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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韓-中은 지금 어업전쟁중

중국 쌍끌이 선단 서해바다 밑바닥 훑는다

  • 최영재 cyj@donga.com

중국 쌍끌이 선단 서해바다 밑바닥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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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어업협정이 지연되면서 서해 어장의 물고기씨가 마르고 있다. 중국 어선이 수백 척씩 몰려다니며 서해 밑바닥까지 촘촘한 쌍끌이 그물로 훑기 때문이다. 우리 어선은 중국 어선에 그물을 찢기고 해상 강도를 당할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 3월25일부터 30일까지 129시간 동안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무궁화 8호(300t)를 타고 그 현장을 둘러보았다.》
3월 27일 오전 8시50분, 소흑산도를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났다. 흰 페인트를 깔끔하게 칠한 300t 어업지도선 무궁화 8호는 파도를 헤치며 북쪽으로 항진하고 있다. 파도와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뱃머리를 치고 올라온 바닷물이 허공을 가르다 조타실 앞유리를 강하게 때린다. 피칭(배가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이 심하다.

오늘 목적지는 대흑산도. 찌익- 찌익- 소리를 내며 조타실 뒤편에 있는 해상안전정보시스템 NAVTEX에서 메시지가 찍혀 나온다. 09시부터 먼바다에 폭풍주의보, 11시부터 앞바다에 폭풍주의보를 내린다는 정보다. 그렇다면 오후면 대흑산도로 피항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폭풍은 며칠 동안 계속된다니 대흑산도에서 꼼짝없이 묶일 판이다.

3월25일 아침에 부산항을 떠난 지 벌써 사흘째다. 지루한 항해다. 그젯밤은 거문도에 배를 붙이고 잠을 잤고, 어젯밤은 소흑산도 동쪽 절벽 50m 지점 바다 위에 닻을 내리고 눈을 붙였다. 사흘째 남해와 서해를 뒤졌건만 중국 어선은 한 척도 보지 못했다. 조타실 키를 잡고 있던 김점곤 선장이 안쓰러운 듯 운을 뗀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서해로 들어갑니다. 여기부터는 중국 어선이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그는 정부 어업지도선만 20년 동안 탔다. 이 분야 전문가라 할 만하다. 김선장 말대로 조타실 개방무선시스템인 VHF채널16에서 중국말이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VHF채널16은 반경 20km 안에서 주고받는 모든 교신을 잡아낸다. 근처에 중국 배가 많다는 증거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장님, 중국배인 것 같습니다.”

제1레이더를 살피던 김성영 항해장이 나지막이 소리쳤다. 레이더를 보니 소흑산도 서방 10마일 지점에 점 몇 개가 나란히 찍혀 있다. 이 지점은 한국 영해 경계선 근방이다. 김선장이 짧게 말했다.

“추적합시다.”

무궁화 8호는 곧바로 문제의 선박 쪽으로 키를 돌렸다. 엔진 출력을 최고속도인 15노트로 올렸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수평선 근처에 도주하는 검은 선박 두 척이 시야에 들어왔다. 쌍안경을 들었다.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녹슨 선박 두 척이 허겁지겁 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높이 매단 오성홍기가 뚜렷하다. 중국 어선이었다. 크기를 보니 30t 규모다.

“중국 어선 위치 확인, 북위 34도 01분, 동경 124도 50분, 소흑산도 서방 13마일입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보던 조타실 승무원이 해도(海圖)에 컴퍼스를 찍으며 낮게 외쳤다. 그 위치면 우리측 영해에서 1마일 바깥 쪽이다. 그러나 이 해역은 쌍끌이 기선 저인망 금지구역이다. 더구나 이곳은 한·중어업협정이 체결된다면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포함될 지역이다. 중국 어선이 끌고 있는 그물은 쌍끌이 그물이었다. 우리 어선 같으면 구속 대상이다. 김선장에게 중국 어선에 직접 올라타서 취재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주저하던 김선장이 입을 열었다.

“위험합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는 곧 마이크를 잡았다.

“갑판! 중국어선으로 건너간다. 보트 준비!”

“카메라를 이리 주십시오. 물에 다 젖습니다.”

승무원 정명화씨가 카메라를 달라고 했다. 그는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하기 때문에 동행하기로 했다. 정명화씨는 카메라를 비닐봉지로 꼭 동여맸다. 고물 쪽 갑판으로 내려가니 갑판원들이 모터보트를 내리고 있다. 방수점퍼와 구명조끼를 입고 헬멧을 쓴 뒤 모터보트에 올라탔다. 무궁화 8호와 중국 어선 간의 거리는 대략 100m. 보트가 가랑잎같이 흔들렸다. 뒤집힐 것만 같다. 물보라를 뒤집어쓰며 중국 어선을 추격해 보트를 대고 올라탔다.

중국어선 조업환경 열악

중국 어선은 32t급 쌍끌이 저인망 어선이었다. 타고 있는 어민은 모두 8명, 불결하기 짝이 없는 중국 어선은 악취가 진동했다. 곧바로 조타실로 올라갔다. 조타실 장비라곤 방향을 잡는 키와 나침반 하나가 전부였다. 이 장비로 어떻게 중국에서 이곳까지 왔는지 의심스러웠다. 선장은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선장과 필담을 주고받던 정명화씨가 말했다.

“북경 중국어는 안 통합니다. 의사를 전하려면 대충 필담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어선 선장은 연신 고개를 흔들고 손을 내젓더니 담배를 한 대 권한다. 한국 영해를 침범하지 않았으니 잘 봐달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의사소통이 안 되니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아 배 뒤쪽으로 내려갔다. 4명이 1조로 그물을 끌고, 작업조장 같은 남자가 호각을 불고 있었다. 호각은 박자를 맞추기 위한 신호였다. 호각 소리에 맞추어 이들은 그물을 당겼다. 어선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무언가 붙잡지 않으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국 어선들은 최근 들어 고기잡이에 성과급을 도입했다고 한다. 이들이 몸을 돌보지 않고 열심인 것은 바로 성과급 때문이었다. 그물을 한 번 당길 때마다 붕장어, 양태, 백조기 등이 펄떡거리며 올라왔다. 문제는 그물코였다. 어찌나 촘촘한지 새끼 물고기까지 깡그리 잡아올리는 것이었다. 더구나 붕장어는 바다 밑바닥에 사는 생선이다. 붕장어가 올라온다는 것은 이들의 쌍끌이 그물이 서해 밑바닥까지 긁는다는 증거다. 바다 밑바닥이라고 해봐야 이 수역은 수심이 90∼1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물고기들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깊이다.

중국 어선의 조타실 바로 밑은 취사 공간이었다. 취사 시설이라는 것도 아궁이에 걸린 무쇠솥이 전부였다. 나무를 때는지 석탄을 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궁이에 불을 지펴 음식을 조리하는 모양이다. 아궁이 바로 옆이 화장실인데, 변기에 대변이 꽉 차 있었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주방 바로 밑은 기관실이다. 배 어느 구석을 둘러보아도 이 사람들이 쉴 만한 공간은 없었다. 이 정도 조업 환경이면 거의 노예나 다름없었다. 쌍끌이 어선은 두 척이 한 조가 되어 조업하는데 이 배의 파트너는 이미 수평선 너머로 도주하고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 중국 어선에 경고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영해를 침범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해 안에서 조업하는 현장을 덮쳐도 문제였다. 기상 조건이 나빠 파도라도 높으면 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트를 상대 어선에 대는 것조차 힘든 탓이다. 거기다 무기를 들고 저항하면 무력이 없는 어업지도선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나포해서 연행하더라도 뒤처리는 여전히 골치 아프다. 자칫하면 중국과 외교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인지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 사는 어민 이원수씨는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과 해양경찰 경비정은 우리 영해 안에서 불법 어업을 하는 한국 어선과 중국 어선을 동시에 발견했을 경우, 열이면 열 한국 어선만 붙잡는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우리측 인력과 장비도 절대 부족하다. 현재 우리 쪽 어장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할 수 있는 인력은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과 해경 경비정이다. 그런데 해수부 어업 지도선은 20척이 전부다. 이 배로 동해와 남해 서해 바다를 모두 지켜야 한다. 해경 경비정은 200척 정도이나 300t 미만의 소형 선박이 많아,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출동하지 못한다. 반면에 우리 해역에 몰려드는 중국 어선은 한 무리가 평균 수백 척에 이른다. 현재 한국의 10t 이상 근해 어선수는 전국을 다 털어도 6000여척 정도다. 중국은 6만 척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어획량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아래 표 참조).

올 들어 중국 어선들이 한국 서해 해역으로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봄철이면 흑산도 주변 해역에는 조기가 지천으로 잡혔다. 대흑산도에 ‘파시’라는 장이 생길 정도로 조기잡이배들이 몰려 흥청거렸으나 언제부턴가 조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이곳에 조기 어장이 형성된 것은 순전히 멸치 때문이다. 멸치가 지난해부터 갑자기 몰려들었고, 멸치를 잡아먹는 조기 어장이 저절로 생긴 것이다.

중국 어선들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인근 해역이 공업화로 오염돼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해 시설들도 최근 상당수가 중국의 임해 공단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오염이 가장 심한 발해만 안쪽 바다는 물고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6월1일부터 중·일 어업협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탓도 있다. 오는 6월1일부터 이 협정으로 중국어선들은 더 이상 일본 구역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조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과는 아직 어업협정이 없기 때문에 대신 한국 쪽 바다를 싹쓸이하는 것이다.

제주 어민피해 가장 심각

어민 전체가 중국 어선 때문에 피해를 입지만 그중 가장 심한 곳은 제주 어민들이다. 제주도는 섬 둘레 해역 전체가 한국 제일의 황금어장이다. 제주 어선들은 대부분 20∼30t의 소형으로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제주 근처에서만 조업한다. 제주 어민의 조업 방식은 주로 낚시나 연승 주낚 같은 어획 강도가 약한 쪽이다.

그런데 50∼100t 안팎의 중국 어선들이 최근 제주도 근처에 수백 척씩 몰려다니며 이들의 어구를 부수고, 어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제주도어선주협회 한윤종 회장의 말이다. “제주 남쪽 이어도 근방에 가보면 중국 어선이 수천 척 몰려와 있다. 이 기세에 눌려, 우리 어선은 근처에 얼씬도 못 한다. 중국 어선이 한번 지나가면 제주 어민들이 바다에 띄워놓은 어획 장비들은 걸레가 된다. 이런 사정을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 한다. 이제는 중국 어선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

실제로 한씨는 중국 어선에 직접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월15일께 중국 어선이 그의 29t 어선을 들이받은 뒤 도주한 것이다. 당시 수리비가 410만원이나 나왔으나 그는 피해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제주도 중에서도 화순항은 피해 정도가 더 심각하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파도가 거세질 경우 제주 남쪽 화순항에 대피한다. 이는 82년 9월28일에 만든 제주도방위협의회 중국어선 피항 지침과 92년 5월2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북경대표와 중국 동황해 어업협회 간의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화순항에 피항하는 중국 어선 수는 97년에는 1만5084척이나 되었고, 올해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3645척이다. 문제는 이들이 화순항에 머물면서 바다에 버리는 음식쓰레기, 오물, 폐유, 못 쓰는 그물, 타이어 폐기물들이다. 이 바람에 화순리 어촌계가 관리하는 마을 공동어장은 해산물 생산량이 98년에 3만5500kg, 99년에 1만4500kg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더구나 폭풍이 끝나면 이 중국 어선들은 영해 바깥으로 나가면서 쌍끌이 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훑으며 나간다.

한국 어선이 중국 어선에게 강도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우리 어선 세력이 중국 어선보다 뒤질 때, 중국 어선이 해적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인천에 사는 어민 김종선씨는 3월15일께 중국 어선에게 강도를 당했다. 그는 자신의 75t 안강망 어선으로 제주도 근해에서 조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국 어선 4척이 포위하더라는 것이다. 김씨는 곧바로 송신기를 열고 구조를 요청하려 했지만 중국 어민들이 주방칼을 휘두르며 김씨 어선으로 건너와서 송신기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들이 어선에 붙어 있던 레이더 2개, GPS(위성위치확인기기) 2대, 송수신기 4대 등 장비를 뜯어낸 뒤, 식량과 휴대폰, 속옷까지 강탈했다고 말했다.

무궁화 8호에 돌아오니 김점곤 선장의 표정이 굳어 있다.

“중국 어선이 꽤 많이 보입니다.”

레이더를 보니 소흑산도 서방에 밝은 점들이 깨알같이 박혀 있다. 모두 중국 어선이다. 무궁화 8호 승무원들은 쌍안경으로 쉴새없이 이 배들을 확인하고 기록했다. 소흑산도 서방 13.5마일, 209-8해구(한국 영해선 바깥 1.5마일) 지점 중국 어선 노영어 1251호 외 20척 조업중. 중국 어선들은 그 북쪽에도 있었다.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니 북위 34도 30분, 동경 125도 12분(202-8해구)였다. 쌍끌이 기선저인망 중국 어선 10여 척이 서방 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이상 이 배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몇 시간 뒤면 폭풍이 이곳을 덮치기 때문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여기서 피항지인 대흑산도까지는 2시간 거리. 서둘러야만 했다.

무궁화 8호는 중국 어선을 뒤로 한 채 전속력으로 대흑산도로 항진했다. 중국 어선 쪽을 바라보았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황사와 안개 때문에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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