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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현대 물밑싸움 15년

‘바다의 게릴라’ 잠수함을 잡아라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바다의 게릴라’ 잠수함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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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함은 1만6000t급 미국 전함을 어뢰 한 방으로 실제 격침했다. 림팩 훈련에서 이종무함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가상격침했다. 그로 인해 이종무함 함장은 미국 태평양함대의 잠수함사령관으로부터 “귀함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잠수함 사(史)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전과를 올렸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한국의 잠수함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가.
  • 잠수함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싸움과 15년간의 대우-현대 싸움에서 방향을 잡지 못해 비틀대는 한국의 잠수함 정책을 점검한다.
지난 수개월간 기자는 공군의 FX(차기 전투기) 사업에 대해 많은 기사를 써왔다. 이에 대해 적잖은 독자들이 이렇게 물어 왔다. “핵을 제외하면 FX 전투기가 가장 센 무기냐?”고. 기자가 생각하는 대답은 “아니다”이다. 전략가들은 핵을 제외한 최고의 무기로 잠수함을 꼽는다.

전략가들은 그 이유로 FX 전투기는 적군에 탐지되나, 잠수함은 탐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적진으로 침투한 FX 전투기는 최대 600km 바깥에서 적의 레이더에 탐지된다. 전자전기가 같이 떠서 적의 레이더망을 무력화한다고 해도, 침투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전자전이 실패하면, FX 전투기는 적의 방공미사일과 방공포 공격에 노출된다. FX 사업에 도전한 미국 보잉사의 F-15 전투기는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의 대공미사일을 맞아 두 대가 격추된 적이 있다.

그러나 바닷속은 매우 특수한 공간이라, 수km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도 탐지되지 않는다. 따라서 1998년 6월22일 속초 앞바다에서 한국의 꽁치잡이 어선이 내린 그물에 스크루가 걸린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처럼 정말 운이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잠수함은 적진 코앞까지도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적군을 공격하고 잠항(潛航)하면, 적군은 여간해서는 이를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적에게 잘 들키지 않는 은밀성은 잠수함을 최고의 전략 무기로 꼽게 하는 첫째 요인이다.

바닷속을 날아가는 잠수함

둘째 요인으로는 잠수함의 공격능력이 거론된다. 수면과 바닷 속은, 해저(海底)에서 본다면 하늘과 같다. 공기 대신 바닷물이 채워진 공간을 고기와 잠수함, 그리고 수상함이 ‘날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크고 훌륭한 항공기일지라도 미사일 한 방만 맞으면 폭발한다. 폭발하지 않더라도 조종 불능이 돼 추락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바다도 이와 똑같다. 바다에서 미사일은 어뢰다. 1999년 3월9일부터 4월10일 사이 한국 해군의 1200t급 잠수함 제2번함인 이천함은 괌 근처 태평양에서 미국 해군 등과 벌이는 탠덤 스러스트(Tandem Thrust) 훈련에 처음 참가했다. 3월25일 이천함은 1만6000t급인 미국의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함을 향해 유선(有線)으로 유도되는 독일제 수트(SUT) 중(重)어뢰를 실제 발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천함이 명중에 실패하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7000여t) 핵추진 공격잠수함인 콜럼버스함이 마지막으로 미국제 M-48 어뢰를 발사할 예정이었다.

이천함이 쏜 어뢰는 오클라호마시티함에 정확히 명중했다. 어뢰를 맞는 순간부터 기울기 시작한 오클라호마시티함은, 23분 만에 함체가 두 동강 나며 깊고 깊은 서태평양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바람에 이천함이 실패하면 ‘뭔가 보여주려’고 준비하던 콜럼버스함이 입맛을 다셨다.

잠수함은 크든 작든, 하나같이 수만t의 함정도 단 한 방에 수장시킬 수 있는 어뢰를 달고 다닌다. 은밀하게 접근해 KO 펀치를 날리기 때문에 잠수함은 최고의 전략무기로 꼽히는 것이다.

셋째 요인은 재래식 잠수함은, 미국이 보유를 제한하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최고의 전략무기가 되고 있다. 핵이나 미사일·화학무기 등은 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는 전략무기인데, 미국은 이러한 무기를 ‘대량살상무기(Weapon of Mass Destruction: 약칭 WMD)’로 정해 보유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재래식 잠수함은 이 범주에 들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대서양과 태평양에서는 엄청난 잠수함 작전이 펼쳐졌다. 이때 크게 활약한 것이 ‘U보트’로 명명된 독일 해군의 잠수함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 해군의 잠수함도 U보트 못지않은 전과를 올렸다.

이 시기의 잠수함은 전부 디젤엔진을 가동해 발전기를 돌리고,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이 배터리로 스크루를 돌려 잠항하는 체제였다. 이러한 잠수함을, 재래식 잠수함 혹은 디젤 잠수함이라고 한다. 잠항중인 재래식 잠수함이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디젤엔진을 돌리면, 잠수함 내의 산소가 급속히 소모된다. 이러한 잠수함은 수면으로 부상(浮上)해 해치를 열거나, 얕게 잠항하는 상태에서 스노켈(snorkel)이라고 하는 공기 흡입관을 수면 위로 뽑아내 함내 공기를 갈아주어야 한다.

포경선은 고래가 숨을 쉬려고 수면으로 떠오를 때를 기다렸다가 작살을 발사한다. 그와 똑같이 수상함은 잠수함이 환기(換氣)를 위해 떠오를 때를 집요하게 기다린다. 그리고 잠수함이 부상하면 함포 사격을 하거나 폭뢰(爆雷)를 떨어뜨리며 잠수함 사냥에 나선다.

폭뢰는 일정 수심을 내려가 터지는 폭약인데, 폭약이 터지는 순간 일시적으로 큰 수압이 발생한다. 이러한 폭뢰를 맞거나 폭뢰가 일으킨 강력한 수압에 노출되면, 잠수함의 외부를 둘러싼 압력선체는 깨지거나 균열을 일으킨다. 압력선체가 손상된 잠수함은 부력 체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부상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항공기처럼 ‘영원한 잠수(침몰)’를 하게 된다.

때로는 대잠(對潛) 헬기인 링스나 대잠초계기인 P-3C 등을 띄워 공격하기도 한다. 하늘에서는 공기를 갈다가 황급히 잠수하는 잠수함이 만든 항적(航跡)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쉽게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 따라서 환기하기 위해 자주 부상하지 않아도 되는 잠수함을 만드는 게 세계 최강국들의 꿈이었다.

이러한 꿈은 원자로가 개발됨으로써 이루어졌다. 원자로는 산소를 전혀 소모하지 않고 핵연료를 태운다(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원자로도 마찬가지다). 핵연료는 일 년에 두세 차례만 갈아주면 되므로, 디젤 엔진 대신 원자로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은 수개월 동안 부상하지 않고 작전할 수 있다.

장기간 잠항하면 승조원들의 호흡으로 인해 함내의 산소가 소진된다. 하지만 이러한 산소는 모항에서 출항하기 전에 잠수함에 실은 압축 산소통을 열어 보충하거나, 물(H₂O)을 전기분해해서 얻는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데 필요한 전기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기로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식량과 식수만 충분하면 핵추진 잠수함은 수개월 동안 떠오르지 않고 잠항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국 등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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