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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반도 대지진 공포

요동치는 지구 속 유체 우린 거센 강물에 떠 있다

과학으로 본 지진 & 대피 요령

  • 오가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요동치는 지구 속 유체 우린 거센 강물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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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인근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문자를 받기 전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진이 잘 안 나는 나라인지라 단박에 ‘지진!’이라 생각하긴 어려웠을 터. 급히 몸만 빠져나오며 이렇게 혼잣말을 했을지 모른다. “거, 지진 나기 전에 미리 좀 알려주면 안 돼?”
눈길을 끄는 두 번의 지진이 있다. 1975년 중국 하이청(海城)시에서 발생한 지진과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내륙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은 대개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다. 최근엔 2015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발생한 지진,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이 그랬다. 영화 ‘탕산대지진’의 배경이 된 1976년 중국 탕산(唐山) 지진에선 공식적으로 24만 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 중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첫 번째는 30만 명이 사망한 2010년 아이티 지진이다).

하이청 지진이 주목되는 것은 규모 7.3의 대형 지진인데도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328명이다. 탕산과 하이청이 지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음을 고려하면 하이청 지진의 피해가 이 정도에 그친 건 기적에 가깝다.



예측한 지진, 예측 못한 지진

하이청 지진은 과학적으로도 ‘기적’으로 꼽힌다. 인류 역사상 지진을 예측해낸 유일한 사례여서다. 큰 지진을 암시하는 듯한 여진(餘震)과 지하수 수위 상승, 지하 깊은 곳에서나 존재하는 라돈 가스의 지표면 관찰 등 지진의 전조증상이라고 알려진 모든 증상이 나타났다. 덕분에 하이청시는 대재앙을 면했다.

과학자들은 하이청 지진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한다. 바로 다음 해 발생한 탕산 지진에선 그 어떤 전조증상도 없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갑자기 규모 7.8의 지진이 탕산을 덮친 것이다.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지진은 300여 명이 사망한 중대형 지진이다. 지진 후 이탈리아 법원은 과학자 6명을 포함해 국립재난예측·대책위원회 관계자 7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2014년 상위 법원이 “지진을 예측하지 못한 건 범죄가 아니다”라며 과학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과학자를 제외한 관계자 1명에겐 주민에게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이탈리아 법원의 판단을 살짝 뒤집어보면 이렇다. 지진을 예측하지 못한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미 여러 차례 미소(微小)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함부로 안전하다고 확신할 순 없다는 것이다. 지진은 예측 불가능하다. 동시에 한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열에너지

지진은 말 그대로 대지가 흔들리는 현상이다. 지구가 생성된 이래 지구 내부에선 끊임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며 지구 내부의 운동을 만들어낸다. 지구 내부 운동이 지표까지 전달되면 지진이 된다. 지구 내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채 200년도 안 된다. 19세기 말~20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됐다.  

태양계 생성 이래 지구는 태양이 만들어지고 남은 물질이 모여 만들어졌다. 처음엔 갖가지 물질이 찰흙 반죽처럼 뒤섞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에서 받는 충격과 내부 중심부 깊숙한 곳의 압력에 의해 어마어마한 열이 생겼다. 규칙 없이 뒤섞여 있던 원시 지구 내부에선 어떤 물질이 깊숙이 들어가고, 어떤 물질이 외곽으로 나올지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 중 상대적으로 무거운 철과 니켈은 지구 중심으로, 가벼운 산소와 규소는 외곽에 정렬됐다. 그리고 바깥쪽부터 천천히 식어갔다. 가장 바깥에서 먼저 식은 껍데기, 이것이 바로 지금 생명체가 살아가는 지각이다.

차갑고 단단하게 식은 지각 아래로 지구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열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 열에너지 덕분에 지구 내부는 여전히 유체(流體, 흐를 수 있는 상태)로 천천히 움직인다. 뜨거운 물질이 지구 중력을 거슬러 차가운 물질 위로 올라가듯, 지구 내부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지각 근처에 와서 식으면 지구 중심 방향으로 내려가고, 중심 근처에 가서 뜨겁게 데워지면 다시 지각 근처로 올라오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이들 물질의 움직임이 너무도 강해 물질들을 둘러싼 지각도 함께 움직인다. 물위에 떠 있는 배처럼.

결국 물질이 내려가는 곳에서 지각은 일부가 함께 내려가며 사라지기도 하고, 내려가는 곳에서 주변 지각과 부딪히기도 한다. 혹은 특정 부분이 너무도 두꺼워 내려가지 못하고 허공으로 치솟기도 한다. 반대로 내부 물질이 올라오는 곳에선 올라온 물질이 차갑게 식으며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경계를 찾아낸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 물질의 움직임에 따라 떠다니는 지각 조각을 ‘판(板, plate)’이라고 이름 붙였다.

판의 크기는 대단하다. 큰 판은 어지간한 대륙보다 크다. 대륙과 바다가 분리돼 각각의 판으로 존재할 수도 있고, 합쳐져서 거대한 판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는 유럽과 아시아를 한번에 연결한 거대한 유라시아판의 일부다. 유라시아판은 일본 동쪽에서 태평양판과 접해 있다. 동시에 일본 남쪽에서 필리핀판과도 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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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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