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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하이스코 ‘철강전쟁’ 내막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 daum@donga.com

포스코·현대하이스코 ‘철강전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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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핏보기에는 포스코사가 자기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나, 현대하이코스가 유독 포스코 제품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전세계적으로 철강업체들이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마당에 우리끼리 '팔아라' '못팔겠다' 고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권부중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일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포괄적 시장개선대책(Clean Market Project)’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신문업, 의료·제약업, 사교육, 건설업, 정보통신업, 예식·장의업 등 6개 업종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공정위는 76건의 부당내부거래와 불공정행위를 적발, 918억 원의 과징금을 해당 기업체에 부과했는데, ‘포괄적 시장개선대책’에 따른 조사를 본격화하면 올해 과징금 액수는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97년만 하더라도 공정위가 기업체에 부과한 과징금은 11억 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막강한 공정위에 ‘겁도 없이’ 대든 기업이 있다. 세계 굴지의 철강회사인 포스코(회장·유상부)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는 한편, 서울고법에 시정명령의 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은 “포스코가 냉연강판 제조업체인 현대하이스코에 자동차용 열연코일을 판매하고, 그동안 판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문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며, 과징금 16억여 원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공정위의 주장에 따르면 포스코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현대하이스코의 정당한 구매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

문제가 된 ‘열연코일’이란 원광석을 고로에서 녹인 다음 불순물을 제거하고 적당한 두께로 압연한 후에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철강제품이다. 열연코일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강관용 열연코일로 파이프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다른 하나는 냉연용 열연코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그동안 포스코는 동부제강이나 연합철강에는 냉연용 열연코일을 판매했고, 현대하이스코에는 강관용 열연코일을 판매해왔다. 그런데 현대하이스코가 98년부터 냉연용 열연코일도 공급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포스코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월 중순경부터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의 방향은 대체로 포스코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고 현대하이스코에 대해서는 동정적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을 얻었는지 2월1일 현대강관에서 현대하이스코로 사명(社名)을 바꾸는 선포식이 열린 뒤 기자 간담회에서 유인균 현대하이스코 회장은 “포스코가 열연코일을 주지 않아도 우리는 해외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올해 자동차 강판 120만t 생산목표를 반드시 달성, 자동차 강판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회장은 “포스코의 열연코일 시장 독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지만 공정위가 스스로 조사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겠다. 포스코의 시장독점에 대해 정부가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회장의 이런 발언이 있은지 나흘 후인 2월5일부터 공정위는 포스코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끝낸 공정위는 3월28일 포스코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포스코는 이에 반발해 이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갔던 것이다.

명암 교차한 서울고법의 결정

이런 일련의 상황 전개에 대해 포스코는 유회장의 발언이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재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나 공정위 관계자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관리지원팀 이상수 부장은 “유회장이 공정위 조사를 운운한 적이 없으며 우리가 공정위에 하소연한 적도 없다. 공정위는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직권조사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공정위 경쟁촉진과 이수균 사무관도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서 직접적인 발언을 들은 적은 없으며 1월에 집중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내부에서 의논해서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울고등법원이 5월7일 내린 가처분 결정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대해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는 것과 주요일간지에 사과문을 싣는 것은 행정소송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유보하고 과징금 16억여 원은 6월15일까지 납부하라고 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 그리고 공정위 사이에는 명암이 교차했다.

포스코는 벌금은 물게 됐지만, ‘실익’과 ‘명예’는 지킨 셈이고, 위세가 당당했던 공정위는 ‘체면’을 잃고, 시정명령으로 열연코일을 공급받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현대하이스코는 ‘실망’만 얻은 격이다.

그러나 서울고법이 포스코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징금 납부에 대한 집행정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포스코의 ‘독점’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포스코의 주장이 대립되는 부분은 첫째, 자동차 열연코일에 대한 시각 차이다. 공정위는 자동차 열연코일을 별도의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의 말이다.

“열연코일은 용도로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특성이나 성분에 따라 구분합니다. 열연코일은 냉연용과 강관용으로 구별하는데, 포스코는 동부나 연합에는 냉연용 열연코일을 공급하면서도 현대하이스코에는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에서는 이것을 문제 삼은 겁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자동차용 열연코일이 별도의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열연코일은 제품 특성이나 제조방법의 차이 때문에 일반 열연코일과는 다른 상품입니다. 마치 코카콜라의 원액과 같은 중간재입니다. 그동안 자동차용 열연코일은 어디에도 팔지 않고 자동차 냉연강판을 만들기 위한 중간재로만 사용했습니다. 자동차용 열연코일과 일반 열연코일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냉연용과 강관용도 구분할 필요없이 다같은 철강제품으로 보면 됩니다. 그동안 포스코는 강관용 열연코일은 현대하이스코에 제공해왔습니다.”

둘째는 자동차 열연코일에 한정해서 볼 때 포스코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냐는 문제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열연코일은 상품으로 판매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0%라는 주장이고, 공정위는 자동차 열연코일은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자가 소비도 시장점유율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현실적으로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자동차 열연코일을 공급할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다. 공정위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가 공급을 요청하기 시작한 기간에 공급 물량이 있었음에도 현대하이스코에 조금도 공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가 요청한 기간동안 미니밀의 시험가동으로 전체 가동률이 저하됐고, 현대와의 대질신문에서도 추가공급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넷째는 포스코가 공급을 거절한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냉연강판 시장에서 수직적 계열화를 통해 현대하이스코가 독점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은 정당한 거절사유가 된다”는 주장인데 비해 공정위는 “그룹내 수직적 계열화와 공급 거절은 별개의 사안으로, 포스코의 공급 거절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가 포스코가 만든 냉연강판이 싸고 품질도 좋은데 계열사라는 이유로 현대하이스코의 제품을 구매한다면 부당내부거래로 문제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섯째는 경쟁력 문제다. 포스코의 주장은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품질 및 원가측면에서 쇳물부터 생산하는 포스코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인데 공정위는 “경쟁력 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지 포스코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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