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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교수의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

고객 취향만 따르다가는 망한다

  • 홍성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경영학

고객 취향만 따르다가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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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사꾼들이 하는 말 가운데 “장사가 재미있다”는 것은 곧 “장사가 잘 된다”는 말과 통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틀을 잡아가면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마케팅 개념을 잘못 이해하면 기업경영에 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신동아’는 새천년을 맞아 소비자 행동과 마케팅 전략을 전공한 홍성태 교수의 ‘재미있는 마케팅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는 곧 ‘잘 되는 마케팅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는 우선 마케팅의 핵심 내용인 ‘고객 중심 마케팅’ 개념에 대해 오해하는 점들을 짚어보고, ‘마케팅 전략’의 본질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편집자>》
[ 제1부-고객중심 마케팅 신화에 대한 오해 ]

‘고객이 왕’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고객 중심 마케팅은 마케팅 원론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어 왔다. 고객의 욕구(needs)를 찾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고객 중심 마케팅을, 가능한 한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의미를 잘못 받아들인 기업들은 해답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문제에 봉착하곤 한다. 먼저 고객지향 마케팅에 대한 오해 사례들을 살펴보자.

오해 1- 소비자의 욕구는 알고자 하면 알 수 있다

주부들을 겨냥한 월간지 ‘마리안느’가 창간 17호 만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기업경영에서 부도는 병가지상사이며 한 잡지사가 문을 닫은 사건 또한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부도를 내게 된 이유가 눈길을 끈다.

이 회사 기획실장에 따르면, ‘마리안느’는 창간을 앞두고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부들은 낯뜨거운 섹스 이야기나 루머 일색의 잡지에 식상해 있어 유익한 정보만 전해 주는 잡지가 나올 경우 95% 이상이 구독하겠노라 응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자신있게 ‘무섹스, 무스캔들, 무루머’의 3무(三無)정책을 표방하고, 그 정책을 고수했다. 그런데도 이 잡지가 독자들의 외면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미리 예측하려고 마케팅 조사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폐간은 이와 같은 마케팅 조사의 유용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만들었다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들. ‘펩시’의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한 코카콜라는 85년 400만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맛의 콜라를 만들어냈다. 20만 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엄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그야말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뉴-코크(New Coke)’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직면한 것은 소비자의 거센 반발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지프를 군납하여 크게 성장한 아메리칸 모터스(AMC)는 전쟁이 끝난 후, 일반 소비자에 대한 판매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마케팅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는 일관되게 부정적이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프를 상용화했는데 뜻밖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메리칸 모터스는 오히려 고객 욕구조사 결과를 무시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처럼 마케팅 관리자는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애를 쓰지만, 고객 자신도 자기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욕구를 제대로 의식했다 해도 잘못 표현하기 일쑤다. 물론 마케팅 조사가 불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밀하게 조사했다 하더라도 고객의 진정한 욕구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인정해야 한다.

오해 2- 소비자의 욕구는 소비자 자신이 잘 안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항상 제대로 의식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만큼 장래에 대해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30년 전에 어떤 소비자가 캠코더·팩스·무선 전화기·e-메일·노트북 컴퓨터 등을 요구했겠는가? 오히려 기업이 아이디어를 다듬어 신제품을 만든 다음 광고 등을 통해 잠재고객을 교육시키고 시장을 창출해 왔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다. 그러나 더 훌륭한 기업들은 고객 자신이 알아채기 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아키오 모리타 회장은 “소비자를 새로운 제품으로 리드해야 한다. 소비자는 무엇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제품 개발은 고객 욕구의 관찰(market pull)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과학 발전의 결과(science push)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욕구 충족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세세한 문제 해결에만 급급할 뿐 창조적 과학발전에 따른 이노베이션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인데도 즉각적인 시장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술의 연구 개발이 무시될 염려가 있다.

고객지향 마케팅이란 기업이 고객들보다 그들의 욕구를 더 잘 인식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들의 문제 해결과 욕구 충족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객은 모를지라도 기업은 알아야 한다.

오해 3- 소비자도 적절한 비용 개념을 가진다

소비자들도 가끔은 제품의 제조비용을 의식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소비자들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제품을 쓰고 싶어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원가가 상승하고 결국 고객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와 같이 고객의 욕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오히려 고객에게 이롭지 못한 마케팅 활동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은 끝없는 신모델 개발과 그에 따른 투자로 ‘물건은 팔리지만 이익은 남지 않는’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생산품목과 부품 숫자를 대폭 줄이고, 모델변경 기간도 늘려 잡는 ‘탈(脫)다품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품의 품목 줄이기, 모델변경 기간 연장하기, 공통부품 사용하기 등으로 비용을 줄이고,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일본에서 해마다 새로 나오는 자동차 모델은 평균 90종으로 40종인 미국의 갑절이 많다. 모델 숫자를 줄이면 공장 및 유통현장에서 재고가 줄고, 신모델 개발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운전석의 계기판 종류만도 437가지고, 라디에이터는 110가지, 실내 카펫이 1200가지, 핸들은 87가지, 재떨이만도 300가지에 이르렀다. 결국 닛산의 디자인 부서는 모든 부품의 종류를 40%까지, 모델 종류도 35%까지 대폭 줄이도록 전략의 일대 전환을 단행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Simple is Beautiful)’는 슬로건은 판매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의 모델과 디자인을 자주 바꾸다 스스로 무덤을 판 자동차업계에서 이심전심으로 일고 있는 새로운 다짐이다.

일본 가전업계도 모델이나 디자인을 자주 바꾸다 멍이 든 상태다. 마쓰시타는 90년에 내건 슬로건 ‘새로운 유형의 사고’ 대신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라는 새로운 기치 아래 오디오와 카세트 등 각종 제품의 모델을 6000개에서 1000개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니나 히타치와 같은 대형 가전업체들은 비디오카메라 한 품목에서만 매년 5∼6가지씩 신제품을 쏟아내는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소비자를 외면한 개발경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 사는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지만 소비자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휴가철에 한두 번 사용하는 게 고작이고, 최첨단 기술로 개발된 새로운 기능들을 활용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제품의 전체 제조원가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 또 소비자 쪽에서는 모델과 디자인이 자주 바뀌자 “오늘의 신모델이 얼마 가지 않아 곧 구모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구매심리가 도리어 위축되기도 한다.

오해 4- 고객지향의 관점은 장기적인 가치가 있다

고객과의 선의(goodwill)를 위해 단기적이나마 이익의 희생을 감수하는 데는 실질적인 문제가 따른다. 다른 이해집단의 양해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만족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주주나 하청업자 등 다른 이해집단을 등한히 하기 십상이다. 그리하여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기업은 또한 치열한 경쟁 상황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의 아메리칸 모터스(AMC)는 승용차 부문은 시장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고 지프만이 크라이슬러에 흡수되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실패는 고객관리를 장기적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에 직접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

고객지향 마케팅을 추구하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상받는다는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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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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