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호

뜨는 증시, 펀드투자로 확실히 돈 버는 법

  • 최상길 < 제로인 펀드평가사업부 이사 >

    입력2004-10-29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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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접투자의 ABC
    • 펀드유형별 수익률 비교
    • 수익률과 주가지수의 상관관계
    • 펀드투자자를 위한 10계명
    • 우수 운용사를 찾아라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달아오르는 것은 증시만이 아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시장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줄어들기만 하던 주식형 펀드 자금이 증가세로 반전됐고, 투자자들의 문의도 끊이질 않고 있다. 마치 1999년 봄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염려스런 맘이 없지 않지만 모처럼 만에 선 장(場)이기에 즐거움이 앞선다.

    주식시장 주변에서 먹고사는 장돌뱅이가 몰려드는 손님에게 웬 재수 없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템포 느린 간접투자 자금의 속성과 단타매매가 어려운 펀드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1999년, 바이코리아(Buy Korea) 열풍을 타고 10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몰려들었지만 그해 하반기에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손실의 고통을 겪지 않았는가. 주식시장의 사이클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은 여름 초입에 투자를 시작하는 직접투자자와 달리 한여름이 돼서야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는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직접 투자자보다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데 있다. 다음 원인은 펀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허실이야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지만 펀드시장에 대한 소식은 자극적인 홍보성 기사만 접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처럼 펀드투자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펀드 투자의 ABC부터 약간은 전문적이지만 꼭 필요한 내용까지 한달음에 훑어보자.





    간접투자란 무엇인가


    ▲ 펀드투자, 이런 사람에게 유리하다

    주식시장은 지수가 급등한다고 야단법석인데 왜 내가 가진 주식가격은 오르지 않냐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종목선택에 실패한 것이다. 친한 증권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접 종목을 고를 수 있는 안목조차 없는 초보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펀드(Fund)의 언어적 의미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모은 자금의 집합체’다. 펀드의 운용원리는 10명의 친구가 한 명에게 자금을 맡겨 대신 투자하게 한 다음 얻은 수익을 자금을 맡긴 비율대로 공평히 나누는 것과 같다.

    펀드는 주가지수에 영향력이 큰 종목에 집중투자, 마치 종합주가지수대로 매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즉 주가지수가 5% 올랐다면 펀드수익률도 5%에 맞춰 운용하는 식이다. 시장의 흐름이 주가지수에 영향력이 약한 소형주 주도로 바뀔 때도, 직접투자보다는 못하지만 소형주 급등 이익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펀드다.

    따라서 종목정보나 시장의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초보자들은 투신사 및 투신운용사의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펀드의 매력은 이뿐이 아니다.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소액투자자가 소매상이라면 펀드매니저는 도매상이다. 펀드매니저가 일반투자자와 똑같은 시점에 주식을 팔았다고 치자. 액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일반투자자들은 연 이자 3% 수준의 저축통장에 자금을 묶어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는 거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최소한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금리로 자금을 굴릴 수 있다.

    ▲ ‘공사채형 저축‘도 펀드다

    과거 대우사태와 관련, 투신사 채권형 상품 가입자가 상담창구를 찾아 이렇게 항의했다.

    “난 펀드에 가입한 게 아니라 공사채형 저축에 가입했다. 그런데 왜 투신사의 운용실수로 인한 손해를 고객에게 떠넘기나.”

    이 고객은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경우 주가가 떨어지면 고객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펀드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무식’이 탄로나는 순간이다.

    펀드는 단순히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사채펀드도 펀드의 한 종류다. 다만 투신사들이 고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사채펀드를 ‘공사채형 저축’이라 명명한 것일 뿐이다.

    ▲ 채권·어음·콜·선물·옵션에도 투자

    이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로든 가는 것이 돈의 생리다. 자금의 집합체인 펀드도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주가가 하락할 기미를 보이면 펀드를 운용하는 전문가, 즉 펀드매니저는 일반투자자보다 한 발 앞서 주식을 팔고 다른 곳으로 투자처를 옮긴다. 원칙적으로 펀드는 무엇에든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드 투자대상은 물론 각 대상에 대한 매수한도를 법으로 정해두고 있다. 현행법상 증권사 및 은행을 판매창구로 하는 펀드는 주식·채권·어음·콜·주가지수선물·주가지수옵션 등에만 투자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대출 등에도 펀드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다만 은행이 판매하고 직접 운용하는 은행신탁상품은 대출 등 모든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뮤추얼펀드와 수익증권의 차이

    1999년 간접투자 열기를 촉발한 주인공은 뮤추얼펀드였다. 폭등장세와 맞아떨어진 시판시점과 초기에 보여준 놀라운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산운용회사들의 대대적인 광고공세 덕분에 다들 뮤추얼펀드라는 말은 알고 있으나 이것이 기존 펀드(수익증권)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딱 잘라 이야기하면 뮤추얼펀드가 무엇인지 몰라도 좋다. 양자는 절차 및 형식이 다를 뿐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를 대신해 준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 몇 가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한다.

    뮤추얼펀드는 펀드 하나하나가 주식회사다. 그에 비해 수익증권 펀드는 단순한 자금의 집합체다. 이것이 양자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뮤추얼펀드는 법률상 주식회사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주식을 발행, 투자자에게 나눠준다. 수익증권 펀드의 경우 투자계약의 증표로 투자자에게 주식이 아닌 수익증권을 주는데 대개 통장에 투자금액으로 표시된다. 주식회사이므로 뮤추얼펀드는 투자 주주를 대상으로 정기주주총회도 열고 이사, 감사 등 법적 기구도 갖고 있다.

    운용 성과 배분의 경우 뮤추얼펀드는 배당형태로 나눠주게 되는데 정기주주총회에서 수익 중 얼마를 배당하고 얼마를 재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기존 펀드도 통상 1년에 한 번씩 결산을 하지만 그 결과를 일일이 투자자들에게 통보하지는 않는다. 높은 투명성은 뮤추얼펀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뮤추얼펀드는 자산운용사와 투신운용사가 다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증권 펀드를 운영할 법적 권한은 투신운용사에만 있다. 이는 투신운용사의 기득권을 인정한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투신운용사의 설립조건이 자산운영사보다 더 까다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 어디서, 어떻게 가입하나

    ‘펀드 가입’이라는 말은 엄격히 따져봤을 때 잘못된 표현이다. 투신사는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대신 맡긴 자금의 증표로 ‘수익증권’이라는 것을 발행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성과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수익증권을 매입하는 셈이다.

    이 말만 듣고 투신사 창구에 가서 돈을 입금한 뒤 “왜 수익증권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지 마시라. 투자신탁은 모두 통장거래를 원칙으로 하며 굳이 수익증권을 요구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발행해주고 있다. 실상은 이와 같지만 편의상 수익증권에 대한 투자를 펀드 가입이라고 해두자.

    1996년 4월 이전까지만 해도 주식 간접투자를 위한 펀드가입은 투신사 지점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법규 개정으로 증권사, 은행 등에서도 펀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나 은행은 펀드투자자를 모집할 뿐이며 주식투자 등 실질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곳은 투신사나 자산운용사들이다.

    ▲ 주식형 펀드의 종류와 장단점

    2000년 6월1일 이전만 해도 주식을 한 주라도 살 수 있으면 주식형 펀드, 그외의 것들은 채권형 펀드나 MMF (Money Market Fund), 단기금리 연동부 펀드)라고 했다. 이후 투자신탁협회는 펀드의 종류를 주식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채권형, MMF 등 5가지로 구분했다. 주식형과 채권형은 주식 및 채권 투자비율이 각각 최저 60% 이상인 것, 혼합형은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지칭하되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는 주식혼합형,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는 채권혼합형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도 과거 방식대로 주식투자 펀드를 안정형, 안정성장형, 성장형 등으로 구분해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펀드의 종류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안정형

    통상 주식투자 비율이 30% 이하인 주식형 펀드를 가리킨다. 이는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펀드 순자산 가치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최초에는 30%까지만 주식에 투자했으나 주가가 급등, 주식부문 자산가치가 30%를 초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감독 당국은 일정기간 내에 초과부분의 주식을 팔아 주식 외의 다른 것에 투자하도록 한다.

    이론상으로 보면, 이자율이 10%일 때 주식에 전체 자금 중 10%만 투자하면 보유 주식이 부도가 나 휴지조각이 된다 해도 투자원금의 99%는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신사들은 이처럼 주식투자비율 10%짜리 상품을 원금보존형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비율이 낮기 때문에 주가상승 이익을 적게 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안정성장형

    주식투자 가능비율이 40~70%인 주식형 펀드를 말한다. 안정형이 주가상승 이익을 적게 받는 점을 보완하면서 투자위험도도 낮춘 상품이다. 주식투자 상한이 50%인 상품이 주종을 이룬다.

    ▽ 성장형

    약관상 주식투자비율이 70%를 초과하는 주식형 펀드를 지칭한다. 최근 들어서는 성장형을 다시 70%대, 80%대, 90%이상 등으로 세분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투자수익률에 큰 차이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 보면 된다.

    ▽ 스폿펀드

    점(Spot)이라는 영어 뜻 그대로 초단기 투자를 운용철학으로 하는 주식형 펀드다. 따라서 주식투자 가능비율이 20~90%로 상당히 신축적이며 투자위험 또한 높다. 다만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목표수익률(통상 10~20%)을 달성하는 즉시 고객에게 원금과 이익금을 되돌려 주므로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처럼 6개월, 1년 등 만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스폿펀드가 수립한 최단기 목표달성 기록은 펀드 설정일로부터 3일이었다.

    스폿펀드는 탄력적인 운용을 위해 펀드사이즈를 통상 50억~100억원으로 적게 잡는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 사이즈가 300억~500억원 혹은 1000억원인 것에 비하면 덩치가 작아 주식시황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인덱스펀드

    주식시장 수익률, 즉 주가지수 등락률과 동일하거나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되는 펀드를 말한다. 전자를 순수인덱스형이라 하고 후자를 인핸스드(enhanced)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후자는 ‘인덱스 플러스 알파형’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 차익거래 펀드

    주가지수 선물의 경우 결제일이 되면 현물가격과 일치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 현물과 선물의 가격이 벌어질 때 동시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유형을 말한다. 차익거래는 이론상 손실 위험이 전혀 없어 ‘무위험’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도 않아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차익거래 펀드 중 손실을 낸 펀드도 다수 있는 형편이다.

    ▽ 전환형 펀드

    요즘 은행들이 즐겨 판매하는 상품이다. 운용방식이 안정형이든 성장형이든 가리지 않고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펀드를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펀드자체가 주식을 모두 팔고 사실상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것만을 전환형이라 한다. 그러나 판매사에서는 고객별 수익률이 일정목표에 도달하면 해당 고객 자금만 채권형 펀드 내지 MMF로 이동하는 유형까지도 전환형이라 부르고 있다. 후자의 경우 목표수익률을 고객이 정하도록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플러스뿐 아니라 마이너스, 즉 손실을 봤을 경우까지 상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도 있다. 일종의 로스 컷(loss cut, 손실률이 정해진 수준까지 이르면 주식을 파는 행위) 규정이 적용된 펀드로서 나름대로 위험관리에 신경 쓴 유형이다.

    주식시장이 쉬지 않고 상승하는 바람에 주가 조정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투자를 꺼리자 이같은 상품을 판매하게 됐다.

    ▽ 판매수수료 선취형 펀드

    이 또한 위험관리에 유용한 유형이다. 투자할 때 미리 투자금액의 1%정도를 판매사에게 주지만 중도에 언제든지 돈을 되찾을 수 있는 펀드다. 1999년의 악몽을 거울 삼아 요즘 인기를 누리는 상품 중 하나다. 일단 투자 수익을 내고 있는 상태였지만 환매수수료 면제기한 전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뻔히 보고서도 환매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낭패스런 경험 말이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수수료는 가입 후 90일 또는 180일이 지나지 않으면 이익금의 70% 혹은 90%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엄청난 투자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판매수수료 선취형 펀드는 주식시장이 언제 약세로 돌변할지 모르는 불안한 장세에서 유용하다 하겠다.

    ▲ 펀드수익은 주가상승률보다 높을 수 없다?

    주식형 펀드라 할지라도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채권·어음·콜 등에 분산 투자한다. 주식시장이 잘 풀려갈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을 때도 전체 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언제든지 중도에 해약하고 현금인출을 요구하는 고객에 대비하기 위해, 또 교체 매매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더욱이 시장 내 업종 시가총액 비중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반 펀드라면 100%에 미달하는 주식편입비가 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종합주가지수를 훨씬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한 특정종목에 집중 투자한 펀드의 경우, 종합주가지수를 웃돌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펀드 중 10%미만의 펀드만이 시장이 아닌 종목 어프로치를 하고 있어 시장 초과 수익을 내는 펀드는 많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이변이 발생했다. 지난 1년간 운용된 성장형 펀드의 30%가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 이는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향상됐다기보다 기관투자가 선호 종목이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장형 펀드에 투자하는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주가지수보다 조금 못한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따라서 강세장임이 분명할 때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 주가가 올라도 펀드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는 기간이지만 펀드 수익률은 거꾸로 갈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종목 선택 실수보다는 선물을 잘못 사용해서다.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했는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계속 급등세를 보인다면 펀드와 주식시장이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일은 일반적·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펀드의 경우 일상적인 현상이 될 수도 있다. 소위 리버스(reverse) 펀드는 항상 시장 수익률과 펀드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펀드다. 주식형 리버스펀드는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주가지수 선물매도 포지션만 보유하고 있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주식형 펀드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아픔으로 사라져갔다. 물론 지난해 일찌감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시장이 상승한계점에 도달한 후 출렁거릴 때는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투자 성공확률은 열 명 중 한두 명 꼴이라고 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성공확률 높이기에 골몰한다. 직접투자보다는 실패확률이 낮다 해도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또한 주식투자인 만큼 약세장이나 게걸음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한 펀드투자자의 성공사례를 통해 그 비법을 알아보자.

    때는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1월. A씨는 처음으로 스폿펀드라는 상품에 투자를 시작했다. 00투신 스폿5호에 8000만원을 투자한 것. 약세장이었지만 스폿5호는 한 달도 채 안된 2월2일 20%의 수익률을 내고 투자자에게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었다.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바로 그날 9700만원을 맞춰 같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스폿9호에 털어넣었다. 가입 직후 주가가 급락, 한때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운 좋게도 A씨는 한 달 뒤인 3월3일 또다시 20%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투자한 지 2개월도 안돼 8000만원이 1억1630만원이 됐다. 무려 45%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한때 주가급락으로 혼이 났던 A씨는 곧바로 재투자하기가 망설여져 주식시장 상황을 좀 살핀 후 투자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3월17일 마침내 주가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기미를 보이자 A씨는 역시 동일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뉴스폿2호에 1억1500만원을 투자했다.

    아뿔싸! 재상승 무드를 타는 듯했던 주식시장은 다시 고꾸라져 515포인트에서 280포인트로 46%나 급락했다. A씨는 펀드해약여부를 신중히 검토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 때문에 그는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폿2호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14.5%에 그친 것이다. 시장 급락에도 투자했던 펀드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반증이라 판단한 것. 인내의 효과는 7개월 뒤 나타났다. 1998년 10월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무드를 타면서 뉴스폿2호는 약속한 수익률을 무사히 달성해 A씨를 또 한번 기쁘게 했다.

    1. 너 자신을 알라

    먼저 자신의 투자성향을 알아야 한다. 롤러코스트 같은 성장형 내지 스폿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조그만 손실에도 조바심을 내는 소심형인지를 미리 알아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만일 A씨가 하락장을 참아내지 못했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자성향은 증권사 등 판매사 지점을 방문해 문의한다. 일부 판매사, 운용사들은 자기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2.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되 전재산을 맡기지는 말라

    빌린 돈으로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철칙은 간접투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싼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 차익을 남기겠다는 얄팍한 계산은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다. 빚을 갚아야 할 기일이 다가오면 인내도 이성도 상실하기 쉽기 때문이다.

    절대금액은 작지만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경우 가격등락에 따라 조바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조바심은 주식과 같이 위험자산에 투자한 이들에게 최악의 적이기에 전재산을 펀드에 투자해서는 절대 안된다.

    3. 노력한 만큼 성공한다

    A씨가 투자에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직접투자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을 대신해 주식투자를 해줄 펀드매니저를 찾기로 결심했다. 3대 투신사가 운용하는 스폿펀드의 최근 가격 동향표를 어렵사리 구했고, 펀드가격 등락과 주가동향 사이의 관계를 열심히 분석했다. 그중 시장흐름과 무관하게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를 발견한 A씨는 그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자신의 재산을 맡김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지금은 투신협회나 펀드평가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당시에는 수익률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4. 주식시장을 살펴라

    직접투자보다는 덜하지만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위험도는 높다. 특히 주식투자 가능비율이 펀드자산의 90%에 달하는 스폿펀드 같은 상품은 그 위험도가 직접 투자와 같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난다긴다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 문외한인 투자자라면 간접투자도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간접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안목은 수급에 의한 단기적 주식가격 등락이 아니라 국내외 경제흐름에 바탕을 둔 중장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앞으로 3~6개월간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펀드에 투자해도 좋다.

    5. 좋은 운용사를 골라라

    현재 투신운용사, 자산운용사는 40개가 넘는다. 따라서 과거의 운용실적, 투자기관의 대외신뢰도, 펀드매니저의 구성 등 운용기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파악하냐는 것이다. 펀드평가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해 수익률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수익률만이 좋은 운용사를 가리는 잣대는 아니다. 과거의 성과가 장래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운용사 선정 전문기관들은 성과 외에도 운용인력의 우수성, 운용조직의 안정성, 운용프로세스의 합리성, 운용지원 설비의 우수성 등을 따진다.

    일반투자자가 이같은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설정액의 안정적 증가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설정액 정보는 투자신탁협회(www.kitca.or.kr)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A씨가 가입한 스폿펀드 3개는 모두 동일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것이다. 주가 하락기에도 그 매니저가 운용한 펀드의 수익하락폭은 시장 하락폭보다 적었고, 주가가 상승할 때는 종합지수 상승률과 유사하거나 더 높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펀드매니저는 주식뿐 아니라 주가지수 선물 투자에도 능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펀드 가격이 오직 주가변동에 따라 결정됐지만 주가지수 선물시장이 도입된 이후로는 주가가 하락할 때 보유주식을 팔지 않고도 선물매도를 통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또 펀드매니저의 투자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매니저는 강세장에서 남보다 높은 수익을 내지만 약세장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반해 분석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펀드매니저는 단기 투자상품보다 장기투자상품을 운용할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유형이다.

    7. 좋은 판매사를 선택하라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펀드 판매는 8개 투신사에서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 증권사, 투신분리 증권사, 은행 등 펀드 판매사의 종류는 물론 숫자도 무척 많아졌다. 결국 좋은 친구를 고를 때처럼 좋은 판매사를 고르는 것 또한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몇 가지 사항을 집중점검하는 것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판매사 객장 문을 들어서면서 우선 다음 두 가지를 점검한다. 펀드 판매 창구의 위치 및 크기, 그리고 상담인원 수다. 펀드 상담창구가 전진 배치 구조를 갖고 있다면 아무래도 주식매매나 다른 금융상품보다 펀드 판매를 주력으로 삼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회사는 전문 상담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좀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계열 운용사와의 독립성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증권사, 은행들은 자회사로 펀드운용사를 갖고 있다. 독립성은 실제 판매하고 있는 펀드의 운용회사 수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계열사 운용펀드만 판매하는 회사에서는 좋은 상품을 선택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기 십상이므로 멀리하는 게 좋다.

    일단 판매사를 선택한 뒤에는 소위 ‘1, 7, 1, 2, 3(6)’의 원칙대로 가는지를 따져본다. 이는 투신업계에서 일종의 영업 준칙처럼 통용되는 것이다.

    이 원칙대로라면, 방문 첫날 상담직원은 고객의 재산상태, 자금의 성격 등을 확인한 뒤 여러 종류의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가입 펀드의 투자설명서 등을 나눠줄 것이다. 신규고객에게는 7일 이내에 본사 상담요원의 안부전화가 오며 1개월 이내에 창구 담당직원의 안부전화가 걸려온다. 2개월 뒤에는 가입한 펀드에 대한 개괄적인 운용내역 등이 포함된 안내편지가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매회사는 가입 후 3개월 내지 6개월 만기가 되는 시점에서 대체상품에 대한 안내연락을 하게 될 것이다. 대체상품에 대한 안내는 주로 채권형 상품고객에 대한 것이다. 주식형 고객의 경우 해당 펀드가 이익을 내고 있을 때에만 연락이 갈 것이다.

    판매회사의 전산능력이 좋은지, 펀드 운용내역 보고서가 이해하기 쉽도록 돼 있는지, 인터넷 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등도 알아본다. 전산능력이 부족한 판매사에서는 하나의 통장으로 여러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종합통장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8.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A씨는 주식시장이 투자시점보다 46%나 하락할 때도 느긋하게 기다리는 인내를 보여주었다. 물론 마음 고생 끝에 중도해약의 유혹도 받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펀드매니저를 믿었고, 결국 펀드매니저는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디단 법이다.

    9. 장기간 실적이 나쁜 펀드는 빨리 해약하라

    평균 주식편입비가 80%를 넘는데도 주가지수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주가지수 보다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펀드도 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1개월에 한번쯤은 펀드의 주식편입비율, 수익률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수익률 순위나 시장대비 초과수익이 6개월 이상 엉망인 펀드라면 돈을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

    10. 챙겨둘 것은 반드시 챙겨라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투자상품은 가입 전에 반드시 투자설명서를 읽어봐야 한다. 창구직원의 말만 믿어서는 안된다. 투자설명서에는 투자자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가 잘 설명되어 있으며 이를 읽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투자자 책임이다.

    특히 펀드가격 변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고객의 법적 권리인 자산내용 열람권을 행사, 어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부도난 채권을 들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은 결코 게으르거나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단 펀드에 투자했다면 투자설명서 외에 상담직원의 명함을 챙겨두는 것도 잊지 말자. 만일의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그 명함과 투자설명서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주식형 펀드는 주식시장 상승률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평균수익률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주식형 펀드들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최근 동향을 보면 주식투자 비율이 높은 성장형 펀드와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성장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3월9일 기준 최근 1년 동안 39.6%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42.5%보다 2.9%포인트 낮고 인덱스형도 42.1%로 0.4%포인트 낮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우선 성장형 펀드의 3개월 평균수익률이 시장을 앞서고 있다. 성장형의 3개월 수익률은 17.9%,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17.1%로 성장형이 0.8%포인트 높다.

    운용사 수익률은 더 대단하다. 3월9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27개 성장형 펀드운용사의 수익률 기록을 살펴보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42.5%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운용사가 10개사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템플턴투신운용이 각각 95.7%, 81.6%로 시장 상승률보다 두 배나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회사들은 운용규모가 각각 1000억원대, 2000억원대의 중소형사에 속한다. 그렇다고 시장초과수익을 내고 있는 운용사들이 모두 중소형사는 아니다. 설정액이 2조원대에 달하는 현대투신운용도 1년간 44.9%로 시장을 이긴 운용사에 속한다.

    최근 9개월 수익률은 더 좋다. 기록이 있는 운용사 32개 중 21개사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32.7%를 앞서고 있다. 3개월 수익률의 경우 33개사 중 23개사가 시장을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의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좋아져서라기보다 시장 흐름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을 보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3개월 수익률이 존재하는 50억원 이상 성장형 펀드 434개 중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17.1%보다 높은 펀드가 74%에 해당하는 321개에 달했다. 3개월 성과가 가장 좋은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인디펜던스 주식1호로 무려 37.0%의 수익률을 냈다.

    펀드 수익률은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내닫고 있지만 아직은 이른 봄 수준에 그치고 있다.

    투신협회 집계기준으로 순수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8월말 4조9383억원에서 5개월여가 지난 3월8일 현재 7조2304억원으로 2조2921억원이 증가했다. 이것만 보면 상당한 자금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혼합형은 같은 기간 2조3900억원이 줄어들었다. 과거에 만들어진 주식투자 상한 90%이하 펀드들이 주식혼합형으로 분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격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은 미미하다는 결론이다.

    다만 과거 안정형 펀드들이 주종을 이루는 채권혼합형 펀드 설정액이 같은 기간 4조원이나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공모주형, 고수익고위험 등 사실상 채권형 펀드를 제외한 채권혼합형의 설정액은 약 2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너무나 가파른 주가상승에 겁을 먹은 투자자들이 선뜻 주식투자 비율이 높은 주식형 펀드투자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주가가 갑자기 하락세로 반전하더라도 손실 폭이 적을 채권혼합형 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당분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주식형 펀드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성장형 펀드와 안정형 펀드 두 유형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성과를 안겨다줄지는 미지수다. 주식형 펀드투자의 성패는 손을 턴 후에나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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