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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화제

시장점유율·영업마진 전국 최고 대구은행 돌격전

  • 최정암 < 매일신문 경제부 기자 > jeongam@imaeil.com

시장점유율·영업마진 전국 최고 대구은행 돌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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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은행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 주민의 60%가 대구은행 고객이며, 수신부문 시장점유율도 30%를 넘는다. 순이자 마진은 내로라하는 대형 시중은행을 제치고 전국 최고 수준에 올라 있고, 부실자산을 거의 다 털어내면서 ‘클린뱅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 상반기에 적자를 내고서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대구은행의 속사정을 본다.
“어느 은행과 거래하십니까?”

“대구은행요.”

“대구은행요? 우리 은행 아닙니까?”

얼마전까지 방송을 타던 대구은행 광고의 카피다. 그다지 신선하게 와닿는 문구는 아니다. 이미 대다수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이 ‘대구은행은 우리 은행’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는 대구은행의 고객수와 시장 점유율에서 실감할 수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대구은행의 고객은 310만명이다. 대구·경북지역 인구 530만명(대구 250만명, 경북 280만명) 가운데 60% 가까이가 대구은행 고객이라는 얘기다. 대구은행의 수신부문 시장점유율은 대구에서 37.3%, 경북을 포함해도 30%에 이른다. 아무리 근거지라고 해도 지방은행 중에 이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지역경제·기업 사정 꿰뚫어

지역주민들이 전국 점포망을 가진 대형 은행들을 놔두고 대구은행에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구 성서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대호산업 이현도 사장은 1977년부터 대구은행과 거래해왔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대출이자가 다소 높다. 그럼에도 25년째 거래를 계속해온 것은 본점이 대구에 있다보니 지역기업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평가기준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른 은행들은 지점장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지곤 해서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대구의 몇 안되는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하나인 (주)화성은 다른 은행과도 거래하지만 1987년 이후의 주거래은행은 대구은행이다. 장원규 사장은 “대구은행은 지역경제와 기업들의 사정을 꿰고 있다. 외환위기 때 다른 시중은행들은 극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했지만, 대구은행은 신용대출, 어음할인 등에서 지역기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국수 제조업체 풍국면의 주거래은행은 기업은행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급여는 대구은행으로 넣어준다. 이렇듯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주거래는 시중은행과 하더라도 급여이체 등은 대구은행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많다.

물론 대구은행에 불만을 가진 지역민들도 적지 않다. ‘은행 문턱이 높다’ ‘대출이자가 비싸다’ ‘서비스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게 주류.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른시중은행에서는 신용대출을 해주는데도 대구은행은 굳이 보증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출한도 또한 다른 은행보다 낮았다. 그러면서도 대출금리가 높다보니 “대구은행이 무슨 지역은행이냐”고 불평을 터뜨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구은행이 ‘지역 밀착화 프로젝트’를 강화한 이후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고 한다. 대구은행 임직원들은 스스로를 ‘작지만 강한 은행’이라고 평가한다. 지역주민들의 두터운 신뢰가 그 바탕을 이룬다고 자부한다. 10월7일 창립 34주년을 맞은 대구은행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방은행이라고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우선 은행의 수익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 은행의 순이자 수익률[수익/수익성 자산]에서 순이자 비용률[비용/원가성 자금]을 뺀 통계치)은 전국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요구불 예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같은 저원가성 예금이 많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9월말 현재 대구은행 총수신(12조3000억원)의 34.72%를 차지한다. 이는 공공금고 유치 등 지역주민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지난 6월말 현재 대구은행의 순이자마진은 3.15%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신한은행(2.65%), 국민은행(2.85%), 하나은행(1.99%), 한미은행(2.34%)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서울증권이 자체 방식으로 분석한 상반기 순이자마진 통계에서도 대구은행은 국민은행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은행 평균치보다는 두 배 가량 높다. 서울증권은 이 결과를 제시하며 “대부분 은행의 중장기 수익성이 악화돼도 대구·국민·주택·기업은행은 예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BIS 비율은 11.51%로, 6월말 현재 제일(13.29%), 신한(12.85%), 국민(11.57%)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물론 시중은행 평균(11.12%)과 지방은행 평균(10.89%)보다는 훨씬 높다.

고정이하 여신(부실채권)비율도 우수한 수준이다. 불과 2년전인 1999년 말에는 11.8%나 됐지만 지난해 말 8.7%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 상반기에는 5.3%로 뚝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상반기 목표치(6% 미만)를 달성한 은행은 대구은행 등 14개. 아직도 6% 이상인 은행이 8개나 된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은 5.65%, 전북은행은 6.18%였고, 우량은행이라는 국민은행과 한미은행도 각각 5.42%, 6.74%였다.

적자 내고도 웃는다

이처럼 경영수치상으로는 초우량 은행이라 할 대구은행이 적자를 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난 상반기 결산 결과 대구은행은 3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20개 시중·지방은행 가운데 적자를 낸 은행은 대구은행과 제주은행뿐이다. 제주은행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대구은행은 사실상 유일한 적자은행인 셈이다.

그러나 적자를 기록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속사정을 알고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 이유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지역정서부터 살펴보자. 대구에는 ‘우리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구은행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시중은행 1개(대동은행, 대동은행은 본점이 대구에 있지만 전국을 영업권으로 한 시중은행이었다), 종금사 3개(경일·대구·영남종금), 생보사 1개(조선생명), 투신사 1개(동양투신) 등 대구에 본점을 둔 6개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이 대구은행의 경영상태에 보내는 관심은 대단하다.

다시 적자 얘기로 돌아가자. 다른 은행들이 모두 흑자를 기록한 마당에 대구은행은 적자를 냈는데도 ‘괜찮다’고 하는 것은 경영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1/4분기 적자는 864억원이었는데, 2/4분기에는 318억원으로 석달 만에 546억원이나 적자폭이 줄었다. 이 적자도 사실은 대구은행이 ‘클린뱅크(Clean Bank)’로 거듭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대구은행은 지역의 대형 건설업체와 섬유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떠안은 3263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지난 3월 한국자산관리공사(CAMCO)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지난 1/4분기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5.8%로 낮아졌다. 이 수치는 22개 은행 중 신한·주택은행에 이어 3위였다. 그러다가 6월말에는 다시 5.3%로 떨어졌다.

부실비율을 1%만 높여도 3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하지만 부실비율을 높이고 이익을 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취한 조치다. 대구은행이 부실채권비율을 1% 높여 6.3%로 가져갔다면 흑자결산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런데도 적자를 시현한 것은 지난해 한미은행이, 그리고 2년전 주택은행이 대규모 충당을 하고 적자결산을 해 시장의 호평을 받은 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클린뱅크가 되어간다는 사실보다는 ‘적자은행’이라는 오명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투자자들은 대구은행을 규모나 경영여건이 비슷한 부산은행과 자주 비교하는데, 지방은행 중 늘 선두를 달려온 대구은행 주가는 지난 7월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에 역전을 허용했다. 전북은행은 다시 추월했지만 부산은행은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10월15일 현재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주가는 각각 2050원과 2425원.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구은행 홈페이지에는 경영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의 글이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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