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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조사인 vs 보험사기꾼, 목숨 건 1조원 전쟁

  • 박성원 < 한경비즈니스 기자 > parker49@kbizweek.com

보험조사인 vs 보험사기꾼, 목숨 건 1조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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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조사인들의 활약으로 미궁에 빠졌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사례는 상당히 많다. 이중 1998년 충남 서산의 한 저수지에서 벌어진 자동차 추락사건은 조사인들 사이에 두고두고 전해지는 유명한 사건이다.

1998년 8월 충남 서산의 한 저수지에 자동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간은 밤 9시30분경, 커브길을 돌다가 길을 벗어나 난간을 들이받으며 저수지로 떨어진 자동차엔 김모(35)씨와 그의 딸 둘 그리고 조카 둘이 타고 있었다. 생존자는 김씨 한 사람. 12세, 10세의 두 딸과 12세, 7세의 여자 조카들이 물에 빠져 죽은 안타까운 사고였다. 현장에서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들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을 내렸다.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이 난 사건에 손보협회 전문 조사인들이 특파된 것은 1999년 여름이었다. 무려 1년이 지난 뒤 조사인들이 투입된 이유는 일선 보험담당 직원들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운전자 김씨가 교통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 두 딸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던 것이다. 당시 사건조사를 맡았던 O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통사고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지만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왜 그 시간에 그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더구나 일주일 전 운전자가 딸 이름으로 보험을 들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O팀장은 조사요원 몇 명을 데리고 서산으로 내려갔다. 모든 사건이 그렇지만 보험사고는 특히 현장 답사가 중요하다. 도로의 상태만 면밀히 체크해도 전문가의 눈엔 예사롭지 않은 증거들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O팀장이 사건 현장에 간 것만 20회. 그는 사고가 난 시각에 사고 발생 지점으로 차를 직접 몰고 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확인했다. 생존자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동물이 도로로 뛰쳐나왔다” “졸음 운전중이었던 것 같다” “하루살이가 시야를 가렸다”는 등 다양한 이유를 댔다. O팀장이 확인하려고 애쓴 것도 이 부분이었다. 결론은 특별히 사고를 일으킬 만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것.



현장 확인 작업에는 사고 차량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사고차량의 파손된 부위 등을 조사해야 우연한 사고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차안에서 의외의 증거를 찾기도 한다.

정비소에 보관된 사고차량을 조사하면서 O팀장은 경찰이 놓친 증거를 찾는 데 성공했다. 뒤 트렁크에서 해외여행 견적서 한 장을 발견한 것. 그 견적서에는 비행기편과 목적지 등이 있었다. 견적서가 결정적인 증거가 됐던 이유는 견적을 의뢰한 사람이 김씨와 제3자였기 때문이다. 제3자는 그의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였다. 이는 그에게 정부(情婦)가 있었다는 사실과, 보험금을 타면 쓸 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였다.

여기에 덧붙여 진실을 밝혀줄 또 다른 증거가 나타났다. 김씨의 부인이 쓴 일기장이 그것. 경찰이 김씨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부인의 일기장에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소름 돋는 얘기가 적혀 있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사건 발생 일주일 전. “애 아빠가 이상하다. 딸 이름으로 생명보험을 든 것이다. 왜 그랬을까. 갑자기 불안해진다.”

*사고 당일 아침. “요즘 점점 애 아빠가 수상하다. 오늘 딸들을 데리고 놀러간다고 나갔다.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애들을 챙기는 남편이 낯설다.”

*사고 당일 밤 9시30분. “갑자기 하늘이 노래진다. 애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

부인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 섬뜩하도록 정확하게 사건 전말을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다. 이를 통해 O팀장은 사건 일주일 전 김씨가 예전과 다른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김씨는 증권투자 실패로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그의 마각이 세상에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죄명은 미필적 살인. ‘어린 딸들과 조카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재판부에게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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