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장고발

“6만원 교재 사면 A+ 학점”

교재 강매하는 교수들

  • 손연준 | 고려대 미디어학부 sonx3@naver.com

“6만원 교재 사면 A+ 학점”

1/2
“6만원 교재 사면 A+ 학점”
최근 서울시내 K대학 대형 강의실에서 금융 관련 교양과목 중간고사가 치러졌다. 학생들은 저마다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냈다. 담당교수는 시험이 ‘오픈 북’ 형식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미리 공지했다.

나눠준 시험지는 20개의 객관식 문제로 채워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문제는 책에 적힌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낀 문항들과 글자 한두 자만 교묘하게 바꾼 문항들이었다.

수업에 대한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책에 적힌 내용과의 비교를 통한 ‘오·탈자 찾기’에 가까웠다. 시험을 끝내고 나온 김모(24) 씨는 “책에 정답이 적혀 있어 틀릴 수가 없다”며 “교재 구입비 6만5000원으로 A+ 학점을 사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구입해야 할 교재는 두 권이다. 모두 수업담당 교수의 저서다. 교양과목의 교재 구입비로는 작지 않은 금액이지만, 시험문제가 책에서 그대로 나오는 만큼 학생들로선 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모(23) 씨는 “교수가 수업시간에 강의한 내용으로 공부해보려 했으나 시험 유형에 관한 정보를 듣고는 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험엔 수업시간엔 언급되지 않고 책에만 있는 내용이 다수 출제됐다. 교재를 사지 않은 채 강의자료 위주로 시험을 준비한 일부 학생은 당황했다고 한다.

최근 대학가에 교수의 저서를 학생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개설된 듯한 강의가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수업들은 오픈 북 시험이나 과제물에 책 구매 영수증을 부착하기 같은 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재 구입을 강권한다.



과제물에 ‘영수증’ 부착

‘학생들에게 (공부에 필요한) 책을 사도록 하는 게 뭐가 잘못됐는가?’라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수업 내용과 연관 없이 책에만 등장하는 내용을 시험에 출제하거나 책 구매 영수증을 부착하지 않은 과제물에 대해 점수를 낮게 주는 것은 문제 소지가 충분하다.

D대학교 안보 관련 과목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오픈 북 방식으로 치러졌다. 수강생 이모(23) 씨는 “수업을 한 번도 안 듣고 책만 한 번 읽어보면 거의 다 맞힐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공부 부담이 적어 좋지만 머리에 남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J대학에 개설된 한자 관련 과목은 인터넷으로 강의가 진행되며 400명에 달하는 학생이 수강한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한자를 10번씩 반복해 쓰는 과제를 해야 한다. 납득하기 힘든 것은 이 과제를 수업 교재의 부록에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모(26) 씨는 “한자를 반복해서 쓰는 건 다른 종이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1/2
손연준 | 고려대 미디어학부 sonx3@naver.com
목록 닫기

“6만원 교재 사면 A+ 학점”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