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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분석

CEO 이름 석자가 최대경쟁력

안철수 연구소

  • 김소연 < 매경 이코노미 기자 >

CEO 이름 석자가 최대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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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 등록과 함께 황제주로 등극한 안철수연구소. 매출액 130억원의 ‘소기업’에 이토록 많은 돈과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쟁사들은 “안철수 이름 석 자가 가장 무섭다”고 입을 모으는데. 기술력인가, CEO 브랜드인가. 안철수연구소의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보았다.
지난 9월13일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 주식이 드디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8월 말 마감된 코스닥 등록을 위한 공모주 청약에서 총 1조470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려 평균 경쟁률 447.08 대 1을 기록하며 올 들어 가장 큰 청약 규모를 자랑한 만큼 안연구소 주가는 첫날부터 100% 상승(2만3000원→4만6000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안연구소 신드롬’에 들떠 있다. 새로운 황제주의 탄생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등록 이전 장외에서도 안연구소 주식을 구하느라 혈안이 됐다. 등록 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겠다는 사람은 부지기수인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호가만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실정이다. 기관투자가들도 이례적으로 등록 후 2개월간 물량을 내놓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뿐이랴. 안사장이 코스닥 등록 직전에 내놓은 책 ‘영혼이 있는 승부’(김영사)는 각종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매출액 130억원, 당기순이익 33억원. 안연구소가 지난해 거둔 실적은 솔직히 그리 대단하지 않다. 코스닥에 등록하는 올해 매출 목표도 350억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안연구소를 대한민국 대표 벤처, 안철수 사장을 대한민국 대표 CEO 중 한 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코스닥 황제주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 안연구소의 이러한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란 이미지

대신증권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벤처기업을 분석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제품이 확실한 시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 그 제품을 중심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는가’이다. 그 다음이 ‘CEO의 자질’이고, 마지막이 ‘재무구조와 캐시카우(cashcow:현금을 벌어들임) 구실을 하는 아이템이 있느냐’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주력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무분별하게 투자해서 까먹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연구소는 네 가지 요소 모두에서 훌륭하다. 우선 바이러스백신이라는 확실한 제품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통합보안회사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CEO의 자질은 말할 것도 없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 관련 기업이지만 여타 닷컴기업과 달리 확실한 돈벌이 사업이 있고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또 안연구소는 자신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따라 보안 관련 업체에만 투자하고 있다.”

같은 질문을 안철수 사장에게 해봤다. 안사장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모든 사안을 결정해온 것과 이를 통해 구축된 신뢰가 회사의 최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사장은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를 보완했다.

“1997년 안연구소 매출액이 10억 원에 불과할 때 맥아피사에서 1000만달러에 회사를 팔라고 제의했다. 당시 1000만달러(약 100억원)는 지금 수천억 원보다 더 커보였다. 그러나 나 자신도, 회사도 돈이 목적이 아닌 바에야 더 멀리 보고 회사를 키워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제의를 거절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2000년을 앞두고 Y2K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이 한창일 때 우리는 ‘Y2K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발표했다. 당시 다른 업체들이 Y2K 바이러스를 부추기며 제품 판매에 몰두해 있을 때였다. 우리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금세 밝혀질 일을 둘러대며 장사하고 싶진 않았다.

코스닥 등록도 한참 붐일 때였다면 1000억원 정도 더 공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한창일 때 등록하면 회사와 나는 돈을 벌지만 투자자와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시기를 늦췄다. 이런 얘기들이 알려지면서 ‘안연구소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란 인식이 형성됐고 그게 우리 회사를 이끌어가는 힘이 됐다.”

그의 말대로 회사의 경쟁력이 ‘장기적인 안목과 여기서 비롯된 신뢰’에 있다면 이는 곧 분위기를 만들어온 안사장 개인에게서 경쟁력이 나온다는 말과 같다.

안연구소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CEO브랜드에 있다. 안연구소의 최대 경쟁자 중 하나인 하우리 권석철 사장은 “안철수라는 이름 석 자가 무섭다”는 얘기를 했다. 실무자들을 며칠씩 쫓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결국 하우리 제품을 사용하기로 결정돼도 임원 선에서 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담당자가 결재받으러 가면 임원들이 “왜 이름도 못 들어본 하우리냐.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 실렸다는 안철수 사장 회사 제품으로 쓰자”며 결정을 뒤집는 일이 10번이면 7, 8번은 됐다. 권사장은 “최근엔 이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안사장의 이름은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안연구소가 하면 다 至善?

‘안철수’라는 이름은 이제 한국 벤처업계에서 ‘도덕성과 신뢰’를 의미하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안사장이 얘기하는 것은 모두 옳고 안연구소가 하는 일도 모두 바른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로 인식될 정도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안연구소는 최근 독특한 회계방법을 쓰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120억원어치의 제품을 판매하면 50%인 60억원만 매출액으로 계산하고 나머지 60억원은 12개월로 균등하게 나눠 매달 매출액으로 집계하는 것. 6월에 120억원의 매출이 일어났다면 먼저 60억원을 매출로 잡고 나머지는 7월 5억원, 8월 5억 원의 매출로 잡는다. 이런 방식에 따르면 120억원 중 90억 원만 그해 매출액으로 잡힌다. 30억원은 다음해 매출로 넘어가는 셈. 그렇다면 지난해 안연구소의 매출액이 130억원이었지만 실제 제품 판매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회계방식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안사장은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업계의 특성상 이런 회계기법을 반영해야 기업가치가 부풀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실 외국의 많은 백신업체들이 이와 같은 회계방식을 적용한다. 물론 국내에서는 안연구소가 처음. 이후 하우리도 이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안연구소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다 좋은 것처럼 비치다 보니 이런 회계방식이 일반적인 게 아니라 특별한(굉장히 도덕적이고 획기적인) 개념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또 한 사례가 있다. 최근 출간된 안사장의 ‘영혼이 있는 기업’에는 CIH 바이러스와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1999년 한국을 강타한 CIH 바이러스는 보안업체, 특히 백신업체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이때 스타가 된 기업이 바로 하우리다. CIH 바이러스 치료 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회사로 알려진 것. 안사장은 이에 대해 ‘실제로는 안연구소가 보름 정도 먼저 백신을 개발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후 6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백신의 안정성이 확인되므로 요란하게 알리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보름 후 제품을 개발한 경쟁사가 최초 성공임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우리 회사의 기술 수준과 대응책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오해받게 됐다’고 적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하우리 권사장은 “사실이야 어쨌든 안사장이 그렇다고 하면 모두들 그렇다고 믿는 분위기에서 우리 회사만 이상한 회사가 돼버렸다. 앞으로 내가 아무리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떠들어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씁쓸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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