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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사령관 최태원, 작전참모 최재원, 돌격대장 최창원

SK그룹 2세 경영인 3형제의 경쟁력

  • 이형삼 hans@donga.com

총사령관 최태원, 작전참모 최재원, 돌격대장 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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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가 뜨고 있다. 외환위기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잇따라 대형 신규사업을 따냈다.
  •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로 외자 유치도 활발하다. 이런 활기의 배경에 2세 경영인 3형제가 있다.
“SK그룹은 자식 복이 많은 기업이다. 경영에 나선 2세들이 다 똑똑하고 일 좋아하고 사이도 좋은데다, 경영에 별취미가 없는 2세들도 사고 치지 않고 자기 본분을 지키니….”

한 재계 인사의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경영권이 창업주에서 한 단계만 내려와도 갖은 분란과 갈등을 빚어내곤 하던 우리 재벌사에서 보면 ‘1대 오너→1.5대 오너→전문경영인 및 2대 오너 연합’으로 이어지는 SK의 경영권 이양·분산작업은 특이하다고 할 만큼 매끄럽게 진행됐다.

SK는 비교적 일찍 구조조정에 착수한 덕분에 외환위기 파도에 덜 흔들렸고, 그 여력을 모아 지난해 말 IMT-2000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민영화된 대한송유관공사 경영권을 확보했다. 또한 그룹의 대들보인 SK텔레콤과 SK(주)는 국내 이동통신시장과 정유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에만 1조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SK가 이렇게 순풍에 돛 단 듯 사세를 키운 것도 경영권을 둘러싼 패밀리 간의 소모전을 치르지 않아 기업의 집중력과 효율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주역은 손길승(孫吉丞·60) 그룹 회장과, 최태원(崔泰源·41) SK(주) 회장·최재원(崔再源·38) SK텔레콤 부사장·최창원(崔昌源·37) SK글로벌 부사장 ‘삼각편대’로 구성된 전문경영인·오너 패밀리 연합군이었다.

최근에는 특히 이들 최씨 3형제의 부상(浮上)이 눈길을 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초에 걸쳐 그룹 지주회사격인 SK(주)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게 됐고, 최재원·최창원 부사장도 지난해 12월 나란히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랐다. 재계는 SK그룹이 창업 50주년을 맞는 2003년 이후를 내다보고 경영능력이 웬만큼 검증된 이들 세 ‘패밀리 CEO’를 전진 배치한 것으로 본다.

보스기질 강한 최신원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사장은 故최종현(崔鍾賢·1929년생) 전 SK그룹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고, 최창원 부사장은 최 전회장의 형인 故최종건(崔鍾建·1926년생) 그룹 창업주의 3남.

1953년 선경직물을 인수해 SK그룹의 문을 연 최종건 창업주가 73년 세상을 뜨자 형을 도와 회사 살림을 꾸려오던 최 전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 전회장은 이때부터 형이 남긴 3남4녀와 자신의 2남1녀를 합한 5남5녀의 아버지로 자처했다. 조카들도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그는 평소 “내 아들은 5명”이라며 “경영능력이 있는 대주주는 경영인으로 키워야 한다.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아들이든 조카든 가리지 않고 경영을 맡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경영능력이 있는 2세는 전문경영인으로 키우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을 측면에서 돕도록 한다는 게 최 전회장의 후계구도였다. 그는 세 조카와 두 아들이 각자 공부를 마치는 대로 계열사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또한 사장단 회의와는 별도로 이들 5명과 한 달에 한 차례씩 가족회의를 갖고 그룹의 주요 사안을 토론했다.

다섯 형제 중 장자인 故최윤원(崔胤源·1950년생) 전 SK케미칼 회장은 최종건 창업주의 장남. 우석대와 미국 엘런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73년 선경(주) 뉴욕지사에 입사했다. 선경합섬 이사를 거쳐 88년 선경인더스트리(98년 ‘SK케미칼’로 사명 변경) 부사장에 올랐으나, “나는 경영에 자질이 없다”며 경영에서 손을 떼고 93년 부회장으로 물러났다. SK케미칼 회장 때는 아예 회장 결재란을 없애고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일임했다. 경영보다는 사교와 대외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룹내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고, 포용력 있는 장형으로 형제, 사촌 간의 화목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8월 별세했다.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崔信源·49) SKC 회장은 경희대 법학과와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81년 선경인더스트리 대리로 입사했다. 선경인더스트리 이사, 상무를 거쳐 94년 선경(주) 해외관리부문 담당전무로 승진했다. 98년에는 SK유통 부회장을 맡았고, 99년 12월 SKC 회장에 취임했다. 형과 비슷한 성격인 그도 전문경영인들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맡겼고, 선친이 사망 직전 인수한 쉐라톤 워커힐호텔에 애착이 강하다고 한다.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사내를 돌며 직원들의 안부를 묻거나 신상을 챙기는 등 격의없이 지낸다. 해외출장을 가는 직원이 있으면 지갑에서 달러화를 꺼내 주는 다정한 성품이지만 보스기질도 강하다고 한다. 형이 사망한 후 최씨 일가의 가장 노릇을 하며 가족사를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최윤원 전회장이 사망한 데다 최신원 회장도 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라 관심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최태원, 재원, 창원 세 사람에게 쏠리게 됐다.

흩어지면 죽는다

98년 8월 최종현 전회장이 별세하자 5형제를 포함한 가족들은 후계구도를 놓고 매일밤 논의를 거듭했다. 낮에는 조객을 맞고 밤에는 최 전회장의 시신을 앞에 두고 머리를 맞댔다. 한때는 양 집안의 장자인 최윤원 전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사흘째 되던 날 밤 이들은 오너 패밀리가 가진 지분을 최태원 회장에게 몰아줘 그를 주주권 대표에 앉히고, 그룹 회장에는 전문경영인을 앉히자는 결론에 이른다. 최종현 전회장의 지분은 최태원 회장(당시 SK(주) 부사장)에게 승계됐고, 동생인 최재원 부사장(당시 SKC 상무)과 기원씨(女)는 상속포기각서를 썼다. 그룹 회장에는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던 손길승 부회장이 추대됐다. 이로써 주주권을 쥔 패밀리와 경영권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이 파트너십을 이루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기업구조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 오너 가족들이 별다른 갈등없이 신속하게 후계구도에 합의한 것은 2세 경영인들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얼마 되지 않아 ‘흩어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종현 전회장은 생전에 아들 이름으로 돌려놓은 재산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폐암 선고를 받고도 상속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부친의 지분을 한꺼번에 물려받게 된 최태원 회장은 무려 7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했다. 그나마 주가가 바닥을 치던 98년 8월이라 그 정도에 그쳤지, 그후 주가가 고점에 왔을 때 상속을 받았다면 2000억 원대의 세금을 낼 뻔 했다.

재산 분쟁이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최윤원·신원 형제가 경영권을 욕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은 세 형제 중 가장 연장자이자 이미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최태원 회장에게 자연스럽게 힘이 실렸다. 특히 최윤원 전회장이 앞장서서 10년 연하인 사촌동생이 가족대표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최태원 회장은 91년 그룹 미주 경영기획실에서 경영수업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SK상사 사업개발팀장(이사), 상무를 거치면서 신규사업과 기획업무를 맡아 그룹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유학시절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던 정보통신사업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를 꾸준히 공부했다고 한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에는 아예 실리콘밸리의 한 정보통신회사에서 일도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통신을 SK의 주력사업으로 설정하고 제2 이동통신사업 수주전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SK텔레콤을 인수한 뒤에는 SK상사와 SK(주)에 몸담고서도 그룹 정보통신사업을 직접 챙겼다.

부친 타계 직후인 98년 9월 SK(주) 회장에 취임한 그는 그룹 구조조정은 물론, 외환위기 이후 5대 그룹 사이의 사업 구조조정 협상에도 관여했다. 또한 이 무렵부터 주력 계열사의 핵심 브레인을 자신의 인맥으로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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