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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의 불길! 다단계 판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요원의 불길! 다단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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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암웨이 앨트웰 다이너스티 SMK의 내막
  • ● 마케팅 시스템의 허실
  • ● 다단계 사업자들의 현장증언
  •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다단계 판매시장의 규모는 1조8515억원(신고금액 기준). 올해는 성장속도가 더 빨라져 5월 현재 1조1736억원을 기록했으며, 연말까지는 3조원 매출도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등록회원도 400여만 명(중복등록 포함)에 이른다. 경이적인 성장의 한편에 다단계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단계 마케팅은 영어로 ‘Multi Level Marketing(MLM)’이다. 업계에서는 1941년 미국의 뉴트리라이트사가 유능한 판매원을 소개하면 1인당 5달러의 커미션을 지급한 것을 MLM의 시초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화장품을 시작으로 자석요, 정수기 등을 판매하는 ‘피라미드 업체’가 대거 등장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 후 음성적으로 퍼져가던 피라미드 업체는 1995년 방문판매법(이하 방판법) 제정을 전후해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신종 피라미드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단계 판매와 방문판매는 수당의 분배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방문판매는 말 그대로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고, 그에 따른 수당을 회사로부터 받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화장품을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들을 생각하면 된다.

다단계 판매에서는 먼저 회원(일반적으로 단순 소비자를 ‘회원’으로, 소개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사업가’라고 부른다)이 돼야 한다. 회원은 다단계 업체가 취급하는 물건을 일반 소비자보다 싸게 살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소개해서 판매할 경우 그에 따른 수당을 챙길 수 있다. 말하자면 복덕방에서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면서 받는 소개비와 비슷하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개해서 판매했느냐, 또 자신의 권유로 회원이 된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느냐에 따라 직급이 결정되고, 그에 따른 별도의 수당을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 방문판매법은 상품 판매가격의 35%까지 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아래에서 설명하는 것은 다단계 마케팅의 일반적 특성임을 밝혀둔다. 수당체계는 천차만별이다).

광고비와 유통비를 수당으로

이론적으로 볼 때 1만원짜리 물건을 팔면서 3500원을 회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다단계 회사는 어떻게 상품 가격에서 35%를 빼고도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 다단계 업체 관계자들은 “MLM에서는 광고비와 유통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그런 장점을 살린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엔 100원짜리 배추가 3000원으로 둔갑해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이 허다했지만, 직거래 장터에서는 그런 폭리가 없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제품의 광고비와 유통비를 가격에 연동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과정에 일부 기업은 제조원가를 훨씬 상회하는 소매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것은 소비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기업이 이윤을 얻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됐던 N사의 분유파동을 보자. 회사가 유명 탤런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수억원을 지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소비자들이 집단 반발했다. 소비자는 분유를 싸게 사고 싶을 뿐이지, 분유회사의 광고비용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다단계 마케팅이 시장경제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첫째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단계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 가격의 거품을 빼서 다단계 사업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백화점에서 사은품을 주는 것이나 카드사에서 우량 고객에게 보너스 혜택을 주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다단계 마케팅은 회원의 활동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혜택을 준다. 다단계 마케팅에서는 개인의 단순 소비보다 타인에게 소개하는 행위를 더 중시한다.

다단계 마케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피라미드 조직이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은 다단계 마케팅을 피라미드로 쉽게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그 동안 불법으로 운영된 회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단계와 피라미드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정법의 준수 여부다. 현행 방판법은 ‘취급상품을 100만원 이하로 할 것, 후원수당은 35% 이하로 할 것, 가입비 불가, 강제구매 금지’ 등을 못박고 있다. 또 판매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일 이내(방문판매는 10일)에는 언제든지 반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을 어긴다면 일단 피라미드 업체로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모호하다. 가입비를 보자. 업체에서 강제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수백만원어치의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업체에서 “이왕 사업을 시작하려면 그 정도는 투자개념으로 깔아놓아야 한다”고 권유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단계 회사 홍보자료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다단계는 상품 판매로, 피라미드는 판매원 등록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반쯤은 맞는 얘기다. 피라미드는 거액의 가입비가 있으므로 사람이 늘어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다단계는? 한번 따져보자.

B라는 다단계 회사가 있다. 매출이 늘기 위해서는 일단 회원이 증가해야 한다. B사 제품을 쓰는 사람이 늘지 않으면 매출도 정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수입이 늘어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거나, 자신이 후원한 사람들이 그 밑에 많은 회원을 두어야 한다.

이에 대해 다단계 업체는 ‘단순히 회원이 늘어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다단계 업체에서 성공하려면 단순 판매보다 후원활동이 중요하다. 다단계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개인 매출보다는 후원활동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업 사업가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처음에는 회원으로 시작한다. 전업 사업가가 후원하는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밑에 또 다른 열성 사업가가 나타나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계속해서 회원이 늘어나고 그 속에서 전업 사업가가 많이 나와야만 성공하는 사람도 증가하는 것이다.

다단계 마케팅과 피라미드의 상대적 차별성을 구분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다음으로 궁금하게 여기는 것이 수익성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거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묻는다. 경제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직장생활의 비전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단계 회사의 교육장을 찾고, 그중 일부는 사업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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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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