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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코스닥, 지뢰밭에 핀 장미꽃

  • 김상헌 한경 비즈니스 기자

코스닥, 지뢰밭에 핀 장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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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 열기가 뜨겁다. ‘내일 지구가 무너져도 오늘 코스닥 종목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잇는다. 황금의 땅처럼 보이는 코스닥 시장에는, 그러나 곳곳에 함정과 지뢰가 널려 있다.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몇차례씩 오가며 희비가 엇갈린다. 코스닥 투자, 이것만은 알고 뛰어들자. 》
회사원 L씨(35)는 요즘 횡재를 한 기분이다. 종자돈 1300만원으로 99년 초 주식투자를 시작한 그는 얼마 전까지도 별로 재미를 못 보다가 지난 10월 말에 코스닥 시장으로 전환, 투자한 지 한 달 반만에 150%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렇듯 높은 수익을 올리기 전까지는 코스닥에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투자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가 뛰어들기에는 위험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정보가 부족한 코스닥 시장에 주식투자 초보자인 자신이 뛰어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성 싶었다.

그러다가 10월 들어 마음이 흔들렸다. 거래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수익을 얻지 못해 낙담하고 있던 차에 주식시장 사정에 밝은 친구가 “괜찮은 종목이 하나 있다”며 코스닥 투자를 적극 권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찌감치 코스닥으로 눈을 돌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어차피 주식투자란 게 어느 정도 위험을 동반하는 재테크라면 한번쯤 모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가 추천해준 G전자 주식 3000주를 주당 4100원에 매입했다. 98년에 부도가 나 화의상태였던 G전자의 주가는 추락을 거듭하다가 L씨가 매입하기 일주일 전쯤 3500원으로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시작해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었고, 더 오를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11월 들어 주가는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다. 걸핏하면 상한가를 쳤고, 좀 떨어지는가 싶다가도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닷새 동안 내리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기도 했다.

주가가 현기증이 날 만큼 연거푸 치솟자 L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팔 일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언제쯤 파는 게 유리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주가가 20여일만에 100% 이상 뛰었지만, 상승세는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거래하는 증권사 직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결국 L씨는 11월말 1만200원에 전량 매도했다. 투자원금 1230만원이 한 달여만에 3060만원으로 불어난 셈이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모두 L씨처럼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L씨와 비슷한 시기에 코스닥 시장에 투자했던 자영업자 P씨(41)는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지금은 발을 뺀 상태다. P씨의 ‘패인’은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추격매수를 했다는 것.

극과 극의 투자시장

P씨가 코스닥 등록종목인 S일렉트론의 주식을 주당 7900원에 산 것은 11월 중순. 당시 코스닥 시장은 호랑이가 날개를 단 듯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코스닥지수는 매일같이 신기록 행진을 계속했고, S일렉트론 역시 11월 들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런데도 P씨는 이 회사가 반도체 장비를 취급하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곧 1만원까지 오를 거라고 기대했던 주가는 8200원까지 상승하다가 곧바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정도 빠지고 말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연거푸 하한가를 치는가 하면 다른 종목이 오르는데도 힘을 쓰지 못했다.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해봤지만 뚜렷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르긴 했어도 그런 사정은 S일렉트론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급기야 주가가 2주일만에 5000원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리 팔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주식을 살 때부터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설마 설마’ 하다가 매도 타이밍을 놓쳤던 것이다.

그 후로도 일주일 가량을 기다렸으나 주가는 다시 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주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열된 코스닥 시장이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들의 말대로 자칫 시장 전체가 조정을 받는다면 회사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는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박씨는 투자원금의 40%를 한순간에 날리고 주식을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L씨와 P씨의 투자사례는 요즘의 코스닥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다시 말해 단기간에 큰 돈을 번 투자자도 있지만, 반대로 적잖은 손실을 입고 주저앉은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다. 코스닥 시장을 흔히 ‘고위험 고수익의 시장’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코스닥에 투자하려면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도 코스닥 투자열기는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주식전문가들이 신문과 방송에 나와 코스닥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해도 도대체 먹혀들지가 않는다. 투자자들은 ‘내일 지구가 무너진다 해도 오늘 코스닥에 투자하겠다’는 듯 투지를 불태운다.

코스닥지수, 1년간 4배 상승

코스닥 시장의 열기는 우선 폭발적인 거래량에서 엿볼 수 있다. 98년 말 기준으로 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70만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 1억주를 넘나든다. 15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코스닥지수도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98년 말까지만 해도 지수 50을 사이에 두고 공방을 벌였으나, 반년 남짓 지난 99년 7월에는 200을 돌파했고, 11월 이후에는 230선을 돌파하며 신고가 행진을 벌였다. 1년 사이에 4배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2배 정도 오른 데 그쳤다.

종목별로 따져보면 더욱 현실감이 있다. 99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한글과 컴퓨터의 주식은 주당 3300원대에서 2만원대로 600% 가량 올랐다. 종합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디지탈임팩트는 1만4000원대에서 7만원대(액면가 5000원 기준)로 400% 이상 상승했다. 네트워크통합업체인 인터링크도 3100원대에서 1만5000원대로 역시 500%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 기간에 정보통신주와 인터넷주는 적게는 3배 이상, 많게는 5배 이상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부 증권사가 추천종목에서 아예 코스닥 등록종목을 빼거나 아예 코스닥 시황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현재의 증시분석 시스템으로는 코스닥 시장의 변화무쌍한 추이를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증권거래소의 1, 2부 시장과는 별도로 성장성이 돋보이고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시장을 말한다. 여러모로 거래소 시장과 비슷하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면모를 비롯해 매매패턴, 거래세, 신용거래 등에서 다른 점도 적지 않다. 현재 400여개 기업이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3분 1 정도가 흔히 말하는 벤처기업이다.

코스닥 시장의 역사는 짧다. 코스닥 시장은 96년 상대매매 방식으로 이뤄지던 기존 거래방식을 매매경쟁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코스닥증권(주)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추진팀은 미국의 성공모델 나스닥 시장을 벤치마킹해 코스닥 시장의 기본 골격을 짰고, 96년 7월1일을 기점으로 코스닥증권 매매시스템을 가동했다.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와 같은 개념의 코스닥 주가지수는 거래 개시일보다 이틀 늦은 7월3일에 공식 발표됐다. 기준지수 100을 토대로 종합지수와 제조업, 유통서비스업, 건설업, 금융업, 기타 업종들의 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했다. 이어 상장주식 이외에 코스닥 등록주식의 매매가 이뤄지는 코스닥 시장 개념을 증권거래법에 반영함으로써 코스닥 시장이 법제화(97년 4월1일)했고, 시장의 운영과 감독을 분리함으로써 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코스닥위원회가 신설(98년 10월12일)되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코스닥 투자는 앞에서 설명한대로 고수익과 고위험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주가가 하루에도 상하로 10%씩 요동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닐 정도다. 심지어 상한가를 치던 종목이 불과 1∼2시간 뒤에 하한가로 주저앉기도 한다(물론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수직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하루에 20%가 넘는 변동폭이 생겨 투자자들은 ‘크게 먹거나 크게 잃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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