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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반도 대지진 공포

“살면서 한 번은 강진(强震) 겪을 생각해야”

일본에서 본 한국 지진

  • 장원재 |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살면서 한 번은 강진(强震) 겪을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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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지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어설픈 대응을 지진 빈발국 일본은 어떻게 봤을까. 지진 대비에 어느 나라보다도 철저한 일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도 앞으로 지진이 잦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살면서 한 번은 강진(强震) 겪을 생각해야”

‘방재의 날’인 지난 9월 1일 시마네(島根)현 피난소에 모인 방재훈련 참가자들. [사진제공·아사히신문]

9월 12일 도쿄에서 스마트폰으로 한국의 지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갑자기 전송이 중단됐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규모 5.8이란 말에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건축물의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돼 있을 텐데…. 경상도 지역에 사는 친척, 지인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인터넷으로 속보를 챙겨 봤다. 무너진 담, 깨진 창문, 부서진 기왓장, 긴급히 대피하는 사람들…. 경기도에 있는 처갓집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말을 듣고 위력을 실감했다.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의 震度 차이

그런데 지진의 ‘규모’만 발표되고 지역별 ‘진도(震度)’가 공개되지 않은 걸 보고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이 났을 때 해당 지역 주민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규모가 아니라 진도다. 규모가 커도 깊은 땅속이나 먼 곳에서 일어났다면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진의 규모는 지진으로 분출된 에너지 크기를 의미하기에 어느 장소에서나 같다. 반면 진도는 실제로 땅이 흔들린 정도를 뜻하기에 지역마다 다르다. 일본에선 지진이 나는 즉시 지역별 진도를 발표한다. 그리고 진도 4 이상이 예상되는 지역엔 기상청이 휴대전화로 알람 메시지를 보낸다. 조치가 워낙 빨리 이뤄지다 보니 진원(震源)에서 먼 곳엔 지진의 진동보다 메시지가 먼저 도착할 정도다.

나중에 알아보니 한국 기상청은 초기 보도자료에서 규모만 발표하고 진도에 대해선 “쿵 하는 소리와 건물의 흔들림이 감지됐다”고만 했다. 이것만 보면 어느 정도 위력이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서너 시간이 지나 날이 바뀐 후에야 경주·대구는 진도 6, 부산·울산·창원은 진도 5였다고 발표했다. 이미 상황이 일단락된 뒤였다.

이튿날 일본인 몇몇과 어울리는 자리가 있었다. 경주 지진이 화제에 올랐는데 “진도가 5, 6인 지역도 있었다”고 하니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특파원을 지낸 일본 기자는 “인터넷에서 한국의 지진 사진을 봤는데, 진도 5~6이라고 보기엔 피해가 크지 않았다. 측정을 잘못한 건 아니냐”고까지 했다.

그 말을 듣고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에서 경험한 지진이 생각났다. 당시 규모 6.5의 강진(强震)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구마모토에 갔다가 한밤중 호텔에서 규모 7.3, 진도 6의 지진을 만났다. 자정 무렵 기사 마감을 마치고 잠이 어렴풋하게 들었을 때인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침대가 흔들렸다. 나동그라지지 않도록 침대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기자도 이상하다 싶어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일본과 한국은 진도의 단위가 다르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 등과 함께 진도 1~12로 구분된 메르칼리 진도를 사용하고, 일본은 0~7로 분류하는 독자적인 진도 기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제야 경주가 진도 6이었음에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됐다. 경주 지진은 일본 기준으로 치면 진도 4쯤인데, 이는 도쿄에서 1년에 한두 번 경험할 수 있는 진도의 지진이다. 필자가 구마모토에서 겪은 지진은 한국 기준으론 진도 9에 해당한다.

“살면서 한 번은 강진(强震) 겪을 생각해야”

지난해 9월 1일 ‘방재의 날’ 소방훈련에 참가한 아베 신조 총리가 도쿄(東京)도 다치카와(立川)시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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