래 항공 수요를 감당할 새 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몇몇 용역 연구가 정부와 부산시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대구에서도 대구 인근, 예컨대 영천시 금호읍에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영남권 신공항 논의가 촉발된 것은 무엇보다 부산의 김해국제공항과 대구의 대구국제공항이 군사기지 내에 있어 국제공항으로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은 이른바 K1, 대구공항은 K2다. K1은 한반도 유사시 물자·병력 수송의 후방 핵심 공군기지이고, K2는 제11전투비행단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공군의 주축 전력이 포진해 있다. 전투기가 뜨는 중간 중간에 민간 여객기가 오르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김해공항은 근년 들어 꾸준한 성장세 속에 연간 이용객이 1200만 명을 돌파해 기존 시설로는 한계가 임박한 상황이고, 대구공항은 지난해 이용객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줄기차게 제기되던 신공항 문제는 2002년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던 중국 민항기가 공항 북쪽 돗대산에 추락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이어 2003년 당시 부산 출신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다. 그해 1월 노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 건의를 받는다. 부산시는 이후 자체 용역 연구에 착수했지만, 2004년 20조 원으로 추정된 공사비와 경제적 효용이 크게 떨어지는 0.32의 B/C(비용 대비 경제성)로 사실상 퇴짜를 맞는다. 가덕도가 타당했다면 부산 출신 정권하에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가덕도의 자연적 공항 입지는 그걸 뒷받침하기엔 너무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부산시가 독자 추진하던 신공항이 불리해지자 결국 2005년 10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노무현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국토종합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건의했다. 당시만 해도 이런 식의 지역 갈등이 불거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각자 나름의 논리로 신공항 입지에서 승리를 자신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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