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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男 30, 女 28 우리는 호모 인턴스”

또 한 해가 저물고…취업준비생들의 아우성

  • 김다혜 | 객원기자 happyemilee2@daum.net

“마지노선 男 30, 女 28 우리는 호모 인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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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男 32세, 女 30세는 이미 옛말”
  • ● ‘어린 나이’에 ‘직무경력’까지 요구…이중고
  • ● “정말 죽을 지경…우린 낙오된 인류”
“마지노선 男 30, 女 28  우리는 호모 인턴스”

9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관광산업채용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 [동아일보]

2016년도 두어 달밖에 남지 않았다. 요즘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가장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아마 취업준비생일 것이다. 사상 최악이라는 청년실업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목소리가 작다고 문제가 작은 게 아니다. 대놓고 실명으로 취준생임을 밝히기가 뭣하니 안으로 삭이는 것인지 모른다. 많은 전문가는 청년실업이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이슈라고 진단한다.

취준생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취재하기 위해 먼저 ‘신동아’ 2015년 4월호 ‘인종차별보다 아픈 연령차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참고했다. 취업절벽 실태를 처음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기사로, “남자 취준생은 32세, 여자 취준생은 30세가 넘으면 고령자로 분류돼 대기업 같은 곳에 사실상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32세 안팎 남자 취준생들의 이야기’로 앵글을 좁혀 기사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여러 취준생의 말을 듣고 나서 기사 방향을 수정했다. 취재에 응한 취준생들은 “취업 마지노선 ‘남 32세, 여 30세’는 이제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취업 가능 연령은 ‘남 30세, 여 28세’로 당겨졌다. 이 나이를 넘기면 사실상 취업이 되지 않는다. 정말 죽을 지경”이라며 답답해했다.   



“아주 드문 사례라…”

김모(27·여) 씨는 이른바 ‘SKY대’ 가운데 한 대학의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전공을 살려 3년 동안 고시를 준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매번 합격 커트라인 바로 아래에 걸렸기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마음 먹은 시험에 낙방한 후 결국 고시를 포기했다.

김씨는 취업으로 돌아서면서 막막함을 느꼈다. 그는 “구인기업들을 상대하면서, 주변 친구들과 정보를 나누면서 27세라는 나이가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실감했다. 몇 년을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보낸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현재 그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함과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대기업 취업은 기대도 않는다. 나이가 이렇다 보니 어떤 회사든 신입사원으로 취직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의 5월 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714명 중 73.5%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연령 상한선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의 8월 조사에선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많이 보는 비공개 조건이 ‘나이’(44.8%)로 나타났다.

국립대 생명과학계열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모(29) 씨도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담당교수가 연구년(옛 안식년)을 떠나게 돼 그의 박사학위 취득은 2년 미뤄지게 됐다. 이씨는 공부를 접고라도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가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이내 깨달았다고 한다. 이씨는 “남자는 서른, 여자는 스물여덟이면 취업 막차다. 노예 같은 대학원생 생활을 계속하는 것도 스트레스, 나이 먹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에 따르면, 문과계열 구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공계열 구직자도 나이 차별을 받는다고 한다. “30대에 대기업 공채에 합격한 사람들이 취업 성공사례 강연을 다니는데 ‘아주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1세 입사자가 최연장자

서울시내 모 대학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김모(29) 씨는 지난해 하반기 식품 관련 대기업에 지원했다. 이 회사 체인점에서 반년 정도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한다. 김씨는 최종면접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는 ‘그래도 희망을 봤다’면서 열심히 스펙을 쌓았다. 특히 어학점수를 크게 높였다.

그는 올 들어 여러 회사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면접 근처에도 못 가고 서류전형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김씨는 “자기소개서는 더 노련해졌고 스펙은 더 화려해졌다. 그래도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가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취업 가능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박모(32) 씨는 31세이던 지난해 모 제약회사 입사시험에 합격한 뒤 입사 동기들의 나이에 놀랐다고 한다.

“50명 안팎의 동기 중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물론 내가 어린 나이에 취업한 것은 아니지만, 취업한 사람들의 연령대가 이렇게 내려가 있을 줄 몰랐다. 더욱이 여자 동기들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어렸다. 가장 나이가 많은 여자 동기가 26세밖에 안 됐다. 대부분은 23~25세였다.”

서울시내 K대학 출신 황모(27·여) 씨는 2년 전 공개채용시험을 거쳐 모 포털사이트에 입사했다. 황씨는 “입사 때 서른 살이 넘은 동기는 없었다”며 “일반적으로 서른이 넘으면 민간기업 취직을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헤드헌터 회사 간부인 배모(57) 씨는 “10년 전에 비하면 취업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일반직군은 남자 30세, 여자 27세가 사실상 취업 상한선”이라고 귀띔했다. 취준생들은 여자 28세를 상한선으로 보는 편이지만, 전문가인 배씨는 그보다 한 살 더 낮게 보는 것이다. 물론 나이에 의한 차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회사는 없다.

많은 취준생은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수년간 취업난이 극심했기에 직장을 못 구한 채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된 취준생이 널려 있다. 이들은 이제 나이 핸디캡까지 짊어지고 어린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니 더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다. 이들은 “사회로 진출할 문이 얼마 안 가서 완전히 닫혀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미친, 누가 정했나, 그런 거”

닉네임이 ‘소고기**’인 한 여자 취준생은 ‘27살 끝자락이 되니 내 나이가 실감난다’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에 남겼다.

“올해만 해도 친구 두 명이 시집을 가고, 2016년이 몇 달 안 남았다는 걸 알게 되니 내 나이가 와 닿는다. 중반도 아니고 후반인데. 세상 밖으로 나갔더라면 이 좋은 날 방구석에 틀어박혀 우울해할 일도 없을 텐데. 아르바이트 모집한다는 글을 봐도 25살까지 받는다는 글도 있고. 이제는 내 인생을 멈추어두면 안 되겠다. 나 하나 때문에 우리 부모님도 얼마나 인생이 재미없을까. 부모님 인생도 멈춰 있는데….”

남자 구직자들은 4년제 대학 과정, 군 복무, 인턴 같은 대외 경력을 갖추면 26~28세가 된다. 상·하반기 공개채용에 몇 번 미끄러지면 곧장 나이 장벽에 다가서게 된다. 취업 시장 관계자들은 “30세 이상 남자 취업준비생이 급감하고 있다. 30세를 넘기면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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