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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현대 물밑싸움 15년

‘바다의 게릴라’ 잠수함을 잡아라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바다의 게릴라’ 잠수함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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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쟁에서 월등히 앞서간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은 모든 잠수함을 핵추진으로 제작했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것과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전자(前者)의 대표는 오하이오급 잠수함(1만7000여t)이고, 후자는 버지니아급(7800여t)·로스앤젤레스급(7000여t)·시울프급(6800여t)·벤저민 프랭클린급(8300여t) 잠수함이다. 나머지 4개국은 현재 재래식 잠수함에서 핵추진 잠수함으로 교체해 가는 중이다.

주요 국가들이 핵추진 잠수함 제작에 열을 올리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다섯 개 나라만 핵추진 잠수함을 갖도록 했다. 나머지 나라는 재래식 잠수함만 보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잠수함 작전을 펴 수많은 연합국 함정을 침몰시킨 독일과 일본에 대해서는 한층 엄격한 제재를 가했다. 독일 해군은 600t 이하의 재래식 잠수함만 갖게 한 것이다. 그러나 잠수함 수출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크기를 제한하지는 않았으나 수출은 금지했다.

잠수함이 작으면 식량과 식수 등도 조금밖에 싣지 못한다. 때문에 작은 잠수함은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연안에서만 주로 작전하게 된다. U보트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연합국은 독일 해군에게 고삐를 채워놓기 위해 600t 이하의 재래식 잠수함만 보유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U보트를 만들었던 독일의 기술자들은 HDW 조선소에 모여 ‘작지만 아주 강력한’ 206 잠수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토대로 1200t급의 수출용 잠수함 209를 제작해 세계 시장을 두드렸다.



유선으로 유도되는 수트(SUT) 중(重)어뢰를 탑재한 209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 중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약 세계 잠수함 시장의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이다. 1983년 10월9일 아웅산 사태를 겪은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은 두 가지 중요한 국방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하나는 박정희 대통령 때 실험발사에는 성공했으나 양산품 개발에는 성공하지 못한 지대지 미사일 현무(NHK-2)의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든 잠수함은 은밀히 건조한다. 1983년 4월2일 한국은 코리아타코마 조선소에서 150t급 잠수정 ‘돌고래’를 진수했는데,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이 사실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이어 전두환 정권은 은밀히 독일에 접근해 209의 판매를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에 알려져 209 도입 작업은 일시 중단되었다. 그러다 전대통령 말기에 다시 추진해, 1987년 HDW측과 세 척을 도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하여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92년 독일에서 제작하고 대우중공업에서 최종 조립한 209 잠수함이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이것이 바로 1번함인 장보고함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3∼4일에 한 번씩 부상해 공기를 갈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잠항중에는 핵추진 잠수함보다 훨씬 조용하기 때문에 은밀히 상대를 타격하는 데는 핵추진 잠수함보다 뛰어나다.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에 몰두하는 사이 독일은 재래식 잠수함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그것이 한국 같은 중규모 국가가 전략무기를 가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잠수함은 항모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

209 잠수함의 척당 가격은 대략 2억 달러다. 반면 80여 대의 항공기를 싣고 있는 10만t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가치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40여 대의 FX 전투기를 도입하는 예산이 40억 달러다. 여기에 항모 건조 가격, 각종 관제장비 등을 보태면 항모의 가격은 수백억 달러로 늘어난다). 그러나 수백억 달러짜리 항모도 잠수함에게 걸려들어, 한 방 혹은 두 방의 어뢰를 정통으로 맞으면 ‘수장(水葬)’될 수 있다.

항모 보유국들은 탐지되지 않는 잠수함에 대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오랜 고민 끝에 항모 보유국은 매우 원시적이지만 아주 그럴듯한 해답을 찾아냈다. 이 해답은 잠수함의 약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물 속은 수면보다 저항이 훨씬 커서, 잠항하는 잠수함은 수상함보다 최고 속도가 10노트 정도 느리다. 잠수함이 수상함을 따라가려면 자주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데 엔진을 돌릴 때마다 잠수함에서는 큰 소리(엔진 가동음)가 발생한다. 재래식 잠수함이라면 함내 산소도 빨리 부족해질 것이다. 부상해야 할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다.

수상함도 잠수함을 피하기 위해 수중 음향 탐지기인 소나(sonar)를 달고 있어, 잠수함이 만든 소음을 탐지할 수 있다. 잠수함이 있는 것을 알면 수상함은 곧 폭뢰를 떨어뜨리는 등 갖가지 대(對)잠수함 작전을 펼칠 수 있다. 항모 보유국은 잠수함이 가진 이러한 약점에 기초해 항모 선단 전체가 고속 기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문에 항모에서 이착함하는 함재기는 ‘흔들리는 활주로’(항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도록 훈련이 강화되었다.

잠수함이 전략무기라는 사실은 적군의 항구를 봉쇄할 때 여실히 증명된다. 이때는 어뢰가 아니라 기뢰(機雷)를 사용한다. 기뢰는 한마디로 바다에 설치하는 지뢰인데, 기뢰는 수상함이나 물속을 항진하는 잠수함과 접촉하면 터지는 무기다.

기뢰가 터지면 수상함과 잠수함은 선체에 구멍이 나 침몰하거나 항해불능이 된다. 옛날의 기뢰는 물에 둥둥 떠 있다가 함정과 접촉해야만 터졌다. 그러나 요즘의 기뢰는 수면뿐만 아니라 수중, 심지어 해저에도 설치된다. 수중과 수면에 부설된 기뢰는 위로 배가 지나가면 이를 감지해(自己感應) 올라가서 터진다.

잠수함이 기뢰를 싣고 적 항구로 가 이를 풀어놓으면, 적 함정은 꼼짝 못하고 항구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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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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