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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팀플로 수업 때우고 욕설, 술시중, 성추행”

일진’급 갑질 대학교수들

  • 남훈희 | 자유기고가 brentnam11@gmail.com

“팀플로 수업 때우고 욕설, 술시중,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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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플 세계 최다…문과 취업난은 교수 탓”
  • ●“논문 쓴 사람 따로, 저자 따로”
  • ●“대학원생은 제일 만만한 노예”
“팀플로 수업 때우고 욕설, 술시중, 성추행”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일부 대학교수들의 ‘갑질 관행’이 도를 넘었다. 대학 재학생인 필자가 목격한 내용, 서울시내 여러 대학 학부생, 대학원생이 들려준 얘기를 모아봤다. 일부 교수들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 사회에 도움이 될 인재를 키워내는 스승으로 보기 어려웠다. 대신 이들은 ‘갑질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갑’을 넘어 ‘학원가 일진’처럼 비쳤다.  

장 르누아르 감독은 영화 ‘게임의 규칙’에서 “눈에 보이는 세상인 양지의 법과 제도가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세상인 음지의 게임 규칙이 인간의 사회적 생존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런 음울한 게임의 규칙이 작동하는 곳이 한국의 대학일 것이다.



 陰地의 게임 규칙

‘팀플’은 대학교 정규수업의 ‘조별 과제’ 혹은 ‘조별 발표’를 일컫는, ‘팀 프로젝트’ 혹은 ‘팀 프레젠테이션’의 줄임말이다. 팀플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에 도입된 뒤 대학에서도 대표적인 수업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 유명 대학의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팀플을 통한 실습 과정이 유행하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우리나라 교수들이 미국에서 경험한 이런 수업 방식을 앞다퉈 도입했다. 요즘 팀플은 문과, 이과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대학에서 보편적 수업 방식이 됐다. 서울시내 모 유명 대학 경영대의 2016년 1학기 136개 전공 수업 중 팀플을 채택한 수업이 117개에 달한다.

팀플은 ‘여러 학생이 협력해 하나의 결과물을 창조하는 행위’로서, 이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교육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가장 매혹적이지만 실제로 가장 파괴적인  공산주의를 연상케 하듯, 팀플은 애초 취지와 달리 교과수업의 파행과 교우관계의 파탄을 초래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적당히 수업을 때우는 방편’으로 팀플을 남용하고, 학생들은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떠안는다.

서울시내 여러 대학 재학생에 따르면, 상당수 팀플은 ‘배 째라’식 무임승차를 방임한다. 천우신조로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조원들로 팀이 구성되지 않는 한,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과 노력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연세대 재학생 A(22)씨는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그중에 가장 절박한 조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 다른 조원은 두루미처럼 고고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얹혀서 가기도 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조원들 간의 기여도가 현저히 다름에도 같은 평가점수를 받게 되니 팀플만큼 불합리한 게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은 공산주의에서 강조하는 ‘성과를 똑같이 나눠 갖는 방식’과 유사하다. 성균관대 재학생 B(21)씨는 “열심히 한 소수 덕에 나태한 다수가 혜택을 입거나, 나태한 다수의 태업으로 열심히 한 소수가 피해를 보는 레퍼토리가 늘 반복된다”고 했다.



“팀플 극혐…교수는 편하거든”

고려대 재학생 C(26)씨에 따르면, 팀플로 인해 조원들 간에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C씨는 “같은 과의 한 조원이 과제와 동떨어진 의견을 계속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과제물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때 정나미가 떨어져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조원과 알은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재학생 D(23·여)씨는 “한 조원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제를 진행했다가 신통치 않은 평가가 나왔다. 그 조원에게 다른 조원들의 원망이 집중됐다”고 했다.  

이화여대 재학생 E(22·여)씨는 “대학에서 팀플만큼 비효율적인 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내가 안 해도 다른 누군가가 하게 돼 있다.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결과를 팀 전체가 공유하므로 팀플에 임할 때 책임감이 들지 않는다. 내 물건을 쓸 때와 공용 물건을 쓸 때의 마음가짐  차이랄까.”

교수에 의한 일방적 강의나 주입식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조별 과제 준비와 발표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수업시간이 할애되는 건 문제라는 원성이 높다. 서울시내 모 대학 재학생 F(23)씨는 “내가 수강한 한 강의는 한 학기 16주 수업 중 초반 몇 주만 빼고 나머지 주는 조별 과제와 발표 위주로 진행됐다. 도무지 뭔가를 배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S여대 신입생 G(19)씨는 “수강하는 과목 대부분이 조별과제를 내주니 조별 과제에 치여 죽을 지경이다. 조원들끼리 약속 잡고 만나고, 일 배분하고 조정하는 ‘공부 외적인 부분’에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며 답답해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네티즌(rhkd****)은 “조별 과제는 진짜 극혐이다. 교수 입장에서는 편하거든. 팀 과제 내주면 기본 서너 시간은 수업 안 하거든. 제발 학생들의 고충도 좀 들어주는 아량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교수들도 무성의한 팀플의 폐해를 잘 안다. 그럼에도 일부 교수들은 팀플을 변함없이 애용하고 팀플의 폐해를 방치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팀워크를 중시하는 기업이 많아졌기에 학생들에게 이를 미리 준비시키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공동작업으로 과제물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일까.

상당수 학생은 “수업 진도를 적당히 때우기에 팀플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에게 조별 과제와 발표를 맡기면 교수가 할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수업을 팀플로 채우면 교수는 그만큼 편해진다는 것. 일부 학생들은 적당히 만족스러워한다. 발표를 맡은 학생은 어쨌든 청중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기회를 얻는다. 발표를 듣는 학생은 발표가 재미있으면 계속 듣고, 지루하면 휴대전화나 노트북으로 딴짓을 한다.   

일부 교수들은 채점과 학점 평가의 편리성 때문에 팀플을 선호한다고 한다. 서울시내 한 대학의 H교수는 “수강생이 수십 명인 수업의 경우 교수 혼자서 수강생의 과제를 일일이 채점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수강생들을 조별로 묶어버리면 채점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줄어들어 편하다”고 털어놨다.

개중에는 논문을 쓰면서 스스로 자료를 일일이 찾기가 귀찮아 학생들에게 과제로 떠넘기고 그중에서 쓸 만한 것을 건지려는 교수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들은 “교수가 조별 과제에 대해 세세하게 첨삭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강생이 많은 강의에선 교수가 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팀플을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사회생활 미리 배우기?

상당수 교수는 팀플 남용이 학생들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시키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잘 안다. 그러나 교수 사회에서 팀플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모 대학본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하는 팀플 따위로 징징대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하려는 거냐”며 반론을 편다.

“사회생활이야말로 팀플의 연속 아니냐. 월급쟁이 대부분은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단체 업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한다.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세상이 원래 이런 곳이니 팀플을 통해 세상 사는 지혜를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사회에선 단체 업무를 하면 자신의 기여도에 어느 정도 걸맞은 대가를 지급받는다. 대학 팀플에선 그렇지 않다. 직장에선 자기 일을 태만히 하면서 다른 직원들의 성과에 묻어가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팀플에선 이런 일이 상시적으로 용납된다. 교수들은 대학생들에게 ‘슈퍼갑(甲)’이라 강의평가 같은 소극적인 방법 외엔 비판에 노출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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