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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증시 큰장 온다. 지금 사놓고 기다려라”

  •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연말 증시 큰장 온다. 지금 사놓고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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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투자가인 투신권으로 자금이 유입될 통로가 늘고 있는 것도 희망적이다. 7월26일 금융감독원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비과세 상품 약관을 승인함에 따라 이튿날부터 투신사들이 비과세 투자신탁 상품을 내놓았고, 재정경제부는 투신권에 주식형 사모펀드 설립을 허용한 데 이어 M·A 공모펀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투신권에 진출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8월1일 푸르덴셜이 제일투신증권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것을 비롯, 스커드 쉬로더 템플턴 등이 속속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이들이 선진 투자기법과 개방형 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무기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 경우 국내 투신사의 불투명한 자금운용과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해 돈을 빼간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들 때문에 국내 투신권이 공동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이들과 건전한 경쟁을 통해 고객 중심의 자금운용 원칙이 확립되고 투신권으로 자금이 몰리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는 “미국에선 1980년부터 뮤추얼 펀드가 본격화됐는데, 그후 20년간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다. 우리도 간접투자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장기적인 주가 상승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더욱이 우리 증시에서도 미국에서처럼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이 핵심적인 기관투자가로 나설 것으로 보여 이들이 주식투자 기반을 급격히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기금 재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가입자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하려면 투자수익률이 높은 우량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투자자금 유입이 본격화돼 투신권이 우리 증시의 주요 매수세력으로 다시 떠오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종철 투자전략부장은 “은행권으로 들어간 단기 자금은 주식형 상품에서 빠져나간 게 아니라 주로 채권형 상품에 가입돼 있다가 대우채 환매 등을 통해 빠져나간 돈이다. 이 자금은 안전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증시가 좀 풀린다고 해서 당장 주식투자 자금으로 들어오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식형 상품에 들어 있던 자금은 대개 주가하락 이후 적시에 발을 빼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도 묶여 있으며, 여기에서 빠져나간 일부 자금은 주식투자를 포기, 손을 털고 나간 돈이라 다시 들어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간의 시장 흐름을 보면 투신사에 주식투자 자금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것은 대개 증시가 활황세로 접어들고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관들이 주가가 바닥일 때 주식을 사서 주가를 웬만큼 끌어올린 뒤에야 개인들이 투신사로 몰려들었기 때문. 김종철 부장은 “주가가 오르면 주식형 펀드에 돈이 몰렸다가 주가가 내리기 시작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다시 들어오지 않는데, 개인들이 상승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못내는 것은 이런 판단착오 때문이었다”며 “오히려 남들이 다 빠져나간 지금 펀드에 들어가 상승기회를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외국인들의 향방

증시의 수급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큰손’이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특히 올해엔 기관투자가들이 제 구실을 다 못하자 이들이 사실상 독자적인 매매 주도세력으로 장을 쥐락펴락했다. 7월19일부터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면서 주가지수가 연일 폭락세를 보인 것도 이들의 파워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하반기 장세 또한 이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향방에 대한 전망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나민호 팀장은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를 ‘Sell Korea’로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Sell Korea’의 첫 징후는 원-달러 환율의 강세 반전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주식 판 돈을 빼가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기 때문에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중에서도 진짜 ‘큰손’들인 연·기금 투자가들은 적어도 5년 정도를 보고 장기 투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한투자신탁 이기웅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빠져나간 외국인들은 대개 단기 차익을 노린 영국, 홍콩 등지의 발빠른 헤지펀드들이었다”며 “외국인들은 우리 증시에 이미 너무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발을 빼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는 견해. 외국인들은 올 들어 7월말까지 10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7월13일 현재 외국인들이 보유한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90조4500억 원으로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30%에 육박한다.

외국인들은 7월14일부터 28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213만 주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150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무려 9000만 주가 넘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율은 57%대에서 55%대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한편 신영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들어 순매수한 10조 원어치의 주식 가운데 6조 원어치를 종합주가지수 800∼900 사이에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손절매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지수 700대 장에서 더 이상 대량 매물을 내놓진 못하리라는 것.

그러나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살 만큼 샀기 때문에 이젠 기회 봐서 팔고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40년 넘게 외국인에게 개방된 일본 증시에서는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19%를 넘은 적이 없다고 한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최근 3주간 미국과 유럽 아시아 투자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우리 시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도 목까지 찬 ‘오버웨이트’ 상태라 주식을 더 살 여력이 없다고 했다.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보다 수급이 주도하는데, 국내 기관들이 맥을 못추고 있어 자기들이 덜렁 주식을 샀다가는 나중에 팔고 싶어도 사줄 세력이 없을 거라고 우려했다. 이들의 투자가 몇몇 우량종목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7월말까지 외국인들이 사들인 10조 원어치의 주식중 70%가 넘는 7조 원 남짓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식이었다. 한국 경제를 높이 평가했다기보다는 반도체 업종의 수익성을 확신해 ‘Buy Korea’가 아니라 ‘Buy Semiconductor’를 했다는 얘기다. 이전무는 “이들은 반도체 등 세계적인 하이테크 주식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글로벌 테크 펀드’이기 때문에 가령 미국 반도체산업 분위기가 안 좋다 싶으면 개별기업의 실적에 상관없이 그때그때 보유주식을 내다 판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기업도 예외가 못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관들에 매수여력이 있으면 이들이 파는 주식을 받아 살 텐데 사정이 그렇지가 못하니 불안을 느낀 매물이 더 쏟아져 증시 침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이사는 “일본을 제외하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안정된 나라가 드물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을 어지간하면 낙관적으로 보려 한다”며 “하지만 구조조정이나 부실처리 과정에 양파껍질 벗겨내듯 끊임없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투자의견이 극에서 극으로 오가며 불안해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은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이나 부실채권 정리 및 손실 분담 양상 등을 눈여겨 보며 매매전략을 손질하리라는 것.

ROE, 금리 추월

상장기업들의 실적이나 유동성 등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장인환 대표는 “지금까지 상장사들의 평균 ROE(Return on Equity·자기자본 이익률)가 금리수준을 웃돈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지난해 평균 ROE가 처음으로 금리수준과 같은 9%를 기록했고, 올해 추정치는 12%에 이른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ROE는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이용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가령 ROE가 10%라면 주주가 연초에 100원을 투자했더니 기업이 연말에 10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따라서 ROE가 금리를 밑돈다면 주주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할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기업의 평균 ROE는 15% 안팎으로 금리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들의 PER(Price Earnings Ratio·주가수익률)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PER는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배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의 주가가 수익의 몇배인지를 의미한다. PER가 10이라면 주식이 주당 순이익보다 10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장인환 대표는 “한국 기업의 평균 PER가 12쯤인데, 이는 미국의 25, 일본의 40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이 실적에 비해 터무니없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향후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비교해보자.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6조4093억 원으로 마이크론(3조7582억 원)보다 4.4배 많았다. 순이익도 삼성전자가 3조1829억 원으로 마이크론(6864억 원)보다 4.6배 많았다. 그러나 주식 시가총액은 마이크론이 51조4267억 원으로 삼성전자(49조1000억 원)보다 많았다. PER도 마이크론이 37.46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7.72에 불과,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신영증권).

이승훈 이사는 기업들이 부채를 지속적으로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과잉설비 업종들이 부도위기를 맞으면서 설비투자를 미룬 덕분에 자칫 이렇다 할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못하고 증발할 뻔했던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 기업부채 총잔액은 98년 1%, 99년 0.7%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97년 이전에 해마다 20%씩 증가한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뿐만 아니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도 훨씬 줄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당장 수익이 얼마 늘었다는 것보다는 기업들의 경영마인드가 오너 중심에서 주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게 더 의미있는 장기 호재”라고 말한다. 몇년 전만 해도 기업들이 애널리스트의 탐방 요청을 거절하기 일쑤였고, 어렵사리 찾아가도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자신들이 먼저 장부를 펴 보일 만큼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주주의 이익에 무관심하고, 투명한 경영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기업은 생존을 위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적을 받쳐주지 못하는 것은 우리 증시가 현재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성장주 중심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다지만, 그 내용을 보면 영업이익보다 비용감소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이런 부류라면 주가는 저평가된 게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안정성이 떨어지는 실적’이라는 날카로운 판정을 받은 것이다”는 의견(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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