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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포커스|도요타 한국상륙작전

“안 타고는 못 배기게 만들라”

  • 윤영호 yyoungho@donga.com

“안 타고는 못 배기게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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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에서 소량으로 시작, 그 나라 고객의 기호에 맞게 철저한 ‘밀착 서비스’를 해왔다. 한번 일본차를 타본 사람은 절대로 다른 차를 타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 그렇게 5년만 지나면 일본차의 명성은 확고부동해진다.
“90년대 초반 우연히 만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해외담당 부장은 ‘2000년 이후에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이후에는 한국에서 일제치하를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 현역에서 물러나 반일감정도 많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얘기였다. 그는 ‘도요타가 한국에 진출하면 한국 자동차회사 한두 개는 무너질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도요타의 그런 자신감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삼성차 SM5 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강명한 삼성자동차 전 고문)

무슨 얘기인가. 일본차의 진출과 SM5 시리즈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눈밝은 독자라면 최근 SM5 시리즈가 누리는 인기로 미뤄 도요타가 한국 진출에서 거두게 될 성공을 미리 점칠 수 있다는 얘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삼성차에서 기존 국산차와 다른 품질을 경험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일본차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SM5가 던지는 암시

한국 자동차산업사에서 삼성차는 잠깐 떠올랐다가 곧 사라진 이름이다. 98년 3월 삼성자동차는 회사설립 3주년을 며칠 앞두고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고 강조해온 ‘꿈의 자동차’ SM5 시리즈를 성대한 기념식과 함께 선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못 돼 삼성차는 대우전자와 ‘빅딜’ 파문에 휩싸였고, 마침내 99년 6월 불명예스러운 철수를 선언했다. 삼성자동차는 이후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업체 르노에 팔리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삼성차의 품질은 개인택시 기사들을 중심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차의 품질에 대해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SM5 시리즈의 승차감은 기존 국산차와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현대자동차 쏘나타Ⅱ를 6년 6개월 동안 운전하다 4개월 전 SM520을 구입했다는 개인택시 기사 이용수씨(52·경기도 안산시 사동)는 “쏘나타Ⅱ를 200㎞쯤 운행했을 때 느끼던 피로감을 SM520에서는 300㎞ 정도에서 느낀다”고 밝혔다.

강명한 전 고문도 “SM5 시리즈는 고급 서스펜션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속에서도 주행 안정성이 매우 좋으며, 특히 몸으로 느끼는 안락함은 국내의 고급 대형차도 따라오기 힘들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SM5 시리즈는 사양도 고급이지만 가장 내세울 만한 것은 출고하는 차 모두가 규정대로 정확하게 조립됐다는 점, 규격에 맞지 않는 부품이 들어오면 라인을 세우는 한이 있어도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가들도 “삼성차가 한국차의 품질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강씨의 주장을 인정한다. 물론 향후 삼성차가 대량 생산되는 시기에도 그런 품질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생산된 SM5 시리즈가 국내 시장에선 정상급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차는 국내 자동차산업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우리 소비자에게 이렇듯 ‘한 차원 높은 품질’을 체험케 한 SM5가 일본 닛산자동차의 올드 모델인 맥시마를 거의 그대로 본떠 만든 차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고려하면 톱 클래스의 일본차업체들이 최신 차종을 앞세워 한국 진출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의 판도에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삼성이 그렇게 좋은 차를 만들고도 자동차사업을 포기하고 만 것을 보면 자동차가 얼마나 어려운 사업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자동차회사의 ‘기본조건’일 뿐, 그것이 곧 일류 자동차회사가 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좋은 차를 만들고도 이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 수 있을 만큼 코스트를 낮추지 못했던 게 삼성차의 실패 이유다. 삼성차는 좋은 차를 만들긴 했지만 국내 업체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도요타·혼다가 주력군

그러나 일본차는 다르다. 특히 최근 베스트셀러 카인 렉서스의 예약 판매를 실시하면서 한국 진출을 선언한 도요타는 국내 업체들에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국내시장 보호조치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오던 국내 자동차업계에 드디어 ‘임자’가 나타난 셈이다.

도요타는 미국 제너럴모터스, 포드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업체. 생산과정에서 낭비 요소를 일절 배제한 ‘도요타 생산방식’을 통해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매력적인 가격의 차를 만들어 한때는 미국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나 포드를 위협하기도 했다.

92년 회장에 취임한 제너럴모터스 잭 스미스 회장이 다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낸 것은 도요타 생산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도요타는 한국 진출을 위해 지난 3월 한국도요타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도요타는 이에 앞서 서울에 2개, 부산에 1개의 판매딜러회사를 선정했다. 한국도요타주식회사는 도요타자동차가 90억 원 전액을 출자해 설립한 한국내 공식 수입판매업체로 도요타 본사 아시아 프로젝트 담당 부장이었던 야노스 히데아키가 사장으로 부임했다.

일본차 상륙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이미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일본차에 대해 98∼99년 사이에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일본차에 대해 수입다변화조치를 이유로 사실상 수입을 금지해왔는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으로 이런 식의 외제차 차별 규제가 불가능해졌던 것.

문제는 도요타 이외 다른 일본 업체들의 한국 진출 여부다. 그중에서도 혼다의 동향이 관심 가는 대목. 그러나 현재까지 혼다는 겉으로 드러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는 혼다가 2∼3년 후를 내다보고 물밑에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혼다는 아직까지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혼다는 도요타와 달리 모든 나라에 진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한국에는 반드시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우차 관계자는 혼다의 한국 진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혼다는 도요타와 달리 최고급 차종에서 베스트셀러가 없고, 중소형 차종 위주이기 때문. 중소형차로는 한국에서 가격경쟁력이 없다. 관세와 환율 등을 감안하면 국산 동급 차종보다 30% 이상 비싸게 팔릴 것으로 보이는데, 중소형차 고객들에게 이 정도 가격차이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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