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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엔 쓸데없는 일들이 왜 그리 많습니까”

재벌기업 거쳐 GE사에 재직중인 한 엔지니어의 체험적 문제 제기

  • 김한성 < 유럽 GE 파워 시스템 근무 >chaechan@dreamwiz.com

“한국기업엔 쓸데없는 일들이 왜 그리 많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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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접대 문화는 부끄러울 지경이다. 처음 포르투갈에 왔을 때 나이 많은 영국 감독관이 한국의 여천과 울산에서 상주했다며 “그때 기생파티 접대를 받았는데,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 역시 삼성에 근무하던 시절 많은 접대를 했다. 부서 내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외국인 접대가 잦았다. 관청이나 국내 감독관들에게도 일주일에 수차례씩 접대를 하고,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이 허다했다.

유럽에는 접대라는 말이 없다. 특히 일로 인한 접대 때문에 업무외 시간을 희생하는 법이 없다. 유럽 업체에 상주하면서 겪은 접대는 두어 차례 점심식사한 것이 전부다. 그중에는 주문자측 감독관인 내가 식사비를 지불한 적도 있다. 한국적 접대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괘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 서로에게 떳떳할 수 있으니까. 저녁 시간 접대가 없으니 업체로서는 막대한 비용과 전문인력의 시간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유럽 업체에는 대부분 구내식당이 없다. 직원들의 식사는 각자가 준비한다. 간단한 햄버거가 대부분이다. 일본 기업의 근로자들도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그러나 한국 작업장에는 전부 구내식당이 있다. 한국의 정서상 구내식당을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나 식생활 패턴을 개선해 운영의 묘는 살려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는 구내식당 외에도 통근차를 운영하고, 자녀 학비와 연금 등을 지원한다. 각종 격려금과 철따라 지급되는 각종 피복과 선물, 그리고 경조사비 지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지원은 근로자에게는 반갑겠지만, 회사로서는 경비가 들 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지출은 결국 혜택을 받은 근로자들에게 전가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노리는 만큼 그 목적에 맞게 조직을 단순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에서 주는 봉급 명세를 보자. 기본급 외에 각종 수당이 즐비하다.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외국 업체에 고용된 내가 받는 급여는 아주 단순하다. 정해진 연봉을 12개월로 나누어서 매월 받는 것이다. 주는 쪽에서는 단순해서 좋다. 받는 쪽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수당을 행여 못 받았나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



한국 기업은 대부분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능력 개발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유수 업체에서 자체 연수원이나 교육시설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능력 개발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회사는 그러한 개인을 채용하기만 하면 된다. 유럽에서 능력 없는 직원은 도태되기 때문에 각자가 자기계발에 노력한다. 개인에게는 폭 넓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주고 대신 기업에게는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한국만큼 ‘큰 것’을 좋아하는 나라도 드물다. 나라는 작아도 국호는 ‘대(大)’한민국이 아닌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은 한번에 수백 명을 연수원에 집합시켜 1주일 혹은 2주일간 교육을 시킨다. 나도 삼성에 있을 때 엄청나게 많은 교육을 받았다. 용인·해운대·경주 등 이름난 관광지에 있는 연수원이나 호텔 등에서 교육을 받았다. 외부 강사의 강의를 듣고, 팀별로 회사 발전방향을 토의해 발표하기도 했다. 경영자 교육시간도 있었고, 마지막엔 산행과 여흥시간을 가졌다.

억지 연수교육

이러한 교육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비용 대 효과’다. 30∼40세가 넘은 사람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와서 낯선 잠자리에서 듣는 강의가 과연 감동적일까? 며칠 교육만으로 애사심이 생기고, 무너졌던 정신자세가 곧추설 것인가? 정상에 올라 고함 한번 질렀다고 건강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릴 것인가?

대답이 ‘아니다’라면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이러한 집체 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얼마일까? 거대한 연수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든 돈은 또 얼마인가? 필자는 한국중공업을 그만두기 직전 일주일짜리 연수를 두 번 받은 적이 있었다. 장소는 경남 산청의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은 연수원이었다. 연수원 도착과 동시에 안내하는 교육담당자의 말이 걸작이었다. “여러분 그 동안 회사 일로 피곤하실 테니 푹 쉬었다 가십시오.”

외부강사가 강의를 할 때 교육받는 인원의 60~70%는 졸고 있었다. 코까지 골며 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강사는 물론 진행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깨우려 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강의를 듣는 나 자신이 오히려 한심하게 느껴졌다. 맡은 임무를 다하기 위해 열심히 강의하는 강사에게 못내 미안했다. 역시 그때도 금요일에 산행을 다녀와 저녁에는 거나하게 막걸리를 한잔 했다. 토요일에는 오후 1시까지 교육이 진행됐다. 그러나 집에 갈 생각에 교육은 산만하기만 했다.

그때 한 사람이 물었다. “효과도 없는데 뭣하러 토요일까지 잡아두느냐?”고. 교육 담당자의 대꾸가 걸작이었다. “규정 시간을 채우고 인원 수를 채워야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으니 할 수 없습니다.” 이게 한국 기업 교육의 현주소다.

한국의 노사 관련 대담 프로그램에서 사용자측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를 자주 제기한다. 기업경영의 효율화 및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볼 때 기업측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선진국과 같은 사회보장 제도가 확립돼 있지 않은 우리 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확실히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면이 있다. 기업이 악용할 소지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활동의 필연적인 조건이 돼 가고 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노동여건의 변화가 나타났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를 갖추었느냐, 선진국과 같은 사회보장 제도를 갖추었느냐를 따지기 앞서 이미 한국에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요소가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려는 정치인들 때문에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가 정체성(正體性)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업의 필요에 따른 해고가 일반화돼 있다. 회사는 잉여 인력에 대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철저한 사회보장 제도가 갖춰져 있고, 근로자와 회사간의 정확한 근로계약도 수반된다. 따라서 직장을 옮기는 일이 잦다. 이러한 인력의 유동성은 기업으로 하여금 경영을 원활하게 하고, 개인에게는 자발적인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주고 있다. 따라서 노사는 해마다 단체협상이나 임금협상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노동자의 보수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한국은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그 이면에는 무수한 편법이 판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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